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그룹 계열사인 하나손해보험 내에 뒤숭숭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지난해 대규모 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올 1분기도 적자 실적을 낸 가운데 노사 갈등이 고조되고 있어서다. 사진은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금융그룹 명동 사옥 앞에 붙은 플래캐드. / 이미정 기자
하나금융그룹 계열사인 하나손해보험 내에 뒤숭숭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지난해 대규모 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올 1분기도 적자 실적을 낸 가운데 노사 갈등이 고조되고 있어서다. 사진은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금융그룹 명동 사옥 앞에 붙은 플래캐드. / 이미정 기자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하나금융그룹 계열사인 하나손해보험 내에 뒤숭숭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지난해 대규모 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올 1분기도 적자 실적을 낸 가운데 노사 갈등까지 고조되고 있어서다. 하나손보 노조는 실적부진에 대한 김재영 대표이사의 경영 책임론을 거론하며 대규모 시위를 준비 중이다.

◇ 노조, 경영진 실적 부진 책임론 거론하며 대규모 시위 예고

보험업권에 따르면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 산하 하나손해보험 지부(이하 하나손보 노조)는 12일자로 중앙노동위원회(이하 중노위) 조정회의가 최종 결렬됨에 따라 대규모 투쟁 시위를 준비하고 있다. 앞서 하나손보 노조는 사측과의 임금단체협상(임단협)이 결렬되자 중노위에 노동쟁의 발생의 건과 관련해 조정 신청한 바 있다. 

이병돈 하나손보노조 지부장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쟁의권을 확보한 만큼 단계적인 투쟁 시위를 준비하고 있다”며 “현재는 직원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진행 중이며, 조만간 지주 본사 앞 시위도 재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또 내달 7일께 하나금융그룹 본사 앞에서 대규모 시위도 계획 중이라고 전했다.

하나손보 내 노사 갈등은 임단협에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촉발된 것으로 알려진다. 사측은 지난해 실적 악화를 이유로 임금교섭에서 ‘임금 동결’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는 경영진은 어떤 책임도 지지 않은 채 직원에게만 고통 분담을 떠넘기고 있다고 반발했고, 사측 제시안에 거부했다. 

이 지부장은 “회사가 어려우면 직원들도 어느 정도 감내할 수 있다”면서도 “문제는 임원과 대표이사 등 경영진은 실적 부진에 대한 어떤 책임도 지지 않은 채 직원에게만 고통분담을 떠넘기고 있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하나손보는 2020년 6월 하나금융 자회사로 편입된 곳이다. 하나금융은 비은행 부문 강화 차원에서 한국교직원공제회의 자회사였던 옛 더케이손해보험을 인수한 바 있다. 하나손보의 전신인 더케이손보는 텔레마케팅(TM) 채널을 중심으로 한 자동차보험에 집중된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는 보험사로 수년째 실적 악화에 시달려왔던 곳이었다. 

대주주 교체 후 ‘디지털 종합 손보사로 도약한다’는 목표 아래 새롭게 출발한 하나손보는 저조한 실적 흐름을 이어오고 있다. 2021년 사옥 매각이익 등의 효과로 흑자전환에 성공한 뒤 지난해부터 대규모 적자 기조를 이어오고 있다. 

하나손보는 지난해 70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올 1분기엔 83억원의 손실을 냈다. 이에 대해 하나손보 측은 상품 포트폴리오 체질 변경 및 비용 투자 등으로 불가피하게 수익성이 악화됐다는 설명이다. 

하나손보 관계자는 “장기 보험 판매를 확대하고 있어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단계”라며 “차세대 보험업무시스템 구축비용 등도 실적에 일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하나손보 노조 측이 실적 부진과 관련해 김재영 대표의 책임론을 거론하며 대규모 시위를 준비하고 있다. / 하나손보
하나손보 노조 측이 실적 부진과 관련해 김재영 대표의 책임론을 거론하며 대규모 시위를 준비하고 있다. / 하나손보

하나손보는 하나금융 편입 이후 상품 포트폴리오 체질 개선과 판매채널 다각화를 꾀해왔다. 자동차보험 비중을 줄이고 장기 보험을 확대하는 한편, 디지털 상품을 강화하고 미니보험 형태의 생활보험을 잇따라 출시해왔다. 

다만 수익성 악화 기조가 이어지면서 조직 내부엔 파열음이 일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해 3월 취임한 김재영 대표 역시 이러한 노사 갈등으로 곤혹스런 입장에 몰렸다. 

노조 측은 실적 부진에 따른 김재영 대표의 책임론을 강하게 거론하고 있다. 또한 김 대표가 무리한 차세대 보험업무 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전산장애 등 업무 혼란과 비용 손해가 발생했다는 주장도 펼치고 있다.

이에 대해 하나손보 측은 “시스템 도입 초기엔 안정화까지 다소 시간이 필요하며, 현재는 많이 안정화된 상태”라고 설명했지만 노조 측은 아직도 일부 시스템엔 오류가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나손보 노사 갈등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노조 측이 대규모 시위를 예고한 만큼 갈등이 심화되는 양상으로 확대될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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