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 사업 규모, 2030년 520조원 규모 육박
삼성전자·디스플레이·전기 등 IT 3사도 ‘총력전’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시작되면서 ‘자동차 전장사업’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 그룹 역시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IT 3사를 필두로 전장사업 경쟁력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사진=뉴시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시작되면서 ‘자동차 전장사업’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 그룹 역시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IT 3사를 필두로 전장사업 경쟁력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사진=뉴시스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국내 대표 대기업 그룹인 삼성은 사업 영역도 건설, 바이오, 통신 등 매우 다양하다. 하지만 핵심 사업 분야는 단연 ‘정보통신기술(IT)’이다. 삼성전자와 필두로 한 반도체 사업은 우리나라 경제를 지탱하는 대들보로 꼽히기도 한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시작되면서 반도체 하나만 가지고 글로벌 IT산업계 주도권을 잡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공지능(AI)’, ‘디스플레이’, ‘고성능 카메라’ 등 첨단기술을 한데 모은 ‘융합 산업’이 뜰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세계적 흐름에 맞춰 삼성의 변신도 현재진행형으로 이뤄지고 있다. 특히 ‘자동차 전장사업’ 확장을 적극 추진 중이다.

‘전장사업’이란 자동차 전장부품 관련 사업을 총칭하는 말이다. 여기서 전장부품은 차량에 들어가는 전기장치부품을 뜻한다. 차량 운전 시 전방 위협을 감지하는 카메라, 주행정보용 디스플레이 패널, 차량용 반도체 등이 이 사업 분야에 속한다. 삼성 그룹이 추진하는 전장사업 분야도 이 3가지가 핵심이다.

◇ 2030년 520조원 규모… ‘전장사업’잡기 나선 삼성

삼성이 전장사업 분야에 적극 뛰어드는 이유는 간단하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MLCC 등 전장사업 핵심기술은 이미 각 계열사 잘 하고 있던 분야기 때문이다. 증설 라인을 완전히 새롭게 구축할 필요가 없다. 또한 주요 기술을 이미 보유한 만큼, 상용화 속도도 타 사업 분야 대비 빠르다는 장점도 있다.

전장사업 자체의 성장세도 매우 빨라 세계 시장 경쟁력을 보유하기 위해선 서두를 필요가 있다. 글로벌시장조사기관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Fortune business insights)’에 따르면 자동차 전장사업 규모는 올해 2,596억3,000만달러(약 348조3,196억원)이며, 2030년 3,862억4,000만달러(약 518조5,272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전장사업은 가시적인 실적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삼성전자의 전장사업 자회사 ‘하만’은 올해 2분기 매출 3조5,000억원, 영업이익 2,5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7% 늘었다. 동 기간 영업이익은 무려 150%나 상승했다.

이처럼 글로벌 시장 트렌드와 수익성 모두에서 전장사업이 주목 받자, 삼성도 시장 잡기에 적극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오는 9월 6일 미국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에서 ‘오토모티브 일렉트로닉스 포럼’을 개최한다. 이 포럼에서 삼성전자는 자사의 차량용 반도체 제품을 소개하고, 글로벌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과 협력을 모색할 방침이다.

아울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전장사업 시장 확보에 직접 움직이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 5월에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를 만나 전장 부품 관련 협력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삼성전자가 개발한 차량용 반도체 ‘오토모티브 메모리(Automotive Memory)’인 ‘LPDDR5X’./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개발한 차량용 반도체 ‘오토모티브 메모리(Automotive Memory)’인 ‘LPDDR5X’./ 삼성전자

◇ ‘반도체·OLED·MLCC 등 주요기술 총동원

그렇다면 삼성 그룹에서 IT사업을 담당하는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3사에서 준비 중인 대표적 전장사업 분야는 무엇이 있을까.

먼저 ‘삼성전자’에서는 ‘차량용 반도체’ 시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여러 가지 차량용 반도체 중 삼성전자가 집중하는 곳은 ‘오토모티브 메모리(Automotive Memory)’분야다. 현재 세계 1위 메모리 반도체 기술력을 차량용 반도체 부문에 집중시키는 것이다.

오토모티브 메모리는 ‘자동차용 인포테인먼트(IVI, In-Vehicle Infotainment)’ 시스템에 필수적인 부품이다. 이는 내비게이션, 자율주행 등 ‘정보시스템’과 영화·게임·TV 등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을 총칭하는 용어다. 삼성전자에서 공급하고 있는 오모모티브 메모리 모델은 ‘LPDDR5X’와 ‘LPDDR5’가 대표적이다. 특히 LPDDR5X는 최대 9,600Mbps 속도와 20% 향상된 전력 효율을 가지고 있다.

관련 산업 규모도 급성장하는 추세라 전망도 밝다. 고사양 IVI시스템의 시장 요구가 높아지면서다. 시장조사업체 ‘IMARC 그룹’은 글로벌 오토모티브 메모리 시장 규모가 2028년 122억달러(약 16조3,846억원)에 이를 것으로 봤다.

삼성디스플레이가 'CES 2023'에서 선보인 벤더블 OLED기능을 탑재한 '뉴 지디털 콕핏'/ 삼성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가 'CES 2023'에서 선보인 벤더블 OLED기능을 탑재한 '뉴 지디털 콕핏'/ 삼성디스플레이

‘차량용 디스플레이’ 사업 부문은 ‘삼성디스플레이’가 맡는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자사의 ‘중소형 OLED’ 기술을 기반으로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 영향력을 높일 계획이다. 현재 가장 기대감이 높은 기술은 ‘벤더블 OLED’다. 벤더블 OLED는 화면을 자유자재로 구부렸다 펼 수 있는 디스플레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1월 세계 최대 IT·가전전시회 ‘CES 2023’에서 삼성디스플레이는 미래 자동차용 OLED 솔루션 ‘뉴 디지털 콕핏’을 선보인 바 있다. 34형 크기로 탑재되는 이 디스플레이는 운전자에게 실시간 주행 정보를 제공해준다. 자율주행모드에선 엔터테인먼트용 스크린으로 사용도 가능하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현재 글로벌 주요 차량 브랜드 기업들과 협력도 추진 중이다. 특히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독일의 ‘아우디’ 세단에 적용할 대규모 OLED패널 발주 계약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에는 이탈리아의 ‘페라리’와 디스플레이 솔루션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도 체결했다. 이날 협약식에는 베네데토 비냐(Benedetto Vigna) 페라리 CEO도 참석해 자동차 업계의 눈길을 끌었다.

자동차 전자시스템의 ‘혈관’이라고 말할 수 있는 ‘고성능 전류회로’ 연구·사업은 ‘삼성전기’에서 맡아 진행 중이다. 특히 ‘MLCC(적층세라믹콘덴서)’의 경우, 스마트폰·PC·TV 부문에선 수요가 떨어지고 있으나, 전장사업 분야에선 오히려 급증하는 추세다. 자율주행차 및 전기차 보깁이 늘면서다. 

실제로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이 탑재된 전기차에 들어가는 MLCC 숫자는 약 2만개로, 일반 자동차보다 약 3배 이상 많이 필요하다. 삼성전기는 이밖에도 자율주행차의 눈이 되는 고성능 카메라 모듈, 차량용 반도체 제작에 필수인 ‘FC-BGA(반도체칩과 기판을 연결한 반도체 패키지 기판)’ 생산도 적극 추진 중이다.

전장용 MLCC를 필두로 삼성전기의 올해 실적 전망도 밝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기는 주력인 MLCC는 건전한 재고 상태를 바탕으로 가동률과 수익성이 개선되는 국면”이라며 “MLCC, 카메라모듈, FC-BGA 모두 전장용 성과가 가속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올해 매출 비중은 전장용 MLCC 20%, 전장용 카메라모듈이 15%,전장용 FC-BGA는 30%에 근접할 전망”이라며 “삼성전기는 전기차 및 자율주행 트렌드에 주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