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 기업인 11번가의 기업공개(IPO) 향방이 안갯속을 헤매고 있다. / 시사위크
이커머스 기업인 11번가의 기업공개(IPO) 향방이 안갯속을 헤매고 있다. / 시사위크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이커머스 기업인 11번가의 기업공개(IPO) 향방이 안갯속을 헤매고 있다. 투자자들과 약속한 상장목표 시한이 채 석 달도 남지 않았지만 현재까지 상장예비심사 청구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다. 연내 상장 계획이 불발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는 가운데 11번가의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투자자와 상장 약속 시한 코앞으로 

투자업계에 따르면 11번가는 연내 코스피 상장을 목표로 상장준비 작업을 진행 중에 있다. 지난해 주관사를 선정한 11번가는 상장예비심사 청구를 위한 준비 절차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상장예비심사 청구 소식은 좀처럼 들려오지 않고 있다. 당초 시장에선 올 상반기 내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할 것으로 관측했지만 해당 예측은 빗나갔다. 하반기 접어든 현재까지 상장예비심사 청구는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11번가는 재무적 투자자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선 오는 9월 말까지는 상장을 완료해야 하는 상황이다. 앞서 11번가는 2018년 국민연금과 새마을금고, 사모펀드 운용사 H&Q코리아로 구성된 나일홀딩스 컨소시엄으로부터 5,000억원을 투자받으면서 5년 내 상장을 조건으로 내건 바 있다. 해당 약속 기한까지는 이제 석달도 남지 않는 상황이다. 

통상 상장 예비심사는 영업일 기준 45일이 소요된다. 원칙적으론 두 달 내에 상장 예비심사 결과를 받아볼 수 있지만 추가 자료를 요청할 경우 시일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 이후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한 기업은 증권신고서 제출과 기관 수요예측을 거쳐 공모절차를 밟게 된다. 

통상 기업이 상장 예심을 청구한 후 실제 상장까지 평균 4개월의 시간이 소요된다. 길게는 6개월까지 걸릴 수 있다. 이달 내 11번가가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다고 하더라도 투자자와의 약속 기한 내에 일정을 맞추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11번가는 오는 9월까지 상장을 마치지 않을 경우 투자금에 연리 8% 이자를 더해 돌려줘야 하는 처지다. 이러한 부담에도 11번가가 상장 절차에 속도를 내지 못하는 데엔 복합적인 요인들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IPO 시장 상황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IPO 시장은 고금리 여파로 투자시장이 위축되면서 지난해부터 얼어붙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대어급 기업들이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줄줄이 상장 철회를 선언하고 나섰다.

의욕적으로 상장을 준비했던 이커머스 기업들도 줄줄이 상장을 철회했다. 어렵게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했던 컬리는 기업가치 하락 우려가 커지가 올 초 상장 계획을 무기한 연기했다. 오아시스는 상장예비심사 통과 후 수요예측 절차까지 진행했으나 결국 상장을 목전에 두고 계획을 철회했다. 

이후 증시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주식시장의 분위기는 이전보다는 나아지고 있다. 다만 IPO 시장이 확실히 살아났다고 보기엔 어렵다. 중소형 공모주의 약진으로 시장에 조금씩 온기가 감지되고 있지만 대형 공모주 실종으로 투자 열기는 이전만 못하다는 평가다. 

이처럼 시장 위축 기조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다 보니, 11번가 입장에선 상장 시점을 놓고 고심이 깊은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11번가는 수익성 악화로 기업 가치 하락에 대한 우려까지 받고 있다. 

11번가는 최근 몇년간 영업적자 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작년 영업손실은 694억원으로 전년(97억원) 대비 크게 불어났다. 올해 1분기 영업손실은 318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매출액이 2,16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4.5% 늘어났지만 수익성 악화는 지속됐다. 

11번가는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와 슈팅배송 강화를 통해 기업가치 제고를 꾀하고 있다. 이러한 사업 강화 효과로 매출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수익성이 악화된 점은 과제로 거론된다. 과연 11번가가 어려운 시장상황을 딛고 연내 상장 목표를 성사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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