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콜택시는 휠체어 등을 사용하는 장애인의 주 교통수단이다. 최근 이동 편의 증진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장애인 콜택시 이용 불편이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지만 실제 현장에선 행정 준비 미흡으로 여전히 다양한 문제점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뉴시스
장애인 콜택시는 휠체어 등을 사용하는 장애인의 주 교통수단이다. 최근 이동 편의 증진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장애인 콜택시 이용 불편이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지만 실제 현장에선 행정 준비 미흡으로 여전히 다양한 문제점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뉴시스

대한민국 헌법에는 이러한 내용이 있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며(제11조), 모든 국민은 거주와 이전의 자유가 있다(제14조)고 명시돼 있다. 정말 그럴까. 지난 19일 발효된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법 시행령’의 현실만 보아도 헌법에 명시된 평등과 자유가 대한민국 장애인에겐 여전히 먼 나라 얘기처럼 들린다.

2006년 처음 도입된 장애인 특별교통수단(이하 장애인 콜택시)은 휠체어 등을 사용하는 장애인의 주 교통수단이다. 지하철 등 대체 수단이 없는 지역의 경우 버스나 택시 탑승이 어려우므로 장애인 콜택시가 유일한 이동수단인 셈이다.

장애인 콜택시가 약 20여 년 가까이 전국에서 운행됐음에도 여전히 장애인의 이동이 눈에 띌 만큼 자유로워졌다고 평가받지 못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공급자 중심의 운영 문제다. 그동안 장애인 콜택시는 지방자치단체의 재량으로 차량을 도입하고 운영해왔다. 매년 일정한 예산을 편성하여 운영된 만큼 실제 수요자인 장애인 당사자들의 이동 행태나 필요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기보다는 운영관리 주체가 세워둔 기준대로만 이용할 수 있었다. 2023년 현재는 과거보다 나아졌지만, 불과 2~3년 전만 해도 저녁이나 주말에 장애인 콜택시가 운영하지 않았던 지자체가 다수였다. 장애인에게는 저녁과 주말에 자유롭게 이동할 권리가 없는 것일까.

두 번째는 지자체 경계를 넘지 못하는 한계에 있다. 장애인 콜택시는 장애인의 자유로운 이동을 위해 도입됐지만, 그동안 지역의 경계를 넘지 못하는 문제로 많은 장애인이 불만을 토로했었다. 

가까운 거리지만 행정구역이 다르다는 이유로 장애인 콜택시가 일부 지자체 경계를 넘지 못하고 도로 한가운데서 장애인을 하차하는 일이 발생했었다. 탁상행정의 전형으로 그 불편은 모두 장애인들이 감내해야만 했다.

예컨대, 경기도와 인천이 인접해있더라도 광역 행정구역의 경계를 넘지 못한다거나, 경남 하동군과 전남 구례군의 경계는 섬진강에 놓인 다리 하나 차이지만 광역 행정구역이 달라서 이를 넘나들지 못한다는 것이다.

길 한복판에 손님을 두고 가는 것이 과연 적절한 택시 서비스인가에 대한 공분으로 일부 지자체는 인근 경계 지역 이동까지를 허용했지만 비슷한 문제는 전국 곳곳에서 계속해 발생해왔다.

그동안의 장애인 콜택시의 운영 방식은 탑승객인 장애인의 필요와 수요에 맞춰져 있는 것이 아니라 운영 주체와 행정 편의하에 주어진 시간과 영역 내에서만 장애인을 이동할 수 있게 했다. 즉, 정부나 지자체가 허용한 범위 안에서만 장애인의 이동이 용인됐던 것과 마찬가지다.

이것이 헌법에서 말하는 국민의 평등과 자유를 보장하는 방식인지 장애가 있는 국민을 통제하는 방식인지 새삼 의문이 든다.

2023년 1월, 장애인들의 꾸준한 요구로 이동 편의 증진법 개정 시행령이 입법 예고되고 7월 19일 본격 시행됐다. 개정안에는 장애인 콜택시 운영을 24시간으로 하며, 행정구역을 넘나드는 자유로운 이동을 뒷받침하기 위한 국고 보조금 편성이 포함됐다.

홍서윤 한국장애인관광협회 비상임이사
홍서윤 한국장애인관광협회 비상임이사

하지만 개정 시행령 시행 첫날부터 전국 곳곳에서 문제가 터졌다. 일례로 광주광역시에서는 개정 시행령에 따라 인근 5개 지역(화순, 함평, 나주, 담양, 장성)으로 24시간 이동할 수 있어야 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전남에서 광주로 이동은 가능했으나 광주에서 전남으로 이동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는 등 행정의 준비 미흡의 결과가 여실히 드러났다.

특히 경기도와 경북의 경우 장애인 콜택시가 광역 행정구역 내부에서도 전역으로 운행하지 않았고, 인근 지역인 서울이나 인천, 대구로의 이동 또한 운행하지 않는 등 개정 시행령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변화가 없었다.

법적으로 근거 기준이 마련돼 6개월의 준비 시간이 있었음에도 장애인 이동권 정책에 대한 지자체들의 미온적 태도에 고통과 불편은 고스란히 장애인들의 몫이 돼 버렸다.

지난 1월의 개정 시행령은 결과적으로 장애인들에게 희망고문이 돼 버렸다. 기대만큼 실망도 크다. 대한민국이 명실상부 선진국인 만큼 이제는 장애 국민도 헌법에 명시된 평등과 자유를 보장받으며 원하는 장소와 시간에 자유롭게 이동해야 하지 않을까.

홍서윤 한국장애인관광협회 비상임이사 프로필 

 

현) 한국장애인관광협회 비상임이사

현) 장애인문화예술원 비상임이사 

전) 한국방송공사 앵커 

전) 장애인여행문화연구소 대표 

전) 한국장애인관광협회 대표이사 

전) 한국교통안전공단 비상임이사 

전) 서울관광재단 비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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