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화학, 수 차례 걸쳐 이수건설 유상증자 참여… 2021년 사옥 매각 대금 전액 투입

중견건설사 이수건설이 원자재가격 급등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에 이어 올 1분기에도 적자를 이어갔다. / 이수건설 홈페이지 갈무리
중견건설사 이수건설이 원자재가격 급등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에 이어 올 1분기에도 적자를 이어갔다. / 이수건설 홈페이지 갈무리

시사위크=김필주 기자  지난해 영업손실이 발생하면서 적자 전환된 중견건설사 이수건설이 올 1분기에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실적 개선까지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작년 하반기부터 악화된 부동산 경기가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면서 이같은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수건설의 모기업 이수화학이 이번에도 구원투수 역할에 나설지 주목하고 있다. 이수화학은 과거 수차례 이수건설의 위기 때마다 유상증자에 참여해 자금을 지원한 이력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이수건설이 예상과 달리 단기간에 실적 개선에 이를 수 있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올해 2분기 이수건설의 실적 개선 성공 여부를 두고 건설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지난해 적자 전환 이후 올 1분기 실적도 부진

이수건설이 공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4,745억원으로 전년 3,569억원에 비해 32.9%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공사수입이 3,481억원에서 4,651억원으로 크게 늘어난 영향이다.

다만 원자재가격 상승으로 인해 건설자재 가격이 덩달아 오르면서 수익성은 저조해졌다. 매출에서 차지하는 매출원가의 경우 지난해 4,474억원으로 1년 전 3,190억원에 비해 40.2% 증가했다.

이 여파로 원가율은 89.3%에서 94.2%로 4.9%p(퍼센트포인트) 상승했고 매출총이익은 379억원에서 270억원으로 감소했다. 즉 공사규모는 늘었으나 실제 가져간 수익은 적어진 것이다.

영업실적은 42억원의 손실이 발생하면서 적자 전환됐다. 2021년 38억원을 거뒀던 당기순이익도 지난해 50억원의 손실이 생겨 적자로 돌아섰다. 

이와 함께 주요 도급공사 계약금액도 1년 새 1조1,957억원(2021년말 기준)에서 1조400억원(작년말 기준)으로 줄어 향후 수익성 개선에 부담 요소가 되고 있다.

다만 비교적 적은 차입금으로 인해 재무안정성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회사의 단기차입금과 장기차입금은 각각 137억원, 56억원으로 같은 기간 회사가 보유한 현금 306억원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회사의 실적 부진은 올 1분기에도 이어지고 있다. 이수건설 모기업인 이수화학이 최근 발표한 분기보고서에 의하면 이수건설의 올 1분기 매출은 1,204억원이다. 이는 작년 1분기 4,672억원 보다 74.2% 급감한 규모다. 손실규모도 1년 전에 비해 더욱 커졌다. 작년 1분기 25억원이었던 순손실 규모는 올 1분기 73억원까지 불어났다.

이수건설의 손실 규모가 작년 1분기 25억원에서 올 1분기 73억원으로 증가했다. 사진은 이수건설의 대표 브랜드인 브라운스톤 단지 조감도 / 이수건설
이수건설의 손실 규모가 작년 1분기 25억원에서 올 1분기 73억원으로 증가했다. 사진은 이수건설의 대표 브랜드인 브라운스톤 단지 조감도 / 이수건설

◇ 이수화학, 올해에도 이수건설 구원투수 역할 수행하나

이수건설의 실적 부진이 올 1분기까지 이어지자 업계는 이수화학이 올해에도 구원투수 역할을 자행할지 주목하고 있다. 이수건설 지분 85.03%(2022년말 기준)를 보유한 이수화학이 과거 회사 위기 때마다 구원투수로 나서 길을 열어 준 사례가 다수 존재해서다.

이수화학은 지난 2009년 8월 이수건설 유상증자에 단독 참여해 460억원의 자금을 투입한데 이어 2010년·2013년 유상증자 때도 각각 800억원, 500억원의 자금을 지원했다.

2018년 12월 말에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 사옥 매각 대금 600억원을 이수건설 유상증자에 투입했고 2021년 3월에도 이수건설 유상증자에 참여해 약 700억원을 지원한 바 있다.

다만 올해 이수화학이 이수건설의 구원투수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글로벌 경기 침체 영향 등으로 이수화학 역시 지난해 실적이 하락해서다.

이수화학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 2조2076억원, 영업이익 36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9.6%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56.1% 감소했다. 이수화학의 실적 감소에는 종속회사인 이수건설의 실적 부진도 영향을 끼쳤다.

이에 따라 이수화학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김상범 이수그룹 회장의 의중이 어느 때보다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수건설을 종속회사로 둔 이수화학의 최대주주는 지주회사 이수로 올 3월말 기준 지분 24.77%를 보유 중이다. 지주회사 이수는 이수엑사켐과 김상범 회장이 각각 지분 73.4%, 26.6%를 소유하고 있다. 이수엑사켐의 경우 김상범 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다.

따라서 추후 이수화학이 이수건설 살리기에 나서려면 김상범 회장의 의중이 가장 중요하다는게 건설업계 중론이다.

한 증권사 선임연구원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그간 많은 중견 건설사들이 대형 건설사 간 경쟁이 치열한 서울‧수도권 보다 지방 주택 분양사업에 치우친 측면이 있다”며 “허나 최근 부동산 경기 악화로 지방 미분양 급증과 청약시장 양극화로 중견 건설사 대부분이 어려움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수건설 역시 타 중견건설사와 마찬가지로 원자재가격 급등, 미분양 증가 영향으로 실적이 악화된 상황”이라며 “단 양호한 재무건전성, 이수화학이라는 든든한 배경 등은 현 상황에서 타 경쟁사 대비 우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다만 이수건설은 과거 한 때 거듭된 실적부진으로 매각설에 휩싸인 바 있다”며 “그런 만큼 사업 다각화, 수익성 좋은 신규사업 발굴 및 수주 등 실적 개선을 위해 어느 때보다도 노력을 들일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