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해진 농협생명 대표이사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최근 당국이 경영진의 전문성 부재와 회사의 리스크관리 미흡을 정면으로 지적하며 경영유의 조치를 내렸기 때문이다. / 농협생명
윤해진 농협생명 대표이사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최근 당국이 경영진의 전문성 부재와 회사의 리스크관리 미흡을 정면으로 지적하며 경영유의 조치를 내렸기 때문이다. / 농협생명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윤해진 농협생명 대표이사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최근 당국이 경영진의 전문성 부재와 회사의 리스크관리 미흡을 정면으로 지적하며 경영유의 조치를 내렸기 때문이다. 

◇ 당국, 농협생명 경영진 전문성 제고 요구 “대부분 보험업 경력 부재”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은 최근 농협생명에 대한 검사를 마치고 경영유의사항 3건, 개선사항 4건의 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경영유의사항으로 △경영진의 보험업 전문성 제고 △리스크허용한도 강화 △자본적정성 및 순자산 관리 강화 등이 지적됐다. 

이 중 ‘경영진의 보험업 전문성’을 지적한 점이 이목을 집중시켰다. 금감원은 농협생명에 대해 “대부분의 이사가 보험업 관련 경력이 없거나 미흡한 수준”이라며 “향후 보험업경력 등을 고려해 이사회를 구성하는 등 이사회의 전문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 측은 “농협생명 전체 이사의 평균 보험업 경력은 4.8년에 불과하다”며 “대표이사 1명을 포함해 사외이사 2명, 비상임이사 2명 등 총 5명의 이사는 최초 선임 당시를 기준으로 보험업 경력이 전무했다”고 꼬집었다. 

업무집행책임자에 대해서도 전문성 지적이 이어졌다. 금감원 측은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선임된 업무집행책임자 대부분은 농협중앙회 및 농협은행 출신으로 보험업 관련 경력이 없었다”며 “보험업 전반에 대한 이해도 부족은 위기상황 발생 시 적절한 대응을 어렵게 할 우려가 있으므로 향후 업무집행책임자 선임 시 부문별 업무 특성 및 보험업 관련 경력 등을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농협생명은 농협금융 산하 계열사다. 대표이사를 비롯한 주요 경영진으론 농협중앙회 및 농협은행 출신들이 선임돼왔다. 특히 2017년 서기봉 전 대표 시절부터 보험업 경력이 없는 인사가 대표이사로 잇따라 낙점돼온 바 있다. 

올해 1월 농협생명 대표로 취임한 윤해진 대표 역시 보험업 관련된 직접적인 경력은 없는 실정이다. 윤해진 대표는 1990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해 농협은행 봉곡지점장, 의령군지부장, 농협중앙회 경남지역본부 경제부본부장을 지냈다. 또한 중앙본부 상호금융여신부장과 상호금융투자심사부장, 농협중앙회 경남지역본부 본부장을 거쳐 농협은행 부행장급인 신탁부문장까지 오른 뒤 올해 초 농협생명 대표로 발탁됐다. 

앞서 농협금융 측은 윤 대표 발탁 당시 상호금융 투자심사 및 여신 관련 업무 전반을 두루 섭렵한 기업투자 전문가로 소개했다. 그러면서 2023년 IFRS-17 도입을 앞두고 전략적 자산운용과 포트폴리오 개선을 통한 투자수익의 안정화가 필요한 상황에서, 기업금융 및 투자, 운용 등의 업무경험이 풍부한 인사를 발탁했다고 전한 바 있다.

이번 금감원 제재 조치는 지난해까지 검사 결과를 토대로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표까지 직접 겨냥했다고 보기 어렵겠지만 경영진의 전문성에 대한 지적인 만큼 부담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금감원은 회사의 리스크허용한도 관리의 허점도 지적했다. 금감원 측은 “지난해 리스크유형별 관리기준 수립 시 사전조치 발동기준을 전년 대비 완화해 사전조치의 실효성이 저해될 우려가 있는 등 리스크 허용한도 관리기준 운영에 미흡한 점이 있었다”고 꼬집었다. 

자본적정성 관리 능력도 도마 위에 올랐다. 금감원에 따르면 농협생명은 2020년 9월 지급여력(RBC) 비율 제고 등을 위해 유상증자를 실시하고, 만기보유채권을 매도가능채권으로 재분류했다. 당시 회계기준에 따라 만기보유증권은 장부가로, 매도가능증권은 시가로 평가됐다. 농협생명은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될 것으로 판단해 채권 재분류를 시행했으나 이는 순자산의 금리민감도가 확대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 자본적정성 관리 능력 도마 위

이에 농협생명은 지난해 금리 급등 시기에 직격탄을 맞았다. 채권 재분류 조치의 영향으로 매도가능채권에서 대규모 평가손실이 발생한 것이다. 결국 농협생명은 작년 9월말 자본잠식이 발생한 데 이어, 10월말에는 RBC비율이 100%를 하회하는 결과까지 맞았다. 이로 인해 농협생명은 지난해 금융당국의 적기시정조치 대상까지 올랐다. 

보험업 감독규정상 보험사의 RBC 비율이 100% 미만으로 하락할 경우 감독당국은 경영개선 권고를 내릴 수 있다. 다만 농협생명의 RBC 비율은 지난해 11월부터 100%를 상회하는 등 개선세를 보였다. 이에 따라 지난달 당국은 농협생명에 대한 적기시정조치를 유예하기로 결정했다.  

금감원은 이번 수시 검사를 통해 농협생명의 채권재분류 및 대응과 관련한 다양한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을 내놨다. 내부 의사결정, 이사회 보고, 사후관리, 위기상황 분석, 순자산관리 등에 있어 문제점이 있었다는 지적이다. 

금감원 측은 “회사는 2020년 9월 금리 시나리오(금리 변동폭 ±70bp 이내)별 단기(2021년) RBC비율 수준만을 추정하고, 금리하락 상황만을 가정한 내부 시나리오로 채권재분류를 반영한 위기상황분석을 실시했다”면서 “채권재분류 이후 금리변동이 중장기 재무건전성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검토가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또 “회사는 2021년 2월말부터 매도가능채권 평가이익이 3개월 연속 임계치를 하회하자 리스크 점검 등의 조치를 취했지만 금리 추가 상승에 대비한 구체적·실질적인 대응방안 마련 및 이행에 대한 논의를 하지 않았다”며 “2021년 하반기 시장금리 상승과 RBC비율 하락이 가시화되는 시점에 이르러서야 자본확충 등 대응방안을 논의했다”고 꼬집었다. 

금감원은 이러한 문제점을 토대로 농협생명에 대해 재무건전성 악화 및 리스크관리 부실에 대한 원인규명 및 재발방지 방안 마련, 자본적정성 및 순자산의 안정적인 관리를 위한 리스크관리체계 강화를 요구했다.  

이 외에 개선사항으로 문서관리업무·팀별업무분장 관리·재해복구시스템 운영·투자한도 관리와 관련한 미흡한 점을 지적했다. 

농협생명은 올해부터 새로운 회계기준이 적용된 효과로 수익성 지표가 대폭 개선됐다. 농협생명의 1분기 순익은 1,14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66.5% 증가했다. 건전성 지표도 신지급여력제도 도입과 자본확충 시행으로 개선세를 보였다. 3월 말 기준 농협생명의 지급여력(K-ICS)비율은 296.1%(추정치)로 나타났다. 지난해까지 산출 방식과 비교하면 대폭 개선된 수준이다. 지난해 말 RBC 비율은 147.5%에 그친 바 있다. 

다만 앞서 리스크관리 등과 관련한 다양한 문제점이 노출된 만큼 윤해진 대표의 어깨는 무거울 전망이다. 

농협생명 측은 “당국의 조치 내용을 반영해 개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경영진 전문성 제고와 관련해 농협생명 관계자는 “현재 보험 실무경험이 풍부한 이사(상근감사, 비상임이사, 사외이사 등 총 4명)가 고르게 구성돼 있으나 향후 이사회 선정 시 보험경력을 고려해 더욱 확대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어 “업무책임자는 당사 주력 채널인 농·축협 영업 비중, 정서 등을 고려해 검증된 인원을 임명하고 있으며, 현재 내부 출신 2명이 포함돼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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