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배우 특별전의 주인공 최민식. / 이영실 기자
제2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배우 특별전의 주인공 최민식. / 이영실 기자

시사위크|부천=이영실 기자  “지금까지도 연기를 너무나 사랑한다. 여전히 피가 끓는다.” 여전히 뜨겁고, 변함없이 겸손한 최민식. ‘대배우’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이유다.

30일 경기 부천시 현대백화점 중동점에서 제2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 집행위원장 신철) 배우 특별전 ‘최민식을 보았다’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특별전 주인공 최민식이 참석해 취재진과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최민식은 연극 무대에서 내공을 쌓은 뒤 1989년 드라마 ‘야망의 세월’로 본격적으로 매체 활동을 시작했다. 1999년 영화 ‘쉬리’를 기점으로 주로 스크린에서 활약을 이어오고 있는 그는‘해피 엔드’ ‘파이란’ ‘취화선’ ‘올드보이’ 등 수많은 대표작을 탄생시키며 한국영화와 함께 걸어왔다. 

수상 경력도 화려하다.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가 들어 올린 트로피만 30개가 넘는다. 그의 대표작인 영화 ‘명량’(1,761만5,657명)은 역대 한국영화 최다 관객 수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좌중을 압도하는 연기력은 물론, 작품성과 흥행성을 모두 보장하는 ‘믿고 보는 배우’로 대중은 ‘최민식’이라는 이름 석 자만으로도 무한한 신뢰를 보내고 있다. 

최민식 특별전 포스터.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
최민식 특별전 포스터.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

이번 특별전에서는 최민식의 대표작 12편(장편 10편, 단편 2편)이 상영된다. 장편은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1992), ‘쉬리’(1999), 그리고 ‘해피엔드’(1999), ‘파이란’(2001), ‘올드보이’(2003), ‘꽃피는 봄이 오면’(2004), ‘악마를 보았다’(2010),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2012), ‘천문: 하늘에 묻는다’(2019),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2022)다. 최민식이 직접 선정했다. 단편 2편은 ‘수증기’(1988)와 ‘겨울의 길목’(1989)으로 한국영화아카데미 작품이다. 한국영상자료원(원장 김홍준)과 공동으로 디지털 복원, 최초 공개한다.

상영 외에도 다채로운 행사가 마련된다. 최민식의 지난 여정을 집대성한 기념 책자 발간, 배우가 직접 참여하는 메가토크 및 특별 전시를 개최하고, 한정 굿즈를 발매한다. 또 박찬욱·김지운·허진호·정지우·강윤성 등 최민식과 작업한 한국영화 거장의 인터뷰를 담은 특별영상도 공개된다

이날 최민식은 특별전 주인공으로 나서는 소감과 함께, 자신의 배우 인생을 돌아보고 앞으로도 계속될 연기 열정을 드러냈다. 그는 “배우로서 이보다 더한 감사한 자리가 있을까 싶다. 한편으로는 부끄럽기도 하다. 정말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겸손한 소감을 전했다. 

최민식이 배우 특별전에 대한 소감을 전했다. / 이영실 기자
최민식이 배우 특별전에 대한 소감을 전했다. / 이영실 기자

-특별전 주인공으로 나서는 소감은. 

“감사하고 개인적으로는 너무 영광이다. 배우로서 이보다 더한 감사한 자리가 있을까 싶다. 한편으로는 부끄럽기도 하다. 발가벗겨진 느낌이랄까. 내가 출연한 영화를 많은 분들과 공유하고 토론했지만 새삼스럽게 이렇게 다 모아서 한 번에 공개하고 영화제의 중요한 섹션이 되니 자꾸 내가 못한 것만 보이더라. 많이 부끄럽고, 정말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외에서는 2~3번 정도 특별전이 있었는데, 우리나라에서 선배 영화인들과 동료, 후배들이 차려주는 성찬을 내가 받게 된다는 게 그 무엇보다 영광스럽다. 가슴 벅찬 일이다. 정말 감사하고 고맙다.” 

-특별영상에 그동안 함께 작업해 온 감독들의 배우를 향한 찬사가 담겼다. 이에 대한 소감도 궁금한데.  

“그동안 술을 많이 사서 그런지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줬더라. 하하. 너무 고맙다. 전화를 다 돌렸다. 다 바쁜 와중에 어떻게 그렇게 좋은 이야기를 해줬냐고 고맙다고 했더니 축하한다고 해줬다. 우정이 느껴져 좋았다. 시간이 꽤 흘렀는데도 엊그제 만난 사람들 같다. 동료들에게 너무 감사하다는 표현을 하고 싶다.” 

-직접 상영작을 선정했다. 어떤 기준으로 작품을 추렸나.

“어떤 특별한 차별을 둘 이유도 없고 의도도 없었다. 단지 부위원장, 모은영 프로그래머와 같이 이야기를 하다 보니 영화제를 즐기는 차원에서 나의 변주하는 모습, 변화되는 과정을 나열하는 게 좋지 않을까 했다. 그런 의미에서 골랐다. 다른 큰 의도는 없다.” 

-영화를 선정하면서 지난날을 돌아보는 시간도 됐겠다. 과거 자신의 모습을 보며 어떤 소회가 들었나.  

“우선 단편 두 편은 이번 영화제를 통해 내가 옛날에 그런 걸 찍었구나 새삼 알게 됐다. 20대 때 찍은 작품인데 망신살 뻗치겠다. 하하. 너무 떨린다. 그래도 내 역사다. 한편으론 영화제 측에 고맙다. 꿈에도 생각 못했다. 아마 1년 치 안줏거리가 될 것 같다. 동료 영화인들이 볼 텐데, ‘완전 발연기의 달인이었구나’하면서 놀림당할 걸 생각하니 아주 끔찍하다.(웃음)”

-그동안 수많은 작품을 통해 다양한 얼굴을 보여줬다. 출연작을 선정하는 기준이 있다면. 

“진짜 단순하다. 물론 어떤 감독이 연출을 하고 투자가 될 작품인지 등 외형적인 프레임을 고려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그것이 절대적이진 않다. 책(시나리오)을 읽고 내용과 감성, 이야기가 나를 설득하면 그 자리에서 바로 결정하는 편이다.”

여전히 뜨겁고 변함없이 겸손한 최민식. / 이영실 기자
여전히 뜨겁고 변함없이 겸손한 최민식. / 이영실 기자

-이름 앞에 ‘대배우’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이런 평가에 대한 생각은.   

“부끄럽다 정말. 그런 호칭을 들을 때마다 쑥스럽다. 신구 선생님이나 이순재 선생님도 계시잖나. 이순재 선생님은 90세를 바라보는 나이에 연극 무대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계신다. 그런 분들이 ‘대배우’다. ‘대배우’라는 것은 커리어, 유명세뿐 아니라 배우 인생을 통틀어 존경받을 만한 길을 오랫동안 걸어온 배우에게 붙여야 할 호칭이다. 나는 아직 어림도 없다. 겸손이 아니다. 멋쩍고 어색하다. 그렇게 평가해주시는 것에 대해 감사하지만 솔직히 나는 어색하다.”

-그동안 연기 외적인 부분에서도 소신 있는 행보를 보여 왔다. 앞으로 남은 배우 인생은 어떠한 사명감, 소명의식을 갖고 살아갈 것인가.

“정치적인 것이나 사회적 이슈에 대한 견해는 작품으로 표현하겠다는 말로 답하겠다.” 

-배우에게 연기란 어떤 의미인가.

“돌이켜보면 제일 처음 만난 게 연극대본이었다. 입시를 준비하기 위해 극단 ‘뿌리’에서 13만7,000원을 내고 3개월 코스로 수업을 받았다.(웃음) 신문광고를 보고 연구단원으로 들어가서 처음으로 대본을 읽은 이후부터 지금까지 다른 동네 기웃거리지 않고 배우라는 직업을 계속 해왔다. 지금까지도 사랑하는 일이다. 언젠가 사랑이 식으면 미련 없이 떠날 것 같은데 너무나 사랑하는 일을 하고 있어서 행복하고 감사한 일이다. (연기란 내게) 숨을 쉬고 밥을 먹는 것과 같은 거다.”

-이미 배우로서 많은 것을 이뤘는데, 아직 이루지 못한 꿈이나 목표가 있나. 

“많은 것을 이뤘다고 했지만, 나는 이룬다는 게 과연 뭘까 싶다. 괜히 겸손을 떠는 게 아니다. 올림픽에 나가서 금메달을 따는 것도 아니고 해외 유수 영화제에서 상을 받았다고 해서 배우 인생의 목표를 이룬 것도 아니다. 그것은 단지 타이틀이다. 물론 명예로운 일이다. 하지만 그것이 내게 목표일 순 없다. 연기를 너무 사랑해서 여전히 피가 끓는다. 이제 6학년이 넘어가면서 나름대로 이해의 폭이 넓어졌다고 생각이 든다. 그러다 보니 정말 더 많은, 다양한 영화 세상에서 표현되는 다양한 인간군상을 표현하고 싶은 욕구가 넘쳐난다. 이유 없는 자신감이라고 해야 할까. 조금 더 사람에 대해, 삶에 대해 깊게 파고들어 더 풍요롭게 표현해보고 싶은 욕구가 나날이 커진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카지노’가 끝나고 나서 나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갖자 하던 차에 특별전 초청을 해줬다. 내가 출연한 영화를 집에서 어떻게 보겠나. 지겹다.(웃음) 그런데 이번 기회를 통해 나도 과거를 돌아보게 됐다. 많은 걸 느끼게 되더라. 미래를 향한 하나의 발돋음이라고 할까, 베이스캠프에서 숨을 고르는 과정에서 이번 특별전은 내게 엄청나게 큰 자극을 줬다. 마냥 좋아할 만한 일도 아니다. 앞으로 내가 연기 활동이나 작품을 하는데 있어서 다시 정신을 차리고 반성할 것은 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점에 대해 짚어보게 하는 소중한 계기가 됐다. 그래서 감사하다. 삶에 대해 느끼고 작품을 더 즐기고 음미하면서 인생을 살아가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영화제가 더 많은 용기와 격려를 보내준 것 같아 정말 감사하다. 앞으로 배우로서 더 정진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도록 약속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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