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긴축 고삐를 다시 조이고 있다. 경기 침체 우려가 부상하고 있지만 당장 시급한 인플레이션부터 잡겠다는 태세다. 이달 1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동결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도 연내 추가 인상 가능성이 제기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최근 유럽중앙은행 연례 포럼에 참석해 현재의 통화긴축 수준이 충분치 않다며 2차례의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처럼 주요국들이 긴축 고삐를 조이면서 국내 통화당국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한국은행(이하 한은)은 2월부터 기준금리를 세 차례 동결하며 ‘관망모드’를 이어가고 있다. 한은은 경기 침체 우려, 물가상승률 둔화 흐름 감안해 금리인상을 멈춘 채 시장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지난달 국내 소비자물가상승률은 3.3%로 2021년 10월(3.2%) 이후 19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지난해 7월 6.3% 최대치를 기록한 후 둔화 흐름을 이어어고 있다.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등 주요국의 물가상승률 둔화 흐름과 비교하면 한국의 사정은 나은 편이다. 

다만 그렇다고 마냥 안심하긴 어려운 처지다. 물가상승률이 목표치(2%)까지 안정적으로 도달하기 위해 갈 길이 먼 데다 주요국과의 긴축 격차 문제도 고민거리다.

특히 미국과의 금리 격차는 한은이 품고 있는 최대 난제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5.00~5.25%다. 금리 상단 기준으로 한국의 기준금리(3.5%)와는 1.75%p(퍼센트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이는 역대 최대 수준이다. 한미간 기준금리는 지난해 7월 역전된 후 그 격차를 벌여왔다.

한국과 미국의 정책금리차 확대는 일반적으로 원화 약세, 외국인 자금이탈 우려를 키운다. 안전자산인 달러를 좇아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의 가치가 하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준의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고환율 상황은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0월 1,400원대까지 치솟았다가 올해 2월 초엔 1,220원대 선까지 내려갔으나 다시 상승 전환해 지난달엔 일시적으로 1,34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환율은 이달 들어 1,200원대 후반 선으로 떨어졌다가 최근 연준의 긴축 메시지가 시장을 강타한 뒤 다시 꿈틀거렸다. 30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317.6원)보다 0.1원 오른 1,317.7원에 마감했다. 연준이 예고대로 추가 인상을 현실화한다면 환율이 또 다시 출렁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양국의 금리 격차에 대해 “환율이나 외국인 자금에 기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어왔다. 하지만 원화 약세 장기화 및 외국인 자금 유출 우려를 감안하면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한은이 금리를 동결하고 향후 연준이 연내 2차례의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 한미간 금리차는 2.25%p까지 벌어질 수 있다. 뒷짐을 지고 관망하기엔 부담스런 수준이다. 

한은은 올해 들어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자 신중한 통화정책 대응 기조를 이어왔다. 경기침체 우려를 잠재우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금리차 확대에 대한 시장 내 불안한 시선이 확대되고 있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내달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가 예정된 가운데 한은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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