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건대입구=이영실 기자  매 작품 독보적인 존재감으로 관객을 매료해 온 배우 김서형이 영화 ‘비닐하우스’(감독 이솔희)로 관객 앞에 선다. 섬세하면서도 깊이 있는 열연으로 극장가에 묵직한 울림을 선사할 전망이다. 

‘비닐하우스’는 비닐하우스에 살며 요양사로 일하고 있는 문정(김서형 분)이 간병하던 노부인이 사고로 숨지자 이를 감추기 위해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면서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이솔희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으로,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CGV상 △왓챠상 △오로라미디어상까지 무려 3관왕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하며 탄탄한 완성도와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여기에 매 작품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보여준 김서형이 주인공 문정으로 분해 몰입도 높은 열연을 펼친다. 

11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진행된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비닐하우스’에서 김서형은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며 절박한 상황에 부딪히게 되는 인물 문정을 섬세하고 입체적으로 그려내며 다시 한 번 진가를 입증했다. 나지막하고 연약한 목소리, 핏기 없는 얼굴과 표정 등 외적 변신은 물론, 때로는 뜨겁게 때로는 차갑게 인물의 욕망을 담아내 극의 몰입과 긴장감을 높였다. 

이날 김서형은 ‘비닐하우스’를 택한 이유를 묻자 “시나리오를 읽는 순간 엄청 울었다”며 “피하고 싶은 작품이었다. 문정도 그렇고 태강 캐릭터조차 들여다보고 싶지 않은, 회피하고 싶은 이야기였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문정과 보이는 삶이 다르고 직업군이 다르지만, 개인 김서형, 배우 김서형이 삶을 살아냄에 있어서 같은 선상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내가 걸어온 삶, 앞으로 걸어가야 할 삶에 대해 더 생각해 보게 하는 시나리오였다. 그래서 감독을 만났는데 나보다 한참 어린데도 다 알고 있더라. 나이를 떠나 알 수 있다면 충분히 맡기고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연기에 중점을 둔 부분에 대해서는 “현장에서 그냥 문정이고 싶었다”며 “힘듦과 고초를 티 내고 싶지 않았다. 힘듦을 표현하기보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삶,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사는 게 중요했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표현하고자 감독과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문정의 외적 모습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서형은 “캐릭터를 만날 때 어떤 인물인지, 어떻게 보여야 할지 고민하고 분석하는 게 배우의 일”이라며 “감독님과 회의를 많이 했다. 겉으로 보이는 나의 모습을 없애고자 했지만 그 모습도 연기하는 나이기 때문에 그 안에서 ‘문정’스러운 모습을 만들고자 했다. 매 작품 내가 할 수 있는 몫을 하는 것”이라고 겸손한 답변을 내놨다.

연출을 맡은 이솔희 감독은 “문정을 새롭고 다채로운 캐릭터로 연기해 줘서 기쁘다”면서 김서형의 호연에 만족감을 표했다. 그러면서 “배우의 연기를 보는 게 이 영화의 가장 큰 재미라고 생각한다”며 관람을 독려했다. ‘비닐하우스’는 오는 26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