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봉철 롯데손해보험 대표.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롯데손해보험(대표 이봉철)이 오는 14일 주주총회를 앞두고 구설에 휘말렸다. 이번 주총에 올리는 안건 중 △고위임원들에 대한 보수총액을 늘리고 △임원 퇴직금 대상자를 확대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돼서다. 외부에서는 지난 2년 동안 적자에 허덕이다 이제 겨우 흑자로 전환한 롯데손보가 임원들 주머니부터 챙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자공시에 따르면 롯데손해보험(이하 롯데손보)는 오는 14일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이번 주총에 논의되는 사안은 △제69기(2013.04.01~2013.12.31) 재무제표 승인의 건을 비롯해 △정관 일부 개정의 건 △이사 선임의 건 △사외이사인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의 건 △이사보수 한도액 승인의 건(금42억원) △임원 퇴직금 지급 규정 개정의 건 등이다.

이중 관심을 끄는 것은 △이사보수 한도액 승인의 건(금42억원) △임원 퇴직금 지급 규정 개정의 건이다. 롯데손보는 이번 주총에서 이사의 보수한도 총액을 종전 38억원에서 42억원으로 올리고, ‘이사대우’를 퇴직금 대상자에 포함시키는 등 임원들의 대우를 조정하는 내용을 논의한다.

◇ 허리띠 졸라매 흑자 내니 임원들만 잔치?

해당 사안들을 두고 뒷말이 일고 있는 것은 롯데손보가 지난 2년 동안 적자에 허덕이다 이제 겨우 흑자로 돌아선 시점이기 때문이다. 실제 롯데손보는 2011회계연도 주총에서 이사 보수한도 총액을 17억원에서 38억원으로 올린 뒤 2년 만에 이사 보수한도 총액을 올리겠다며 나섰다.

전자공시에 따르면 롯데손보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56억2,981만원으로 전년보다 흑자전환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1조5,055억6,075만원으로 전년보다 23.1% 감소했지만 당기순이익은 49억1,267만원으로 흑자전환했다. 지난해 회계연도를 4월에서 12월까지 9개월로 변경하면서 매출 및 이익이 감소한데 따른 것으로, 인건비와 일반관리비가 감소하면서 손익이 증가한 것이란 분석이다.

하지만 지난 2년간 롯데손보는 실적부진에 허덕였다.  2010년부터 시장점유율이 떨어지기 시작해 지난 2012년 3월엔 건전성 부문에서 경고등이 켜질 정도였다. 건전성이 하락하면서 2012년 12월 1237억원의 자본 확충을 단행했으나 실적은 개선되지 않았다. 회사는 2012 회계연도에 188억원의 영업 손실을 냈고, 시장점유율 역시 3%에 머물며 고전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일각에서는 “롯데손보가 샴페인을 너무 빨리 터트린 것 아니냐”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허리띠를 졸라매 겨우 흑자를 냈더니 고위임원들 주머니부터 챙긴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 경기침체와 경영환경 악화에 따라 임원퇴직금 제도를 비롯해 보수총액한도를 낮추는 기업이 늘고 있다는 점에서 롯데손보의 이 같은 모습은 ‘거꾸로 행보’라는 지적이 많다.

실제 증권사들의 경우, 이번 주총에서 임직원들의 퇴직위로금을 폐지하거나 기준을 강화했고, 이사들의 보수총액도 삭감했다. 수익이 줄면서 배당도 크게 줄였다. 비용 절감을 위해서다. 미래에셋증권의 경우엔 적자가 나면 퇴직공로금을 지급하지 않는 등 퇴직공로금 지급 규정도 까다롭게 변경한다는 내용을 주총에서 논의할 예정이다.

물론 롯데손보와 비교하기엔 규모 등 모든 면에서나 차이가 있지만, 최근 이 같은 추세는 비단 증권사만의 움직임이 아니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 롯데손보 “흑자 폭 워낙 적어… 임원들 챙기기와 연관 짓기엔 무리”

이에 대해 롯데손보 측은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격”이라는 입장이다. 쉽게 말해 지금 상황이 ‘오해’라는 것이다.

롯데손보 홍보실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임원 보수 총액 한도가 늘어난 것은 임원 숫자가 늘어난 데 따른 자연적인 현상”이라면서 “‘이사대우’를 퇴직금 지급 대상에 포함시킨 것도 당연한 조치라고 본다. 사실 ‘이사대우’는 임원임에도 불구하고 임원이 아닌 대접을 받아 이번에 개정안을 통해 임원으로 격상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또한 이사 대우를 임원에 포함시키는 등의 내용은 그룹 전체적인 판단이지, 롯데손보 자체적인 판단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롯데손보 관계자는 “공교롭게도 흑자가 난 상황에서 이사 보수총액한도 상향 등이 논의된 것 뿐”이라면서 “만약 적자가 났다하더라도 보수한도 총액 상향 등은 그대로 진행됐을 것이다. 이미 논의가 진행돼오던 부분인데, ‘오비이락’ 격으로 괜한 오해를 받고 있어 억울한 면이 없지 않다”고 푸념 했다.

이어 “만약 롯데손보가 오너 회사라면, 임원들의 보수를 올리는 부분에 대해 ‘자기 밥그릇 챙기기’라는 지적을 할 수 있겠지만, 롯데는 기본적으로 그런 상황이 아닌데다, 임원 보수 자체가 적은 편이어서 ‘챙기기’ 지적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본다”면서 “게다가 흑자가 났다고는 하지만, 다른 기업의 한 달 흑자규모 밖에 안될 만큼 흑자폭이 적지 않느냐. 이런 상황에서 만약 (임원 보수를) 더 줄이라고 하면 아마 다른 기업들 부장보다 보수가 적을 것이다. 흑자가 났다고 해서 곧바로 임원들 주머니 챙기기에 나설 정도로 그렇게 정신 못 차리는 회사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한편 롯데손보 측은 흑자전환과 관련, 직원들에 대한 성과급 계획을 묻는 질문에 “성과급 논의는 아직까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롯데손보는 현 이봉철 대표이사 후임으로 김현수 전무가 선임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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