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OCI그룹 소속 계열사 3곳의 부당지원 행위에 대해 과징금 철퇴를 내렸다. / 뉴시스
공정거래위원회가 OCI그룹 소속 계열사 3곳의 부당지원 행위에 대해 과징금 철퇴를 내렸다. / 뉴시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OCI그룹 소속 계열사 3곳의 부당지원 행위에 대해 과징금 철퇴를 내렸다. 실적 및 재무구조가 악화된 핵심 계열사에 부당하게 일감을 몰아준 사실이 적발된 것인데, 공정위는 계열사 3곳에 총 11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다만 해당 계열사에 지배력을 갖고 있는 오너 등에 대한 별도의 고발 조치는 내리지 않았다. 

◇ 삼광글라스 지배 계열, 부당 지원 적발 … 110억 과징금 철퇴

공정위는 군장에너지(현 SGC에너지), 삼광글라스(현 SGC에너지솔루션), 이테크건설(현 SGC이테크건설)의 공정거래법상 부당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110억2,0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6일 밝혔다. 

이들 회사 3곳은 공정거래법상 OCI그룹 소속이다. OCI그룹은 크게 세 개의 소그룹으로 나눠진다. △동일인(총수)인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의 OCI 계열 △이복영 SGC에너지 회장의 삼광글라스 계열 △이화영 유니드 회장의 유니드 계열 등이다. 

이우현 회장은 故(고) 이회림 OCI 창업자의 손자이자 故 이수영 회장의 장남이다. 이우현 회장은 이수영 회장이 2017년 별세한 후 경영권을 이어받았다. 이우현 회장의 숙부이자 창업주 2세인 이복영 회장과 이화영 회장은 각자의 계열을 이끌면서 독립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부당지원 행위는 이복영 회장이 지배하는 소그룹에서 일어났다. 이복영 회장은 삼광글라스를 중심으로 군장에너지, 이테크건설 등 산하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행사해왔다. 2020년 10월까지 삼광글라스 소그룹은 이복영 회장 등 오너일가→삼광글라스→군장에너지→이테크건설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구축했다. 이후 삼광글라스그룹은 3사 간 합병을 통해 사업 및 지배구조 개편을 거쳐 SGC그룹으로 재탄생했다.  

이번 사건은 지배구조 개편 전, 삼광글라스가 경영위기를 겪던 시절 발생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2016년 삼광글라스는 유리용기 사업, 병·캔 사업에서 손익구조가 악화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이테크건설의 전략기획실은 소그룹 계열사가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군장에너지에 제공하는 유연탄 공급 업무를 삼광글라스에 몰아주기로 기획했다. 

당시 삼광글라스는 유연탄 소싱사업(구매·물류) 부문에서 신생 업체였다. 신생 유연탄 공급업체가 유연탄 소싱사업에 안정적으로 진출·정착하기 위해선 해외 유연탄 공급사 및 물류업체 확보, 석탄 트레이딩 전문가 등의 기반이 필요했다. 이에 이테크건설과 군장에너지는 삼광글라스의 신사업 진출 준비를 돕는 한편, 석탄 트레이딩 전문가 영입 및 삼광글라스와 해외광산사 간 MOU(업무협약)를 체결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테크건설·군장에너지는 열병합발전소 연료용 유연탄을 구매하기 위해 2017년 5월부터 2020년 8월까지 총 15회의 경쟁입찰을 실시하면서 변칙적인 방법으로 삼광글라스가 낙찰이 될 수 있도록 했다. 

공정위 측은 “삼광글라스는 입찰시행사인 이테크건설, 군장에너지의 권고 및 지시에 따라 유연탄 공급사가 보증한 유연탄 발열량을 임의로 상향하거나, 이들로부터 입찰운영단가비교표 등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입찰실시자료를 제공받는 방법으로 입찰에 참가하여 13번 낙찰됐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삼광글라스는 군장에너지 전체 입찰물량의 46%인 180만톤, 금액으로는 1,778억원 상당의 유연탄을 공급하는 최대 공급업체가 됐다. 공정위는 이러한 사업 실적으로 64억원의 영업이익을 취득한 것으로 판단했다. 또한 삼광글라스의 이복영, 이우성 등 특수관계인들도 삼광글라스의 지분비율 만큼 부당한 이득(약 22억원)을 취득한 것으로 판단된다.

◇ 이복영 회장, 검찰 고발 면해… 투명 경영 흠집 

공정위는 이러한 부당지원 행위를 적발해 삼광글라스(39억1,000만원), 군장에너지는(35억,5000만원), 이테크건설(35억5,000만원) 등 3곳에 총 110억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 측은 “이번 조치는 대기업집단 내 손익이 악화된 계열사를 다른 계열사의 구매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고, 사실상 형식적인 입찰을 통해 물량을 몰아줌으로써 특수관계인들의 소그룹 내 지배력을 유지·강화한 행위를 적발 및 제재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전했다. 

다만 공정위는 기업 및 총수에 대한 검찰 고발 조치는 내리지 않았다. 부당지원 행위의 엄중함을 고려해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한 점을 감안하면 다소 의아한 조치라는 평가도 나왔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을 통해 고발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배경에 대해 “지원객체인 삼광글라스가 취득한 부당이득 64억원에 비해 훨씬 큰 110억원이 과징금으로 부과돼 법 위반 억제 효과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또 “지원행위의 주된 목적이 편법적인 경영권 승계보다는 삼광글라스의 유동성 위기 해소에 있다는 점, 지원행위로 인한 경쟁제한 효과가 크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고발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개인 고발의 경우에는 “특수관계인이 이 건 위법행위에 구체적으로 지시 또는 관여했다는 사실이 객관적 자료로 확인되지 않아 고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이복영 회장 등 오너일가는 검찰 고발 조치는 피하게 됐다. 다만 이번 조치로 이복영 회장의 강조해온 윤리 및 신뢰 경영엔 타격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 회장은 ‘마지막 개성상인’이라는 별칭으로 유명한 이회림 창업주의 차남이다. 이회림 창업주는 신용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 개성상인의 정신을 강조해온 경영인이다. 그는 생전 임직원들에게 “상식에서 벗어나지 말아야 한다”며 기본적인 원칙과 정직을 강조해왔다. 

이러한 창업주의 정신을 이어받아 OCI家 2세 경영인도 신뢰 및 투명 경영을 주요 가치로 삼아왔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이러한 창업주 정신과는 사뭇 배치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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