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기준 19~34세 청년 인구 중 고립‧은둔 청년의 비율은 5.0%다. 이는 코로나 팬데믹 이전이었던 2019년 3.1%보다 증가한 수준이다. / 게티이미지뱅크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기준 19~34세 청년 인구 중 고립‧은둔 청년의 비율은 5.0%다. 이는 코로나 팬데믹 이전이었던 2019년 3.1%보다 증가한 수준이다. / 게티이미지뱅크

시사위크=연미선 기자  코로나 팬데믹 동안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되면서 우울감이나 고립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여기엔 ‘코로나 블루’라는 이름이 붙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고립‧은둔 청년 비율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은둔 시작 나이, ‘20대’ 가장 많아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에 따르면 고립 청년은 타인과 의미 있는 관계를 맺지 못하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없거나 요청하기 어려운 청년을 의미한다. 은둔 청년은 방이나 집 등 제한된 장소에 머물면서 타인 및 사회와의 관계나 교류가 거의 없는 청년을 뜻하며, 고립 청년의 범위에 포함된다.

이런 가운데 최근 고립‧은둔 청년의 비율이 늘고 있다. 지난 5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하 보사연)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팬데믹 이전인 2019년에는 19~34세 청년 중 3.1%였던 고립 청년의 비율이 코로나19 확산이 지속된 2021년에는 5.0%로 증가했다. 특히 최근의 고립된 삶은 수동적으로 선택당한 상태로 고립 청년의 삶의 만족 수준은 비고립 청년과 비교해 전반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2021년 기준 연령대별 고립 인구를 살펴보면 나이가 많아질수록 고립 인구 비율이 높다. 보사연이 통계청 사회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35~49세(장년) 5.4% △50~64세(중년) 6.6% △65~74세(초기 노인) 8.3% △75세 이상(후기 노인) 10.5%로 나타났다. 

이렇게만 보면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사회적 고립에 취약하다고 풀이된다. 그러나 부산시에서 고립‧은둔 경험에 대한 실태조사를 시행한 결과, 실제로 은둔을 시작한 나이에 대한 응답은 ‘20대’가 가장 많았다. 이에 따르면 현재 은둔하고 있는 응답자 중 52.4%, 과거 은둔 경험이 있는 응답자 중 73.9%가 20대에 은둔을 시작했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보사연은 “고립의 극단적 형태인 은둔이 청년기에 주로 발생한다는 점을 의미한다”면서 “고립‧은둔 청년에 주목하는 것은 고립과 은둔의 문제가 장기화되는 것을 예방하려는 것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고립된 청년이 사회적 관계를 회복하지 못하는 시기를 지속하면 고립된 중장년, 고립된 노년으로 남게 될 수 있다. 이는 장년 및 노년기를 중심으로 나타나는 고독사와도 연결된다. 이에 고립의 시작 지점인 청년기에 선제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청년 시기의 고립 및 은둔이 지속되면 이는 중장년 및 노년기 등 남은 생애에도 계속해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 게티이미지뱅크
청년 시기의 고립 및 은둔이 지속되면 이는 중장년 및 노년기 등 남은 생애에도 계속해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 게티이미지뱅크

◇ “안정적인 제도 기반 필요해”

코로나19 이후 고립‧은둔 청년의 비중이 늘어나면서 정책적인 측면에서도 해결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한계가 많은 단계인 것으로 알려진다.

우선 안정적인 제도 기반이 부족한 편이다. 김성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팬데믹 이후 새로운 복지 수요로 고립‧은둔 청년이 등장한 것과 같이 이들의 취약성은 사회경제적 변화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특히 실태조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재 국내서는 지방자치단체 등 부분적인 실태조사만 이뤄진 바 있다. 그러나 전국단위는 아직이다. 이에 복지부는 지난 17일부터 내달 말일까지 고립‧은둔 청년에 대한 첫 전국단위 실태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해당 조사는 전국 19~39세 청년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5,000여명을 목표로 한다. 고립‧은둔 청년의 특성상 대면조사의 어려움을 고려해 온라인 설문조사(http://mohw-kihasa.kr/youth-survey.asp)로 진행될 예정이다.

또한 고립‧은둔 청년의 경우 외부로 나오는 것을 기피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오프라인 지원시설의 경우 해당 청년들에 대한 접근이 어려워 한계가 발생할 수 있다. 공적인 지원을 받는 일이라고 해도 개인적인 취약성을 익명의 타인에게 노출하는 것은 상당한 심리적 부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김성아 부연구위원은 “청년 친화적 전달체계가 필요하다”면서 “고립‧은둔 청년들은 고립 경험이 지속되면서 활력이 저하됐을 가능성이 높다. 이들에게는 최종적인 사회 통합에 이르기 위해 활력을 회복하고 사회에 재적응하는 중간 단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런 가운데 올해 사단법인 씨즈는 서울특별시 고립‧은둔 청년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은 온라인 가상공간인 ‘두더지땅굴’을 통해 고립‧은둔 청년이 비대면으로 상담을 받고 △사회성 향상 프로그램 △일 경험 프로그램 등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근거자료 및 출처
취약계층 청년 범위 및 지원에 관한 연구: 사회적 고립(은둔) 청년을 중심으로
2021.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위기 취약 청년의 현황과 정책 과제 - 고립·은둔 청년 현황과 지원방안
2023. 05. 한국보건사회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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