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호텔 해고 노동자들이 1년 6개월 넘도록 천막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고진수 서비스연맹 관광레저산업노동조합 세종호텔지부장은 13일 와의 인터뷰에서 호텔 매출이 회복해 정상 경영이 가능해진 만큼 복직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 조윤찬 기자
세종호텔 해고 노동자들이 1년 6개월 넘도록 천막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고진수 서비스연맹 관광레저산업노동조합 세종호텔지부장은 13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호텔 매출이 회복해 정상 경영이 가능해진 만큼 복직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 조윤찬 기자

시사위크|명동=조윤찬 기자  세종호텔 해고 노동자들이 1년 6개월 넘도록 천막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19 유행 시기에 해고된 이들은 현재 세종호텔 매출이 회복해 정상 경영이 가능해진 만큼 서둘러 복직이 이뤄지길 바라고 있다. 반면 사측은 경영 어려움으로 인해 이뤄진 적법한 해고였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양측의 대립이 지속되고 있다.

◇ 경영악화에 구조조정… “세종호텔 정규직 10분의 1로 줄어”

세종호텔은 코로나19 감염병으로 인한 경영악화를 이유로 2021년 12월 10일 12명의 직원을 정리해고 했다. 해고 노동자들로 구성된 ‘세종호텔 정리해고 철회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세종호텔 공대위)’는 정리해고가 이뤄진 날부터 1년 6개월이 넘은 현재까지 서울 중구에 위치한 세종호텔 앞에서 천막 농성을 이어오고 있다. 해고 노동자들은 민주노총 산하 서비스연맹 관광레저산업노동조합 세종호텔지부 소속이다.

기자는 13일 고진수 세종호텔지부장과 천막에서 만나 이야기 나눴다. 고 지부장에 따르면 세종호텔은 2021년 식음료사업부를 폐지했다. 해고된 사람들은 조리, 웨이터, 객실청소, 객실 정비 등의 일을 했다. 모두 민주노총 소속이다. 먼저 민주노총 소속 15명은 해고예고 통보를 받았다. 이 중 3명은 위로금을 받고 희망퇴직했고, 그렇지 않은 나머지 12명은 이후 해고 됐다.

세종호텔은 지속적으로 정리해고를 진행했다. 2010년 당시 정규직 직원은 260명이었지만, 현재 남아있는 정규직은 22명이다. 고 지부장은 “정규직이 10여년 만에 10분의 1로 줄어들었다. 세종호텔에는 민주노총 조합원은 3명이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 “4성 등급 유지하려면 식음료사업부 있어야”

세종호텔 정리해고 철회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세종호텔 앞에 천막을 설치하고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 조윤찬 기자
세종호텔 정리해고 철회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세종호텔 앞에 천막을 설치하고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 조윤찬 기자

세종호텔은 등급 심사를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대위는 세종호텔이 4성 등급을 유지하려면 해고 노동자 복직이 필수라고 보고 있다. 고 지부장은 “그래야 호텔이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 호텔 객실에 룸서비스가 없고, 조식이 없는 등 식당이 운영되지 않고 있다. 현 상황에선 4성급 호텔이 유지되기는 어렵다. 등급심사는 3년마다 이뤄진다. 4성 호텔이었는데 지금은 자격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원래 지난해 12월이 등급심사한지 6년이 되는 시기였다. 하지만 무슨 이유인지 현재 6월로 등급심사가 유예됐다. 등급보류 결정이 나와도 벌금 300만원 내고 재신청을 할 수 있다. 4성 자격이 안 되도 올해 말까지는 4성급 호텔로 영업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호텔 등급 결정사업은 한국관광협회중앙회에서 하고 있다. 협회의 ‘관광호텔업 등급평가기준’을 보면 식음료업장이 2개 미만인 경우 등급이 보류된다고 명시돼 있다.

협회 관계자는 “식음료사업부는 서비스에 문제가 없다면 외주화도 가능하다. 그러나 조식은 관광 숙박업이면 의무로 해야 한다. 룸서비스는 12시간 이상 가능해야 한다”고 말했다. 호텔 등급 상관없이 조식과 룸서비스는 필수라는 설명이다.

해고 노동자들은 현재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묻자 고 지부장은 “투쟁을 진행하면서 생계를 위해 다른 일을 찾아서 나간 사람들이 일부 있고, 지난해에는 한 분이 정년이었다. 나머지 사람들은 실업급여 받고, 서비스연맹의 지원금 받고 생활하고 있다. 서비스연맹 지원금은 복직하면 환원하게 된다”고 답했다.

◇ 객실 매출 90% 회복… “복직 이뤄져야”

공대위 측은 세종호텔이 해고 이유로 밝힌 경영악화 상황이 해결됐기 때문에 복직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세종호텔에는 333개의 객실이 있다. 고 지부장에 따르면 코로나 이전에는 평일 객실 예약률이 70%, 주말은 80에서 90% 이상의 예약률을 보였다. 성수기에는 객실 월매출이 9억원이었다. 그러나 2020년에는 객실 예약률이 10%대로 하락하고, 월매출은 1억원을 기록했다. 떨어졌던 세종호텔 매출은 엔데믹 전환과 함께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호텔을 이용하는 고객은 외국인이 다수다.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호텔 매출도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게 고 지부장의 설명이다. 그는 “최근 객실 월 매출이 7, 8억원이 됐다. 매출이 거의 90% 회복된 것”이라고 전했다.

세종호텔은 2021년 8월 정리해고 협의체를 만든 바 있다. 민주노조 세종호텔지부, 세종연합노동조합, 비노조원 등에서 각각 1명씩 노동자 대표를 선정해 이들과 정리해고자 선정기준을 논의하는 것을 계획했다. 그러나 민주노조 측은 이 논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협의체에 참여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고 지부장은 “이전에 민주노조가 소수노조였을 때에는 다수노조인 세종연합 노조와 교섭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2021년 민주노조가 다수노조인 당시에는 소수노조 의견도 필요하다며 협의체에 참여하게 했다. 이는 규모가 다른 노조가 협의체에선 비중이 같아지게 한다. 게다가 사측은 세종연합노조와 개별교섭도 진행했다”고 답했다.

또한 이미 희망퇴직한 사람들이 많았다. 남아있는 사람들을 정리해고해서 아낄 수 있는 인건비가 적은 것도 협의체에 참여하지 않은 이유다. 고 지부장은 2020년부터 2년간 고용유지지원금을 지원 받았지만 사측이 추가 신청하지 않은 점도 비판했다. 그는 “사측은 4대 보험 비용이 계속 발생하니까 고용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협의체가 만든 선정기준은 △3년 치 인사고과 성적 △상벌사항 △외국어 구사 능력 △근속연수 △부양가족 △다른 가족의 소득 △재산 △장애 유무 등이다. 이 기준에 따라 정리해고 대상자가 선정됐다.

◇ 세종대 “적자 상황에서 정리해고는 합법”… 세종호텔, 객실영업 위주 경영 방침

세종호텔 정리해고 철회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해고 노동자 문제에 대양학원이 책임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 조윤찬 기자
세종호텔 정리해고 철회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해고 노동자 문제에 대양학원이 책임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 조윤찬 기자

공대위는 세종호텔을 소유한 학교법인 대양학원이 이 문제에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대양학원은 세종대학교를 비롯한 여러 사립학교를 운영하고 있고, 수익사업체로 세종호텔을 갖고 있다.

고 지부장은 “재단이 책임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 사업체를 방치하는 것은 재단 이사회가 책임을 다하지 않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공대위는 지난해 세종대학교 대학생들과 교직원 1,100여명으로부터 정리해고 사태를 이사회가 해결하라는 내용의 서명을 받았다. 공대위는 아직 대양학원 이사회에 이를 전달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대양학원 관계자는 “세종호텔 관련해선 입장을 밝히지 않겠다”고 말했다. 세종대학교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전화통화에서 “한국에선 노동법상으로 기업이 적자인 상황에서는 합법적으로 해고할 수 있다. 노동위원회에서도 세종호텔이 코로나 기간 500억원 적자이기 때문에 합법이라고 판단이 나왔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의 메리어트 호텔은 90% 해고했다. 미국은 흑자인 상황에서도 해고할 수 있다. 반면 한국은 적자인 상황에서 해고가 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노동자들이 대학교에 와서 집회를 해 수업 진행이 어려운 적이 있었다. (대학 안에 위치한) 교회 예배에도 지장을 줬다“고 비판했다.

공대위는 세종호텔이 4성 등급을 유지하려면 식음료사업부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세종대 관계자는 “해당 사항은 경영진이 판단하게 된다. 노동자분들이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고 답했다.

이종길 세종호텔 대표는 전통적인 호텔 경영 방식을 고수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전화통화에서 “4성 등급을 유지하려면 기본적으로 호텔에 식당이 구비돼 있어야 한다”며 “이건 고 지부장 말이 맞다. 그러나 최근 객실 영업만 하는 호텔들이 있다. 등급에 연연하지 않는다. 현 경영 방침은 객실 영업 위주로 하는 것이다. 세종호텔은 앞으로 식당을 할 뜻이 없다. 호텔업계를 보면 식음료사업이 손익이 나오지 않는다. 현재 1층 식당 하나를 외부에 임대를 줘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노동자들이 복직될 가능성은 없다”고 덧붙였다.

◇ 공대위 “부동산 2,000억원, 해고회피 노력 없어”, 이종길 대표 “몇 년간 매각 시도”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해 3월 12명의 세종호텔 해고 노동자가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기각했다. 이어 같은 해 7월 중앙노동위원회도 부당해고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서울지노위의 판단을 유지한 것이다.

서울지노위는 “코로나19로 인해 호텔의 매출액이 급감하고 영업 적자가 발생하는 등 경영상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세종호텔은 2020년부터 고용유지지원금을 받는 유급휴직, 희망퇴직 등을 실시했다. 또한 골프회원권 등을 매각한 점이 해고를 회피하기 위한 노력으로 인정받았다.

해고 대상자 선정 기준이었던 외국어 구사 능력에 대해선 해고 노동자들에게 불필요했다는 의견이 나왔다. 그러나 서울지노위는 해당 기준은 협의체를 통해 만들어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고진수 지부장은 “세종호텔이 보유한 부동산이 2,000억원이 넘는다. 골프회원권 4억5,000만원, 자회사 지분 매각 등으로 7억원 정도 처분했다. 이를 두고 해고회피를 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종길 대표는 “골프 회원권을 갖고 있으면서 직원들을 해고하는 것은 안 된다. 그래서 처분했다. 부동산은 매각하려고 몇 년을 시도했는데 매각이 안됐다. 정리해고할 때는 호텔이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노동위원회 판단에 불복한 공대위는 서울행정법원에서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재심판정취소 소송은 오는 16일 재판이 예정돼 있다. 고 지부장은 “16일 재판이 결심이라면 1심 판단은 8월이나 9월정도에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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