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당 대표가 지난 4월 26일 오전 서울 마포구 마포경찰서를 방문해 음주운전 방지장치 장착 차량을 살펴보고 있다. / 뉴시스
김기현 국민의힘 당 대표가 지난 4월 26일 오전 서울 마포구 마포경찰서를 방문해 음주운전 방지장치 장착 차량을 살펴보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지속되는 음주운전에 대한 예방책으로 정치권에서 ‘음주운전 시동 잠금장치’가 대책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잇따른 음주운전 사고로 국민적 공분이 커지면서 정치권에서도 해당 법안 마련에 힘을 쏟고 있다. 본격적인 논의에 나섰지만 낙관은 이르다. 이번 논의에서 여러 ‘쟁점’에 부딪히며 논의가 쉽사리 진전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음주운전 시동 잠금장치 법제화는 정치권에서 꾸준히 발의와 폐기를 반복해 왔다. 해당 법안은 지난 2009년 처음 발의됐으나 사전 준비 부족 등의 이유로 논의가 이뤄지지 못하고 폐기 수순을 밟았다. 이후에도 계속 법제화 시도는 이어졌지만 소득은 없었다.

그러나 지난 4월 대전에서 음주운전 차량에 치어 숨진 고(故) 배승아양 사건을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공론화되기 시작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김기현 대표 주도하에 음주운전 시동 잠금장치 법제화를 ‘당론’으로 정하기도 했다.

음주운전 시동 잠금장치는 시동을 걸기 전 음주 측정 장치를 이용해 운전자의 음주 상태를 확인하는 장치다. 혈중알코올농도가 기준치를 넘어설 경우 자동적으로 시동에 걸리지 않게 함으로써 운전 자체를 막아서는 방법이다.

미국과 캐나다는 물론 스웨덴, 프랑스, 네덜란드 등 세계 각국에서 해당 제도를 도입했다는 점에서 신뢰성을 높이고 있다. 지난 2020년 <치안정책연구>에 실린 ‘음주시동잠금장치 도입 방안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캐나다 브리티시 주와 콜롬비아 주는 해당 제도가 도입된 후 음주운전 사고 비율이 21%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났다.

여론조사에서도 이미 90%가 넘는 국민이 법제화 필요성을 강조한 만큼, 국회도 본격 법안 추진에 나섰다. 공론화가 시작되자 여야는 지난 5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소위를 열고 이에 대한 논의에 들어갔다. ‘5년 이내 2회 이상 음주 운전자’에 대해 방지 장치를 부착하자는 내용이 주된 골자였다. 그러나 이날 회의에서 법안을 둘러싼 여러 쟁점을 풀어내지 못해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해당 제도를 어떤 방식으로 도입할지부터가 난제로 작용했다. 시동 잠금장치의 경우 의무형과 참여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참여형의 경우, 음주 운전자에게 결격 기간 단축 등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일종의 특혜로 비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의무형을 채택할 시 ‘이중 처벌’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도입 방식부터가 팽팽하게 맞선 셈이다.

◇ 논의 시작했지만 쟁점에 발목

국가와 개인 중 누가 비용을 부담해야 하냐는 점도 문제다. 국가가 비용을 지원할 경우 막대한 재정이 소모된다는 점 때문에 부정 여론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졌다. 더욱이 개인 자산인 ‘차량’에 장치를 부착해야 하는 만큼 이를 국비로 지원하는 것이 맞는가 하는 근본적 의문도 제기됐다.

국회 행안위 법안소위에 참석했던 문진석 민주당 의원은 당시 회의에서 “스쿨존 같은 경우 공공장소에 예산이 투입되는 것이고 음주운전 방지 장치는 개인 차량에 국가 재정이 투입되는 것이기 때문에 약간 성격이 다르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결론을 내지 못한 채 마무리된 소위는 6월에 해당 안건을 다시 논의하기로 했지만 불발됐다. 회의 자체가 열리지 않으면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국회 행안위 관계자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6월에는 소위가 안 잡혔었다”며 “7월에 양당 간사들 간 협의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이미 선진국에서 10여 년 전부터 입증된 모델인데 우리가 아직 도입을 안 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법제화 자체도 중요하지만 이를 어떻게 안착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이어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음주운전 방지 장치에 대한 세부적 안전 규정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차종이 다양하고 비상시 조치하는 법, 고장 났을 때 조치하는 방법 등에 대한 기준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근거자료 및 출처
음주시동잠금장치 도입을 위한 현황과 과제
https://www.nars.go.kr/report/view.do?cmsCode=CM0018&brdSeq=20864
2017.05.17. 국회입법조사처
음주시동잠금장치 도입방안에 관한 연구
https://www.kci.go.kr/kciportal/ci/sereArticleSearch/ciSereArtiView.kci?sereArticleSearchBean.artiId=ART002572445
2020. 치안정책연구
행정안전위원회회의록 (법안심사제2소위원회)
http://likms.assembly.go.kr/record/mhs-40-010.do?classCode=2&daeNum=21&commCode=AI&outConn=Y#none
2023.05.24. 국회회의록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