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비영리 단체인 Hidden Disabilities Sunflower는 해바라기 캠페인을 통해 비가시적 장애를 가진 이들의 이동권 보장에 앞장서고 있다. / Hidden Disabilities Sunflower 페이스북
영국의  비영리 단체인 Hidden Disabilities Sunflower는 해바라기 캠페인을 통해 비가시적 장애를 가진 이들의 이동권 보장에 앞장서고 있다. / Hidden Disabilities Sunflower 페이스북

지난해 독일 공항에서 한바탕 난리가 났었다. 인천으로 출발하는 우리나라 국적기에서 자폐인 가족이 강제 하차하는 일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감각이 예민한 자폐인의 경우 항공기처럼 좁은 공간에서 불안함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 자신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공간에 적응하기 위해 반복적인 몸짓이나 제자리를 왕복하는 상동 행동을 보이기도 하는데 이런 행동이 장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비장애인들에게는 이상한 행동 혹은 위협적인 행동으로 비춰질 때가 있다. 

◇ ‘해바라기 캠페인’ 전세계 확산… “비가시적 장애 가진 이들의 이동권 보장하자”

사회의 모든 기준이 건강한 신체를 가진 사람 중심으로 만들어지다 보니 신체 기능이 다른 사람들에 대한 존중과 여유를 가지는 것이 낯설 때가 있다. 걸음이 느린 장애인에게 시간을 좀 더 할애하는 것과 우는 아이를 보고 눈살을 찌푸리기 보다는 작은 몸으로 큰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몸부림 쯤으로 인식하는 여유가 곳곳에서 필요하다.

그나마 눈에 보이는 장애를 가졌거나 어린아이나 임산부에 대한 존중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물론 휠체어로 지하철을 타고 횡단보도를 건널 수 있기까지 30년이 걸렸던 것은 조금 아쉬운 대목이다. 이동권 운동이 30여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시내버스와 시외버스 문제, 새로운 모빌리티 산업의 등장과 교통 서비스 내에서 발생되는 새로운 불편들이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 특히 눈에 보이지 않는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위한 이동권 보장과 존중 문화는 개선이 더욱 시급하다.

영국의  비영리 단체인 Hidden Disabilities Sunflower는 해바라기 캠페인을 통해 비가시적 장애를 가진 이들의 이동권 보장에 앞장섰다. 2016년 처음 영국 대트윅 공항을 시작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장애인들이 자유롭게 여행하고 편리하게 항공 이동을 할 수 있는 ‘해바라기 캠페인’을 시작했다.

Hidden Disabilities Sunflower에서 구분하는 비가시적 장애 일부 / Hidden Disabilities Sunflower 홈페이지 캡처 
Hidden Disabilities Sunflower에서 구분하는 비가시적 장애 일부 / Hidden Disabilities Sunflower 홈페이지 캡처 

전 세계 7명 중 1명은 장애를 가지고 있고 이 중 80%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장애를 지녔고 이들은 외현적으로 장애를 구분하기 어려워 삶에서 여러 난관을 마주한다. 특히 항공기와 같이 밀폐된 공간이자 보안과 안전이 철저하게 관리되는 상황에서 비가시적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마주하는 어려움은 상당히 많다.

일례로 앞선 독일 공항 사례처럼 자폐인의 상동행동을 이해하지 못해 강제 하차를 시키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고, 당뇨 환자의 혈당 문제나 알러지로 인한 갑작스런 위협도 발생할 수 있다. Hidden Disabilities Sunflower는 보이지 않는 장애에 신경학, 인지적, 신경발달적인 문제 뿐만 아니라 시각, 청각, 감각 등의 어려움을 동반하며 호흡기나 희귀질환, 당뇨병과 같은 만성 질환도 포함된다고 한다.

‘해바라기 캠페인’은 공항에 방문한 비가시적 장애인이 요구할 수 있는 서비스로  해바라기 모양이 있는 목걸이나 카드를 몸에 부착하게 된다. 승객이 해바라기 목걸이를 걸고 있다는 것은 이 승객에게 보이지 않는 장애가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공항 직원과 객실 내 승무원이 이를 충분히 숙지하고 장애인 승객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 할 수 있다. 또한 해바라기 목걸이를 통해 승객에 대한 오해나 돌발 상황에 필요한 대처를 발 빠르게 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아일랜드 항공사인 Ryanair는 2022년 10월 Hidden Disabilities Sunflower 네트워크에 가입해 해바라기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다./ Ryanair
아일랜드 항공사인 Ryanair는 Hidden Disabilities Sunflower 네트워크에 가입해 해바라기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다./ Ryanair

◇ 30국가 216개 공항·11개 항공사 캠페인 동참… 한국은 없어

해바라기 캠페인은 현재 216개 공항, 11개 항공사, 30개 국가가 동참하고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대한민국 항공사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인천공항은 해바라기 캠페인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이웃나라인 일본만 하더라도 6개 공항에서 해바라기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어 발달장애인이나 신장장애인 등 비가시적 장애인이 보다 편리하게 여행 할 수 있는 이동 환경이 조성됐다.

홍서윤 한국장애인관광협회 비상임이사

코로나 팬더믹 이후 많은 사람들이 다시 해외여행을 하고 있다. 그동안 가지 못했던 나라를 방문하며 자유를 만끽하고, 때로는 해외에 거주하는 친구나 가족을 만나러 이동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연휴만 되면 공항이 북적일만큼 다시 비행기를 타고 타국으로 이동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데, 그 많은 승객들 중에서 보이지 않는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어떻게 장거리 이동을 하는 지 우리는 아직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하늘길을 달리는 비행기도 이동권 보장에 있어 중요한 교통수단이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영국의 사례처럼 해바라기 캠페인을 통해 비가시적 장애가 있는 사람들도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 지난해 독일 공항에서 발생한 자폐인 가족의 강제 하차와 같은 일이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사회가 장애인에 대한 이해와 그들을 존중할 수 있는 여유를 가져야 할 때다.

홍서윤 한국장애인관광협회 비상임이사 프로필 

 

현) 한국장애인관광협회 비상임이사

현) 장애인문화예술원 비상임이사 

전) 한국방송공사 앵커 

전) 장애인여행문화연구소 대표 

전) 한국장애인관광협회 대표이사 

전) 한국교통안전공단 비상임이사 

전) 서울관광재단 비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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