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승 못하는 주가, HBM 등 신사업 경쟁사에 뒤처진 탓”
반도체 종목 대표인만큼 천천히 회복… 하반기 ‘9만 전자’ 기대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주가는 6만7,3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전일과 대비해선 0.3% 줄었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사진=뉴시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주가는 6만7,3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전일과 대비해선 0.3% 줄었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사진=뉴시스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지난달 7만3,000원 선까지 올랐던 삼성전자의 주가가 6만원대 후반을 횡보하고 있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주가는 6만7,3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전일과 대비해서는 0.3% 가량 하락했다. 지난달 4일 7만3,600원 돌파로 ‘7만전자’를 회복한 후, 한 달 만에 다시 6만전자로 주저앉은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분기 삼성전자의 핵심 사업 분야인 ‘디램(DRAM)’을 포함한 반도체 사업 업황 개선, 신형 폴더블폰 모델 판매 호조 등 주가 상승 요소가 다수 포진한 상태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가 ‘6만전자’를 벗어나고 있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 과거만 못해진 ‘기술의 삼성’… 주가 회복 지지부진

금융권 전문가들은 ‘기술력’을 문제로 꼽고 있다. ‘기술의 삼성’이라는 별명이 예전만 못하다는 것이다. 과거 삼성전자는 메모리 부문에서 ‘퍼스트 무버(First mover: 선도자)’였으나, 현재 떠오르는 새로운 반도체 기술 분야에선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 따라가는 후발 주자)’가 된 느낌이 있다는 것.

특히 최근 메모리 반도체 분야 핵심 사업으로 꼽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 삼성전자는 경쟁사를 따라가는 입장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Trendforce)’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HBM시장은 SK하이닉스가 점유율 50%로 1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는 점유율 40%를 기록하며 2위에 머물렀다. 

HBM은 여러 개의 D램(RAM) 반도체를 수직으로 쌓아 만드는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다. CPU, GPU와 짝을 이뤄 인공지능(AI) 연산 성능을 극대화 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즉, AI시대에 HBM시장 선점에서 경쟁사인 SK하이닉스보다 뒤처지고 있는 삼성전자에 대해 투자자들의 기대가 떨어지고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 셈.

실제로 HBM을 사용하는 ‘엔비디아 A100’ 프로세서는 일반 그래픽용 D램을 사용하는 ‘엔비디아 A6000’ 프로세서보다 AI용 인공신경망(ANN) 작동 속도가 2배 이상 빠르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리포트링커(Reportlinker)’도 “AI와 머신러닝,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이 확장되면서 고성능 컴퓨팅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HBM 시장은 오는 연평균 성장률 32.9%을 보이며 2031년 49억 달러(약 6조3,847억원)를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도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삼성전자 주가가 생각보다 조금 지지부진한 행보를 하는 느낌이 있긴 하다”며 “이는 기존 DRAM 외에 최신 반도체 기술력이 경쟁사 대비해 오히려 삼성전자가 뒤처지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삼성전자 측에선 ‘내년 상반기 아니면 올 4분기부터는 대응이 가능하다’ 이런 식으로 말하지만 과거만큼의 성장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며 “그런 모습이 이어지면서 과거 대비 삼성전자의 주가 회복력이 약한 것이 아닌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에서 개발한 ‘고대역폭메모리(HBM)’ 반도체 모델인 'HBM-PIM'./ 삼성전자
삼성전자에서 개발한 ‘고대역폭메모리(HBM)’ 반도체 모델인 'HBM-PIM'./ 삼성전자

◇ 그래도 ‘반도체 대표’… 금융계, “느리지만 9만원대 회복 기대”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권가에선 삼성전자의 주가는 점차 회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DRAM 부문의 영업흑자 전환과 낸드플래시(NAND)의 영업적자 폭 축소, 파운드리 부문의 대형 신규 고객 확보 등의 긍정적 요소가 다수 포진한 만큼, 하반기 주가 상승세 뒷받침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7월 말부터 이달 초까지 국내 주요 증권사에서는 삼성전자의 주가가 대폭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키움증권(9만원) △IBK투자증권(9만원) △대신증권(9만원) △한국투자증권(9만4,000원) △KB증권(9만5,000원) △상상인증권(9만5,000원)으로 9만원 대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정민규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삼성전자는 아무래도 코스피를 대표하는 종목이기도 하고, 반도체 주가가 보통 시장에서는 업황을 한 6개월 정도 선행을 한다고 보는 경우가 많다”며 “최근에는 약간 초전도체라든지, 2차전지라든지 특정 테마성으로 수급이 많이 쏟아졌는데 반도체 업황이 회복함에 따라 삼성전자 주가도 천천히 회복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 업황 반등이 이뤄지고 있다하더라도 급격한 ‘V자형 회복’이 아니라 완만한 ‘U자형 회복’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많아, 주가도 천천히 움직이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회복도 삼성전자 주가 상승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8% 줄었다. 전 분기와 비교해도 5% 줄었다. 올해 1분기 출하량이 2억8,030만대임을 감안하면 2분기 출하량은 2억6,628만대 수준이다. 특히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이자, 삼성전자의 핵심 판매지역인 중국 시장도 상황은 좋지 않다. 미국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올 2분기 중국 내 스마트폰 출하량은 6,570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2.1% 줄었다.

정민규 연구원은 “삼성전자에겐 중국 시장이 가장 중요한 시장 중 하나인데, 소비자 수요 회복이 지연되고 있어 반도체 업황 자체 회복도 조금 느려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며 “다만 AI산업을 비롯한 신기술 시장이 빠르게 개화되고, 메모리 사용량도 크게 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체적으로 봤을 때 메모리 반도체 업황의 완만한 회복이 예상되고 거기에 따라 삼성전자 주가도 오르지 않을까 예상한다”며 “금융계에선 현재 9만원대로 예측하는 경우가 많은 편인데, 앞으로의 성장 모습을 생각해보면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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