지난달부터 일부 병원에서 의료용 마약류 식욕억제제가 과다처방되고 있다는 의혹이 커지자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정부부처가 점검에 나섰다. 이에 따르면 점검대상 5개 병원 모두에서 과다처방 사례가 확인됐다. / 게티이미지뱅크
지난달부터 일부 병원에서 의료용 마약류 식욕억제제가 과다처방되고 있다는 의혹이 커지자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정부부처가 점검에 나섰다. 이에 따르면 점검대상 5개 병원 모두에서 과다처방 사례가 확인됐다. / 게티이미지뱅크

시사위크=연미선 기자  지난달부터 언론을 뜨겁게 달궜던 ‘식욕억제제 오픈런’이 정부부처 점검결과 사실로 밝혀졌다. 비만치료 보조수단으로 쓰여야 하는 의료용 마약류 식욕억제제가 안전기준을 넘어 과다처방되고 있는 것이다.

◇ 의료용 마약류인 ‘식욕억제제’, 어떻게 사용해야 하나

1998년 세계보건기구(WHO)는 비만을 질병으로 규정한 바 있다. 비만이 고혈압이나 심혈관 질환 등 신체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우울증이나 감정장애 등의 정신적 문제의 원인으로도 지목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비만학회의 비만진료지침에 따르면 비만 치료는 △식사치료 △운동치료 △행동치료 등 비약물치료를 우선적으로 시행한다. 식이요법 및 운동요법 등 적절한 체중감량요법에 반응하지 않는 초기 체질량지수(BMI) 30㎏/㎡이상, 당뇨 등 다른 위험인자가 있는 BMI 27㎏/㎡ 이상인 외인성 비만환자의 경우 마약류로 분류되는 식욕억제제가 사용될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에 따르면 식욕억제제는 △펜터민 △펜디메트라진 △암페프라몬 △마진돌 △펜터민‧토피라메이트(복합제)를 주성분으로 하는 향정신성의약품이다. 알약 모양이 나비처럼 생겼다고 해서 흔히 ‘나비약’이라고도 불리는 디에타민도 펜터민 성분이 함유돼있는 향성신성의약품으로 알려진다.

식약처의 ‘의료용 마약류 식욕억제제 안전사용 기준’에 따르면 식욕억제제를 사용하더라도 운동과 행동 수정 및 칼로리 제한을 기본으로 하는 체중감량요법이 주가 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식욕억제제는 단기간 보조요법으로 사용하라는 의미다.

그러나 지난달부터 일부 병원에서 마약류의 식욕억제제가 남용되고 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지난 4월 KBS가 시사 프로그램을 통해 식욕억제제를 처방받기 위해 새벽부터 ‘오픈런’(원하는 물건을 구매하기 위해 매장 문이 열기를 기다리는 것)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것이다.

이에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와 식약처 등 관련부처는 지난 15일부터 17일까지 마약류 식욕억제제 처방건수가 많아 이슈가 되고 있는 5개 의료기관에 대해 합동점검에 나섰다.

◇ 점검대상 5개 의료기관 모두 ‘과다처방’ 확인

식욕억제제는 의료용 마약류로 분류되는 만큼 안전사용기준이 정해져 있다. 4주 이내 단기적으로 사용해야 하고 최대 3개월까지로 사용기간이 제한된다. 이 이상 투약하게 되면 원발성 폐동맥 고혈압 등 부작용 발생 위험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또한 식욕억제제끼리 병용이 금지되며 어린이‧청소년은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식약처에 따르면 점검대상 5개 의료기관 모두에서 식욕억제제를 과다처방한 사례가 확인됐다. 이 중 일부의원은 2종의 식욕억제제를 병용처방하는 등 ‘마약류의 오남용 방지를 위한 조치사유’에 해당됐다. 식약처는 해당 점검결과에 대해 식욕억제제 분야 전문가 의견을 들어 과다처방의 타당성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 경찰청에 수사의뢰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진료행위가 요양급여기준을 준수했는지, 부당청구가 있었는지 등 ‘국민건강보험법’ 위반 여부에 대해 조사했다. 조사결과 이와 관련해선 별다른 문제점이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마약성 식욕억제제를 오‧남용하는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비만치료 중 최후의 보조수단으로 이용돼야 할 식욕억제제는 정상 또는 저체중임에도 빠른 기간 동안 마른 몸을 만들기 위해 오래전부터 오‧남용돼왔다.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의 마약류안전정보지에 따르면 지난 2021년 1년간 식욕억제제를 한 차례 이상 사용한 환자는 127만명으로 국민 40.7명 중 1명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기간 동안 식욕억제제를 처방받은 환자 중 39.8%(50만명)은 적정사용 기준인 3개월을 초과해 처방을 받았다.

또한 이 기간에 의료기관 2곳 이상에서 식욕억제제를 처방받은 환자가 16.2%(21만명)에 달했으며, 식욕억제제 2종 이상을 기간이 중첩되도록 처방받은 환자는 1.1%(1만명)으로 집계됐다.

이에 정부는 식약처를 중심으로 의료용 마약류 식욕억제제 처방 정보를 분석해 안전사용기준을 벗어나 처방한 의사에게 서면 통보하는 ‘사전알리미’를 시행해왔다. 지난 2020~2021년 1차 시행 이후 오남용 처방(의심) 의사 수가 약 68% 감소하는 긍정적인 결과를 내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2차 사전알리미도 시행됐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의심사례들이 다수 남아있다. 의료용 마약류에 대한 오‧남용을 차단하고 안전한 사용 기반을 조성하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근거자료 및 출처
마약류 안전정보지 5호
2022. 07.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