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매튜 페퍼저축은행 대표가 이중고를 맞게 됐다. 실적 및 건전성 관리에 적신호가 켜진 가운데 최근엔 당국의 제재 우려까지 부상했기 때문이다. /페퍼저축은행
장매튜 페퍼저축은행 대표가 이중고를 맞게 됐다. 실적 및 건전성 관리에 적신호가 켜진 가운데 최근엔 당국의 제재 우려까지 부상했기 때문이다. /페퍼저축은행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장매튜 페퍼저축은행 대표가 이중고를 맞게 됐다. 실적 및 건전성 관리에 적신호가 켜진 가운데 최근엔 당국의 제재 우려까지 부상했기 때문이다. 10년 넘게 회사를 이끌어온 장매튜 대표가 여러 낙관을 극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대규모 적자에 건전성 악화

저축은행업계는 1분기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대부분의 저축은행이 악화된 실적을 줄줄이 발표했다. 실적 부진은 어느 정도 예고됐던 부분이었다. 저축은행중앙회는 급격한 금리 인상에 따른 조달비용 상승과 대손충당금 적립 비율 확대 등으로 업계의 실적이 크게 악화될 것으로 내다본 바 있다.  

뚜껑을 열어보니 상황은 예상보다 더 심각했다. 심지어 자산규모 상위사중에서 수백억대 적자를 낸 곳도 나타났다. 페퍼저축은행이 그 중 한 곳이다. 

경영공시에 따르면, 페퍼저축은행은 올해 1분기 253억원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순이익은 전년 동기(101억원) 대비 354억원 줄며 적자전환했다. 

호주계 저축은행인 페퍼저축은행은 업권 내 자산규모 5위사다. 페퍼저축은행은 자산규모 5대 상위 저축은행(SBI·OK·한국투자·웰컴·페퍼저축은행) 중 유일하게 대규모 적자 실적을 냈다. 

올해 1분기 5개 대형저축은행의 순이익 합계는 378억원으로 지난해 동기(1,711억원)보다 78% 급감했다. OK저축은행을 제외하고 4개 저축은행 모두 순이익이 급감했다. 이외에 대부분 중대형 저축은행 실적이 좋지 못했다. 자산규모 10위권 내 저축은행사 중엔 애큐온저축은행(-203억원), 다올저축은행(-29억원), 상상인저축은행(-175억원) 등이 적자 실적을 냈다. 

이어 조단위급 이상 저축은행인 HB저축은행(-198억원), 대신저축은행(-175억원), KB저축은행(-126억원), JT친애저축은행(-106억원), 우리금융저축은행(-95억원), 상상인플러스(–88억원), OSB(–86억원) 등이 적자를 기록했다. 

1분기 페퍼저축은행인 고정이하여신비율은 6.61%로 전년 동기(2.82%)보다 3.79%p(퍼센트포인트) 상승했다. / 페퍼저축은행 홈페이지 캡처
1분기 페퍼저축은행인 고정이하여신비율은 6.61%로 전년 동기(2.82%)보다 3.79%p(퍼센트포인트) 상승했다. / 페퍼저축은행 홈페이지 캡처

페퍼저축은행은 이러한 중대형 저축은행 중 손실 규모가 가장 컸다.

실적 악화 배경으론 이자비용 상승과 대규모 충당금 적립 등이 거론된다. 

페퍼저축은행의 1분기 이자비용은 545억원으로 전년 동기(304억원) 대비 241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이자수익이 전년 동기(1,234억원) 대비 76억원 늘어난 1,310억원에 그친 반면 비용이 대폭 증가한 것이다. 페퍼저축은행의 1분기 대손충당금은 2,837억원으로 전년 동기(1,756억원)  대비 1,000억원 이상 늘어났다. 

건전성 지표도 크게 악화되는 추세를 보였다. 1분기 페퍼저축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6.61%로 전년 동기(2.82%)보다 3.79%p(퍼센트포인트) 상승했다. 연체율은 지난해 1분기 2.42%에서 올해 1분기 5.82%로 치솟았다. 자본적정성 지표인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10.81%로 전년 동기(10.44%)보다 소폭 개선됐다.  

페퍼저축은행은 최근 몇 년간 가파른 자산성장세를 통해 업계 ‘빅5’로 도약한 곳이다. 페퍼저축은행은 페퍼그룹이 2013년 10월 옛 늘푸른저축은행을 인수해 출범한 저축은행이다.

출범 첫해 자산이 4,004억원에 불과했지만 경기도와 호남 지역을 중심으로 공격적인 영업을 펼치며 자산을 빠르게 불렸다. 2016년 총 자산이 1조원을 넘어선 데 이어, 최근 몇 년간 급성장세를 보여 왔다. 페퍼저축은행의 자산은 올해 1분기 기준 6조347억원으로 나타났다. 다만 업황 악화로 실적 및 자산건전성 관리에 적신호가 들어온 모습이다.

◇ 주요 저축은행사 작업대출 적발건 제재 임박 

이에 따라 장매튜 대표이사의 어깨는 무거워진 상황이다. 장매튜 대표는 2013년 취임해 10년 가까이 CEO 자리를 지켜온 업계 대표적인 장수 CEO다. 그는 그간 회사의 자산 성장을 이끌면서 탁월한 경영성과를 보여 왔다. 다만 최근 업황 악화로 그의 리더십도 시험대에 오른 모양새다. 

장매튜 대표의 부담은 또 있다. 주요 저축은행사의 작업대출 논란과 관련한 금융당국의 제재 절차가 임박한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은 이달 중순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를 열어 작업대출 정황이 적발된 SBI·OK·페퍼·애큐온·OSB 등 5개 저축은행과 관련한 제재 안건을 상정해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작업대출이란 대출이 곤란한 무직자나 신용불량자들에게 대출모집인 등이 접근해 서류 조작을 통해 대출을 받도록 하거나 개인 차주를 사업자로 둔갑시켜 가계대출 규제를 피해 주담대를 받도록 하는 것을 뜻한다.

금감원은 지난해 6부터 12월까지 SBI·OK·페퍼·애큐온·OSB 등 사업자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잔액 상위 5개 저축은행과 대출모집인 등에 대한 현장검사를 실시한 결과 1조2,000억원의 사업자 주담대가 부당취급된 사실을 파악했다. 

금감원은 조만간 제재심를 열고 작업대출을 벌인 SBI·페퍼·OK·애큐온·OBS저축은행에 대한 징계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업계에선 기관 및 임원에 엄중한 제재가 내려질 것으로 보고 징계 수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편 페퍼저축은행은 집행임원 14명이 중도 사임했다고 8일 공시했다. 이에 대해 페퍼저축은행 측은 “조직개편에 따라 사임한 것”이라며 “직원으로 재채용했다”고 전했다. 제재심을 앞두고 조직 내에 대거 변화가 감지되면서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근거자료 및 출처
1분기 경영 실적 공시
2023. 05. 31 페퍼저축은행
임원해(사)임공시
2023. 06. 08 페퍼저축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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