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K투자증권 “부동산 경기 악화 및 원자재가격 인상 등으로 사업구조 변화 어려워”
KCC건설 측 “작년 4분기부터 영업이익 거둬… 작년 정점 오른 원가율도 하향 추세”

지난해 영업손실이 발생한 KCC건설이 7년 만에 적자 전환됐다.  / KCC건설
지난해 영업손실이 발생한 KCC건설이 7년 만에 적자 전환됐다.  / KCC건설

시사위크=김필주 기자  부동산 경기 악화로 지난해 7년 만에 적자를 본 중견건설사 KCC건설(2022년 기준 시공능력평가순위 27위)이 올해 체질 변화를 통한 실적 개선에 성공할 수 있을지를 두고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달 말 KCC건설이 구원투수로 재무전문가 출신인 이창호 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한 뒤 정몽열 회장과의 공동대표 체계로 조직을 재편했기 때문이다.

다만 새로 취임한 이창호 대표가 실적 개선이라는 과업을 달성하기까지는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원자재가격 급등 △고물가 △경기 침체 장기화 △회사의 사업구조 변화 △재무 안정성 추구 등 걸림돌이 산적해서다.

실제 최근 한 증권사는 이같은 요인들을 이유로 KCC건설이 실적 개선에 성공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 작년 11억원 영업손실 발생, 7년 만에 적자 전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KCC건설은 지난해 별도기준 매출 1조8,930억원을 기록하면서 전년 매출 1조3,639억원에 비해 38.8%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2021년 319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던 회사는 지난해 약 11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하면서 2015년(영업손실 935억원) 이후 7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또 1년 간 당기순이익도 472억원에서 44억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이처럼 지난해 KCC건설의 실적이 급락한 것은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건축 부문이 심각한 실적 부진을 겪어서다.

작년 전체 매출 1조8,930억원 중 건축 부문 매출은 1조6,397억원으로 약 86.6%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토목(12.0%, 2,268억원), 분양 등 자체사업(1.4% 266억원)은 다 합쳐봐야 13.4%에 불과하다.

KCC건설은 지난해 토목·자체사업 부문 등에서 약 67억원의 이익을 거뒀으나 건축 부문에서만 약 78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하면서 적자 전환됐다.

반면 올 1분기 KCC건설의 실적은 소폭 회복하는 모양새다. 다만 시장이 기대한 회복치에는 미치지 못해 아쉬움을 줬다. 

KCC건설의 올해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5,160억원, 9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0.4%, 12% 증가했다. 각 부문별 매출액은 건축 4,440억원(전년 동기 대비 15.6%↑), 토목 658억원(71.0%↑), 분양 등 자체사업 63억원이다.

◇ 부동산 경기 악화 등으로 회사 사업구조 변화 난항 예상

일각에서는 KCC건설이 실적 개선을 이루기 위해선 건축 부문에 집중된 현 사업구조를 변화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KCC건설은 건축 부문 매출 중 70%를 일반건축이 차지하고 있는데 물류센터·상업용건물 등을 건설하는 일반건축은 자재값 비중이 커 지금 같은 인플레이션 상황에서는 수익성이 낮다는 점이다.

증권가 역시 이 부분을 지적하면서도 현재 경제 상황으로 인해 KCC건설의 사업구조 변화가 오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24일 이선일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KCC건설의 건축부문은 물류센터‧공장‧사무동 건물 등 일반건축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며 “일반건축은 자재비 비중이 높은 원가구조로 인플레이션 국면에서는 수익성에 부담이 된다. 이같은 사업구조로 인해 금년 1분기에도 외형에 비해 다소 실망스러운 영업이익(93억원, 영업이익률 1.8%)을 기록했다”고 진단했다.

일반건축은 회전율(매출반영 속도)이 높아 단기간에 매출을 끌어올릴 수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고물가가 지속 중인 인플레이션 상황에서는 건설자재‧물류비‧인건비 등 원가 상승으로 높은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실제 지난해 KCC건설은 매출액 1조8,930억원 가운데 1조8,372억원을 공사비 등에 투입하면서 건설업계 최고 수준인 원가율 97%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는 작년 건설사 평균 원가율 약 93%를 상회하는 수치다. 지난해 DL이앤씨(91.9%), 금호건설(92.4%), 태영건설(91.5%), 계룡건설(91.1%) 등 주택사업 위주인 경쟁사 대부분의 원가율도 높긴 했으나 모두 평균치 아래의 원가율을 기록했다.

원가율 97%는 매출이 1,000억원일 경우 3%에 속하는 30억원만 매출총이익이 잡히는 것을 뜻한다. 매출총이익에서 판매‧관리비(판관비) 등을 차감한 금액이 영업이익이므로 높은 원가율에 판관비 부담까지 크다면 실제 얻는 영업이익은 더욱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일반건축에 집중된 사업구조를 수익성이 큰 주택사업 위주로 당장 전환하기도 어렵다. 작년 금리인상으로 시작된 부동산 경기 악화로 인해 주택사업 시장도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선일 연구원은 “KCC건설의 화두는 수익성인데 지금 당장은 사업구조 변화를 통한 수익성 개선을 기대하기가 어려운 환경(주택경기 부진, 원자재가격 부담 등)”이라며 “주택경기가 침체국면으로 돌아섰기 때문에 지금은 적극적으로 주택사업을 확대하기 보다는 관련 리스크 관리에 더 집중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여러 요인들로 인해 건설업계는 이창일 대표가 향후 사업구조에 어떤 변화를 줄 지 주목하고 있다.

최근 3년간 KCC건설 재무 현황 / KCC건설
최근 3년간 KCC건설 재무 현황 / KCC건설

◇ 최근 4년 간 하향 추세인 재무안정성 개선도 숙제  

이외에 점점 흔들리고 있는 재무안정성도 이창호 대표가 챙겨야 할 부분이다.

지난 2019년 175.4%였던 회사의 부채비율은 이듬해인 2020년 144.1%까지 낮아졌으나 2021년 146.3%를 기록하면서 상승세로 전환됐다. 이후 2022년 165.9%까지 오른 부채비율은 올해 3월말에는 185.3%까지 급등했다. 지난해말 기준 회사의 부채총계는 7,475억원으로 1년 전인 2021년말 6,473억원에 비해 15.5% 증가했다. 

이와 함께 작년 말 8.8%였던 순차입금 비율은 3개월 만인 올해 3월말 14.7%까지 올랐다. 순차입금 비율은 이자를 내는 차입금이 자기자본에서 차지하는 비율로 낮을수록 좋으며 마이너스(-) 비율은 이자를 갚고도 현금이 남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이자비용)도 매년 낮아지고 있는 추세다, 이자보상배율은 기업이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이익을 통해 이자비용을 갚을 수 있는 능력을 측정한 지표다. 이자보상배율이 1보다 낮은 회사는 이익을 통해 이자비용을 갚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KCC건설은 아직 심각한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4년 전에 비해 이자보상배율이 급격히 낮아졌다. 2019년 9.7을 기록했던 회사의 이자보상배율은 올해 3월말 2.6까지 떨어진 상태다.

KCC건설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전체로 봤을 때는 적자였지만 분기별로 살펴보면 작년 4분기를 기해 흑자로 돌아섰고 이어 올해 1분기에도 영업이익을 거두면서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사업구조 개선 필요성에 대해선 “당장 신사업을 추진하기 보다는 이전부터 강점으로 지목됐던 일반건축, 토목공사, SOC(사회간접자본) 관련 공사 등을 특화할 방침”이라며 “과거 플랜트 사업부문 진출 등 사업 다각화를 구상하기도 했으나 현재는 기존 강점 사업을 더 키우고 개선하려 한다”고 전했다.

높은 원가율과 관련해선 “원가율은 지난해 정점을 찍은 뒤 점점 내려가는 추세”라며 “원가율이 올라간 것은 노조 파업, 물류대란, 러-우크라 전쟁에 따른 원자재가 급등 등 불가항력적 요인들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작년 원가율이 97%까지 올라갔던 것은 하도급 업체가 어렵지 않도록 가격 변동분을 모두 반영한 영향이 크다”면서 “하지만 이러한 리스크 요인을 사전에 선제 대처한 탓에 전분기부터 원가율은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현재 경기 침체 상황에서 부채비율 및 이자보상배율 등 재무 안정성을 대폭 개선하기는 쉽지 않다”며 “단 재무 안정성이 급격히 빠른 속도로 악화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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