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연미선 기자  소비자들은 라면을 왜 사 먹을까.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소비자 조사 결과, 봉지라면을 먹는 이유로는 △간편한 식사 대용(53.4%) △밥 차리기 귀찮을 때(48.0%) △혼자서 간단히 취식(46.4%) 등의 응답이 나타났다.

이어 봉지라면을 구입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인으로는 ‘익숙한 맛’이 48.2%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서 △판촉할인 행사(43.2%) △국물 맛(40.6%) △저렴한 가격(38.6%) 등의 응답이 나타났다.

간편하게 식사를 대신할 수 있는 저가의 서민 음식. 이처럼 라면은 소비자와 매우 가까운 제품이다. 이에 따라 라면에 대한 소비자들의 가격 민감도도 높을 수밖에 없다. 이번 달 1일부터 업계 1~4위를 차지하는 라면업체들이 일부 제품에 대해 잇따라 가격을 인하한 것도 일부 여기서 비롯된다.

지난달 정부는 지난해 급등했던 국제 밀 가격이 올해 들어 안정됨에 따라 라면 제품 가격을 다시 내리라고 압박한 바 있다. 체감물가 수준을 낮추고자 한 것으로 풀이된다. 라면업계는 결국 백기를 들고 제품 가격 인하를 결정했다.

그러나 대표적인 프리미엄 라면이라고 일컬어지는 하림의 더미식 장인라면은 별다른 움직임 없이 기존 가격을 고수하고 있다. 장인라면은 현재 2021년 10월 출시 당시 책정된 2,200원이라는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일반 라면보다 가격이 두 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하림에 따르면 장인라면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싼 이유는 제품 품질에 있다. 장인라면에는 사골과 소고기‧닭고기 등 육류 재료와 버섯‧양파‧마늘 등 각종 양념 채소를 20시간 끓인 국물로 만든 액상 스프가 들어있다. 흔히 저가 인스턴트 식품이라고 알려진 가공식품에 대해 품질을 높이고 가격도 높이는 프리미엄 전략이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지난해 기준 장인라면이 라면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1%에 불과하다고 알려진다. 게다가 더미식 브랜드를 통해 장인라면을 내놓고 있는 하림산업은 적자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 2022년 하림산업의 연간 매출액은 461억원으로 그 전년도(216억)보다 늘어났다. 그러나 영업손실은 2021년 589억원에서 지난해 868억원으로 확대됐다.

업계서는 이에 대해 재구매율이 떨어지기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장인라면은 출시 당시 두 달만에 500만 봉지가 팔리는 등 관심을 끌어모았지만, 이후 비싼 가격 대비 다른 저가 제품과 다를 것이 없다는 냉혹한 평가를 받게 됐다. 최근의 소비자 반응만 살펴봐도 “맛이 없다기보다는 가격에 비해서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재구매하지 않을 것 같다”는 평들이다.

프리미엄 전략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값싼 가공식품이라는 시각이 강하고 익숙한 제품에서 변화를 잘 주지 않는 라면의 특성상 프리미엄 전략이 성공하기 어렵다. 특히 지난해까지 소비자물가는 고공행진을 하는 모양새였다. 올해도 아직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은 안정되지 않은 가운데, 하림의 프리미엄 가격정책이 시장에서 실패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이미 프리미엄으로 선보인 이상 가격을 움직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원재료 가격으로 인해서도 가격을 낮추기 어렵지만, 프리미엄 제품 특성상 가격을 낮추면 제품의 가치가 낮아진다고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진퇴양난인 상황이다.

하림은 라면 및 가정간편식 사업을 통해 종합식품기업으로 거듭나고자 하고 있다. 하림이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고 소비자 재구매율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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