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들이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에 시달리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아동학대 혐의가 무죄로 판명이 나더라도 교사들이 무고죄를 물어 법적 대응을 하긴 어렵다고 알려지고 있어 이목을 끌고 있다. / 게티이미지뱅크
교원들이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에 시달리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아동학대 혐의가 무죄로 판명이 나더라도 교사들이 무고죄를 물어 법적 대응을 하긴 어렵다고 알려지고 있어 이목을 끌고 있다. / 게티이미지뱅크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최근 서초구 한 초등학교 교사의 사망사건을 계기로 교육현장 내 ‘교권침해’ 문제가 사회적 화두로 떠올랐다. 특히 교육노동계에선 교원들이 악성민원뿐 아니라,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에도 시달리고 있어 교권침해가 심각하다는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아동학대 혐의가 무죄로 판명이 나더라도 교원들이 무고죄를 물어 법적 대응을 하긴 어렵다고 알려지고 있다. 사실일까. 

◇ 아동학대 신고 남발에 고통받는 교원들

현행법상 아동학대란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성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를 하는 것과 아동의 보호자가 아동을 유기하거나 방임하는 것으로 정의된다. 아동학대 피해 정황이 발견이 되면 누구나 지자체 및 수사기관에 신고할 수 있다. 

2000년 아동복지법이 개정되고 2014년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아동학대처벌법)이 제정되면서 아동학대 행위 처벌 기준은 강화돼 왔다. 아동학대처벌법에 따라 관계 공무원 및 교원 등의 신고 의무도 강화됐다. 교사, 어린이집 직원, 전담공무원, 아이돌보미 등은 아동학대를 인지했을 뿐만 아니라 의심이 있는 경우에도 반드시 수사기관에 신고해야 한다. 위반 시 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 받을 수 있다.

그런데 교육현장에서 아동학대처벌법이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 정상적인 생활지도가 어렵다는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다수의 교사들이 아동학대 신고 위험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전교사노조가 3월 17일부터 4월 2일까지 지역 교사 3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320명 가운데 53.8%는 아동학대로 신고(민원 포함)를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아동학대를 빌미로 협박을 당한 적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는 64.4%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학생을 지도하면서 아동학대로 신고 당할 것 같은 불안감을 느낀다는 응답률은 94%에 달했다. 응답자 중 94.7%는 아동 학대 신고가 두려워 생활 지도를 주저하거나 하지 못했다고 답변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동학대 고소·고발 건의 상당수는 무혐의로 결정되고 있다. 경기교사노조가 전국 시도교육청에 요구해 제공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교사를 대상으로 수사 개시된 아동학대 고소·고발 사건은 1,252건이다. 이 중 53.9%인 676건이 경찰 종결·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2021년 기준 전체 아동학대 수사 사례 중 경찰 종결 및 불기소 처분된 사례가 14.9%인 것을 감안하면 교사들이 억울하게 아동학대로 고소당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평가다.

교육현장에서 아동학대 신고가 줄을 잇는 배경으론 다양한 이유가 거론된다. 우선 대부분의 고발이 정서적 학대를 이유로 신고가 이뤄지는데, 정서적 학대를 판단하는 기준이 모호하다 보니 쉽게 고발이 이뤄진다는 게 교육업계의 의견이다. 교육활동 과정에서 단순히 꾸짖는 발언을 한 것에 대해서도 정서적 학대로 판단해 고발이 이뤄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 “아동학대는 의심만으로 신고 가능”… 무혐의 받아도 무고죄로 대응 어려워

아울러 무고죄가 성립이 안 되는 맹점을 노려 무분별한 고소고발이 이어진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장대진 서울교사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은 지난 21일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교권침해 실태를 언급하며 “아동학대 신고는 무고죄가 없다”며 “이 때문에 남발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형법상 무고죄란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무소 또는 공무원에 대해 허위의 사실을 신고한 자를 처벌하는 법이다. 무고죄가 인정될 시,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아동학대처벌법 특성상 무고죄 성립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 게티이미지뱅크
아동학대처벌법 특성상 무고죄 성립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 게티이미지뱅크

그렇다면 아동학대 신고에 대해선 무고죄가 적용이 안 될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아동학대처벌법상 특성상 무고죄 성립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박은선 이유 법무법인 변호사는 <시사위크>와의 전화통화에서 “고소 자체는 할 수 있지만 무고죄 성립이 어렵다”며 “아동학대는 의심 정황으로 신고가 가능하다. 신고 내용의 허위성 및 악의성을 (신고 행위 자체로) 판단하기 어려운 만큼 무고죄 적용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원래 무고죄 자체가 다른 범죄에 대해서도 유죄 판결이 잘 나지 않는 죄목”이라며 “아동학대의 경우 의심만 있어도 신고할 수 있으니 더욱 무고 성립이 어렵다”고 덧붙였다. 

김영미 법무법인 숭인 변호사도 비슷한 의견을 보였다. 우선 김영미 변호사는 “무고죄가 성립되려면 교원을 처벌받게 하려는 목적으로 고발자가 없던 사실을 지어내서 신고했다는 점이 입증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선생님에 대한 아동학대 신고 건의 경우, (통상) 선생님이 어떠어떠한 행위를 했는데 이것이 아동학대로 의심된다며 신고가 이뤄진다. 이후 수사 및 법적 평가를 통해 선생님의 행위가 아동학대가 아니라는 판단이 내려진다고 하더라도 무고죄 성립이 어렵다”며 “피고발자의 행위 자체가 없었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행위가 아동학대라는 법적 판단이 내려졌을 뿐, 행위 사실 자체가 없었던 일이 아니기 때문에 형법상 무고죄 성립이 어렵다”고 전했다. 

다른 법적 대응 방법은 없을까. 김 변호사는 “잘못된 고소에 따른 금전 및 정신적 피해보상을 청구하는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방법이 있다”며 “다만 이 역시 재판에서 잘 인정되지 않는다 ”고 설명했다.  

교육현장에선 무고성 고발에 대응이 어려운 데는 아동학대처벌법의 특성과 교육현장 내 현실적인 어려움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황수진 교사노동조합연맹 제2정책실장은 “아동학대처벌 특례법은 아동학대 신고자 보호를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며 “아동학대 신고자에 대한 신원도 미공개가 원칙이다. 이에 교사들이 아동학대로 신고를 당해도 제보자 및 신고자가 누군지 알지 못한다. 물론 짐작은 가능하다. 통상 학부모로부터 지속적인 민원이 발생한 후 아동학대 고발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어떤 사람이 고발을 했을 지 추정된다. 다만 고발자가 누군지 알고, 무혐의로 판정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교육현장 특성상 학부모를 상대로 교사가 법적 대응에 나서기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학부모와 대치 상황을 만드는 것에 대한 심리적 부담이 클 뿐 아니라, 법적 대응에 따른 시간 및 비용 등의 부담도 크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아동학대 고발 건 특성상 무고죄 성립이 어려운 점과, 법적 대응에 대한 부담 등을 이유로 많은 교사들이 대응을 포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봄이 경기교사노조 교권보호국장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무고죄로 신고하겠다고 마음을 먹고 변호사를 찾아갔는데, 변호사가 ‘이건 신고를 해도 인정받기 어렵고 비용만 들 것이다’라고 말해 포기한 사례가 있다”고 전했다. 

교육업계 관계자들은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 교사들의 고통이 매우 크다고 호소했다.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되면 교원들은 지자체 조사 및 경찰 수사를 받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수업 배제, 담임 박탈, 강제 휴가 등의 조치를 받는 사례가 많다고 알려진다. 

황 국장은 “무엇보다 교사들은 경찰조사에도 큰 심리적 부담을 받는다”며 “이후 무혐의로 판정이 나더라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불면증 등 정신과적 질환에 시달리게 경우가 상당하다”고 토로했다. 

그간 교육노동업계에선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에 따른 교권침해를 막기 위해선 아동학대 관련 법안 개정을 요구해왔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은 초‧중등교육법(유아교육법)과 아동복지법 및 아동학대처벌법 개정을 통해 시‧도교육청에 아동학대 전담기구 설치 및 아동학대전담공무원 배치 조항 신설을 제안해왔다. 교육청에 아동학대 전담기구를 설치해 학교 내 아동학대 신고접수, 현장조사를 담당하고, 학교 내 아동학대 여부를 판단해 갈등을 중재하는 역할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 정당한 교육활동 보장 관련 법안 발의… 교권침해 부모 제재 방안 미궁

최근 초등교사 사망 사건을 계기로 교권보호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면서 법 개정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정치권에선 악성민원 및 무분별한 아동학대신고로 인한 교육활동 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법안 발의도 이어졌다. 

국회 교육위원회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7일 ’교육활동 보장 5법’ 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발의한 5법은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 △초·중등교육법△유아교육법△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아동복지법 등으로 이뤄졌다.

발의된 법률 개정안을 살펴보면 ‘교원지위법’ 개정안은 교육활동 침해행위 조항에 공무집행방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무고를 포함해,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과 관련해 허위사실을 신고하거나 교원의 정당한 공무 행위를 방해하면 관계 기관으로부터 교원의 치유와 교권 회복에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명시했다. 

‘초·중등교육법’과 ‘유아교육법’ 개정안은 교육청에 아동학대사례판단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해 교원의 교육활동 중 행위가 아동학대로 신고된 경우, 해당 행위에 대한 교육활동 적정성을 심의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아동학대처벌법’ 개정안은 교원의 학생생활지도 과정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신고 사건의 경우 사법경찰관은 교육감에게 해당 행위가 교육활동으로서 적정한지에 대한 여부와 의견을 청취한 후 사건을 처리하도록 하고, 검사는 그 의견을 참고해 아동보호사건 송치, 공소제기 또는 기소유예 등의 결정을 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했다. 

‘아동복지법’ 개정안은 지자체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이 아동학대 신고를 받고 출동하는 등 그 업무를 수행할 때 교육청에 설치된 아동학대 전담조직 담당 공무원과 협조해 수행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서 의원은 이번 개정안에 대해 “아동의 학대를 보호하려는 취지와 달리 교육 현장에서 아동학대처벌법이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는 만큼, 교육활동의 특수성을 고려한 종합적인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법률 개정안은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 악성 민원에 대한 교원 보호, 분쟁 조정 등의 근거를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춰진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교육노동계 일각에선 보다 적극적인 법 개정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아동학대 신고·무고성 악성 민원을 제기한 학부모에 대해 책임을 묻는 제도가 미비한 만큼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 최종 결론 : 사실 
 

근거자료 및 출처
아동복지법
  법제처 법령정보센터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법제처 법령정보센터
형법 제11장(무고의 죄)
  법제처 법령정보센터
’교육활동 보장 5법’ 개정법률안 과련 발표자료 
2023. 07. 27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아동학대 관련 설문조사 자료
2023. 04. 04 대전교사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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