락앤락 대표이사가 깜짝 교체됐다. 이재호 대표가사퇴하고 후임으로 천해우 동남아영업총괄 부사장이 선임됐다. / 시사위크
락앤락 대표이사가 깜짝 교체됐다. 이재호 대표가사퇴하고 후임으로 천해우 동남아영업총괄 부사장이 선임됐다. / 시사위크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락앤락 대표이사가 깜짝 교체됐다. 이재호 대표가 취임 9개월 만에 돌연 사퇴하고 후임으로 천해우 동남아영업총괄 부사장이 선임됐다. 실적 부진과 노사갈등으로 회사가 뒤숭숭한 시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깜짝 수장 교체가 이뤄져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취임 9개월 만에 이재호 대표 사임

락앤락은 지난 11일 대표이사 변경 소식을 공시했다. 이재호 대표이사가 사임하고 신규 대표이사로 천해우 부사장이 선임됐다는 내용이었다. 

이날 락앤락은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천해우 사내이사 신규 선임안을 비롯한 이사 선임 안건을 통과시킨 바 있다. 락앤락은 임시주총 결과와 대표이사 변경 소식을 동시에 공시했다. 이날 락앤락은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민병철 대표와 이상진 상무를 각각 기타비상무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이들은 락앤락의 대주주인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측의 인사다. 

대표이사 교체는 깜짝 소식이었다. 임시주총 전까지 대표이사 교체 소식은 전해지지 않았다. 이 전 대표가 사임한 배경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지난해 10월 락앤락의 대표이사에 올랐던 인사다. 그는 서울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엔씨소프트 CFO, 코웨이 CFO·부사장, 쓱닷컴 CFO 등을 거쳐 LG전자 렌탈케어링사업센터장, LG전자 부사장 등을 역임했던 바 있다. 코웨이 재직 시절, 재무 전반을 관리하며 회사의 성장 및 수익성 개선에 성과를 냈던 인물로 알려졌다. 또 LG전자 렌탈케어링사업센터장 재임 당시 적극적인 마케팅과 렌탈사업 확대 등으로 성과를 내기도 했다. 

외부 출신인 이 전 대표는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구원투수 격으로 합류했으나 취임 9개월 만에 돌연 사퇴했다. 락앤락 관계자는 사퇴 배경에 대해 “일신상의 사유로 알고 있다”며 “자세한 내용은 아는 바가 없다”고 전했다.  

업계에선 그의 사퇴에 실적 부진과 노사 갈등, 대주주의 경영 기조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아니냐는 해석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락앤락은 지난해부터 실적이 크게 악화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락앤락의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23억원으로 전년 보다 92.9%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순이익은 적자로 돌아섰다. 

락앤락은 지난해 15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으로는 흑자기조를 보인 점을 고려하면 작년 4분기 손실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락앤락 측은 작년 실적 악화에 대해 “중국 시황악화로 감소한 데다 영업권 및 자산손상과 충당금 적립 등 지난해 특수 상황에 따른 일회성 비용 증가 등으로 이익이 감소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실적 감소세는 올해 1분기도 이어졌다. 락앤락의 1분기 영업이익은 1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2% 줄었다. 매출액이 1,144억원원으로 전년 동기(1311억원)보다 12.7% 줄었고, 당기순이익은 6억원으로 전년 동기(55억원) 대비 89% 감소했다. 

◇ 실적 부진에 노사갈등으로 고전

여기에 락앤락은 최근 노사 갈등도 겪고 있다. 락앤락노조(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락앤락지회)는 지난달 14일 서울시 중구 본사 앞에서 경영진과 대주주를 규탄하는 선전전을 진행했다. 사측이 유연근무제 등을 불법 도입해 임금체불을 발생시켰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근로자대표를 불법적으로 임명해 탄력근로시간제, 간주근로시간제 등의 유연근무제와 휴일대체근무, 보상휴가제 등을 도입해서 시간외수당을 미지급하고 취업규칙도 불법적으로 변경해서 시간외수당을 떼먹었다고 주장했다.

락앤락 측은 “2019년 주 52시간제도 시행에 발맞춰 유연근로시간제를 도입했다”며 “최근 당시 도입했던 일부 제도의 절차와 내용에 결함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제도 개선과 보상 작업에 즉시 착수했고 지난 5월 제도를 개선하고 시간 외 근로에 대한 가산 수당을 지급 완료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노조와의 갈등은 지속되고 있는 모습이다. 노조는 락앤락이 최근 개별 노동자들에게 미지급 임금을 입금했는데, 산출 근거 없이 임급하고 협의를 강요하는 메일을 발송했다고 주장했다. 현재도 노사 간 반목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노조 측은 “노사 간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업계에선 일련의 내부 이슈가 대표이사 교체에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서 경영 지휘봉을 잡게 될 신임 수장의 어깨는 무거울 전망이다. 1968년생인 천 신임 대표는 2014년 락앤락 베트남 호치민법인장을 시작으로 동남아사업부문장, 동남아영업총괄 등을 두루 거친 글로벌 전문가다. 락앤락 측은 “그간의 경험과 전문성을 토대로 회사의 성장을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락앤락은 2017년 대주주가 교체되면서 변화를 겪은 곳이다. 홍콩계 사모펀드 운용사인 어피너티는 2017년 8월 창업주인 김준일 전 회장 일가로부터 지분 62.52%를 인수해 락앤락의 경영권을 확보한 바 있다. 

어피너티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한 락앤락의 지분 63%를 6,300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당시 주당 거래가격은 1만8,000원으로 알려졌다. 다만 락앤락의 주가는 최근 몇 년간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였다. 현재는 6,000원대 선까지 떨어졌다. 여기에 실적까지 크게 악화되면서 어피너티는 투자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대표이사 교체를 통해 기업가치 개선에 속도를 낼 것을 보인다. 
 

근거자료 및 출처
대표이사(대표집행임원) 변경(안내공시)
https://dart.fss.or.kr/dsaf001/main.do?rcpNo=20230711800439
2023. 07. 11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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