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남길이 영화 ‘보호자’(감독 정우성)로 새로운 얼굴을 꺼냈다. / 길스토리이엔티
배우 김남길이 영화 ‘보호자’(감독 정우성)로 새로운 얼굴을 꺼냈다. / 길스토리이엔티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배우 김남길이 영화 ‘보호자’(감독 정우성)로 관객 앞에 섰다. 주인공 수혁을 쫓는 해결사 우진으로 분해 변신을 꾀한 그는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연기에 중점을 둔 부분을 밝혔다. 

지난 15일 개봉한 ‘보호자’는 10년 만에 출소해 몰랐던 딸의 존재를 알고 평범하게 살기를 원하는 수혁(정우성 분)과 그를 노리는 이들 사이의 이야기를 그린 액션 영화다. 배우 겸 감독 정우성의 장편 영화 연출 데뷔작으로, 김남길은 성공률 100% 해결사, 일명 ‘세탁기’로 불리는 우진을 연기했다. 

우진은 조직의 2인자 성준(김준한 분)의 의뢰를 받고 수혁의 뒤를 쫓는 인물. 스크린과 안방극장를 넘나들며 장르 불문 탁월한 캐릭터 소화력과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자신만의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김남길은 ‘보호자’를 통해 순수함과 잔혹함이 공존하는 독특한 매력의 우진을 입체적으로 빚어내며 제 몫을 해낸다. 그동안 보지 못한 새로운 얼굴도 확인할 수 있다. 

김남길은 최근 화상 인터뷰를 통해 <시사위크>와 만나 캐릭터 구축부터 촬영 과정, ‘감독’ 정우성과의 작업 소감 등 ‘보호자’와 함께 한 순간을 돌아봤다. (*해당 기사에는 영화에 대한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김남길이 캐릭터 구축 과정을 전했다. / 길스토리이엔티
김남길이 캐릭터 구축 과정을 전했다. / 길스토리이엔티

-그동안 보지 못한 새로운 얼굴이었다. 변신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나. 

“‘포기’라고 해야 할까, 내려놓고 해야겠다고 생각했다.(웃음) 우진을 그동안 많은 영화에서 보여준 킬러, 해결사, 소시오패스로 정의되는 캐릭터로 보여주기엔 어떻게 해도 지금까지 보여준 것을 뛰어넘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른 방법으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부담보다 내려놓고 편하게 하자는 생각을 많이 했다. 이 작품 이후에도 이미 봤을 법한 캐릭터인데 어떻게 비틀어서 표현할지 생각을 하게 됐다. 거기에서 오는 새로움이 있더라. 우진을 연기하고 나서 많은 도움이 됐다.”

-우진은 어떤 인물로 다가왔나. 어떻게 표현하고자 했는지. 

“단순히 광기, 어린아이 같은 천진난만함에서 올 수 있는 불확실성의 두려움, 공포만 갖고 갈 순 없었다. 극을 끌고 가는 주인공만큼 서사를 가져가는 것은 아니지만 우진이 왜 이렇게 살고 있고 왜 이런 일을 하는지 과거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어릴 때 기억에 머물러서 그 기억 속에서 더 성장하지 못한 인물, 그때 생긴 트라우마, 상처 때문에 성장하지 못하고 사회적 결핍을 가진 인물로 표현하고자 했다.”

-우진은 다른 등장인물들과 다소 색과 결이 달라 자칫하면 튈 수 있는 캐릭터였다. 적당한 온도를 맞추기 위해 어떤 고민과 노력을 했나. 

“초반 캐릭터를 잡아나갈 때 가장 고민된 지점이다. 묵직함을 이어가는 수혁이 우진을 만났을 때 자칫 이야기의 흐름이나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산화될까 걱정했다. 그런데 (정)우성 형이 휩쓸리지 않고 중심을 잡아줬고 균형을 잘 맞춰줬다. 수혁과 우진이 어떤 대사를 통해 직접적으로 말하진 않지만, 약간의 교감, 관계성에 대한 정서적인 베이스를 갖고 가자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사실 (연기하면서) 외로웠다. 우진과 정서적 교감이 돼 있고 많은 것을 공감하는 인물인 진아(박유나 분)와 합을 맞출 때는 즐겁고 좋은데, 추구하는 방향, 캐릭터 성향 자체가 다른 인물과 만났을 때는 영화의 메시지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나름대로 캐릭터를 보여줘야 했기 때문에 맞게 하고 있나 생각도 많이 들었다. 그때마다 내가 기준점으로 삼은 것은 모니터 앞 정우성 감독님이었다. 감독님이 모니터를 보며 웃고 있으면 맞게 가고 있구나 생각했다.(웃음)”

우진을 입체적으로 빚어낸 김남길.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우진을 입체적으로 빚어낸 김남길.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정우성 감독이 레퍼런스 없는 현장을 고집했다고 했는데, 그런 방식이 캐릭터를 구축하고 만들어나가는데 어렵진 않았나.

“본인이 생각한 캐릭터나 표현하는데 있어서 머릿속에 떠오르는 게 없거나 확실하지 않을 때 보는 게 레퍼런스라 생각한다고 했다. 그걸 보게 되면 너무 많이 따라가려고 하고 흉내를 내려고 할 수 있으니, 그냥 ‘김남길다운’ 우진을 표현해 줬으면 좋겠다고. 하지만 나는 집에 가서 레퍼런스를 찾아봤다.(웃음) 살인마부터 킬러, 소시오패스 다 봤다. 하하. 멋스러운 레퍼런스가 되게 많았다. 그런데 대부분 어둡더라. 내가 생각한 것과 달라서 고민이 됐다. 그러다 예전에 ‘후회하지 않아’를 준비하면서 봤던 동성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이 떠올랐다. ‘보호자’가 동성애 코드까지는 아니지만 사람으로서 우진이 수혁을 좋아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표현해 보자는 생각으로 참고했다.”  

-연기적으로 가장 고민한 장면은 무엇이었나. 

“차에서 할머니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이다. 동떨어진 섬 같은 캐릭터인 우진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말을 하는데, 그것을 전달하는 방식, 우진스러운 톤이 무엇일까 고민이 됐다. 나도 평소 발랄하지만 진지할 때 나오는 사람 김남길의 톤이 있잖나. 나도 모르게 그런 톤으로 자꾸 다운되는 거다. 그렇다고 우진답게만 하면 가볍고 장난스럽게 보일 것 같고, 그 중간 지점을 찾는 게 어렵고 부담스러웠다. 그것 때문에 이틀 정도 잠을 못 자기도 했다. 정우성 감독님과 대화를 하며 적정선을 찾아나갔다.” 

김남길이 감독 정우성과 함께 한 소감을 전했다. / 길스토리이엔티 ​
김남길이 감독 정우성과 함께 한 소감을 전했다. / 길스토리이엔티 ​

-동료배우 정우성과 감독 정우성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이었나.  

“비슷한 것 같다. 결론적으로 배우와 연출도 사람으로서 시작이 된다고 생각하는데, 정우성이라는 사람은 연기할 때도 그렇고 연출할 때도 그렇고 자기만이 갖고 있는 사람에 대한 배려, 이해, 태도가 다르다. 그래서 연기를 하는 동료배우일 때도, 연출을 하는 감독일 때도 차이점을 느끼지 못했다. 굳이 꼽자면 본인 촬영 없이 감독으로서만 현장에 있을 때는 더 디테일하게 챙기려고 했던 차이가 있었다. (정우성이) 연기적인 호흡을 알고 연출을 하니까 좋은 부분이 있는 반면 도망갈 구석이 없었다. 연기할 때 자신이 없거나 숨기고 싶거나 그런 경우가 간혹 있는데, 배우로서 이미 너무 잘 아니까 숨을 곳이 없더라. 그래서 힘들기도 했다. 그래도 명쾌해서 좋았고 배려해 주고 배우로서 잘 놀게 해주셔서 좋았다. 또 제안이 온다면 흔쾌히 할 의향이 있다.” 

-지난해에는 이정재 감독의 ‘헌트’에 특별출연하기도 했다. 과거 한 브랜드 행사로 단편영화를 연출한 경험도 있는데, 선배들의 활약을 보며 다시 연출에 도전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진 않았나. 

“단편영화 연출했을 때 정말 힘들다고 생각했다.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거구나 싶었다. 머리 쓸 일도 많고 정말 힘들더라. 그래서 다음부터는 감독님에게 잘해줘야지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배우도 쉬운 직업은 아니지만, 감독은 전체를 다 아우르다 보니 더 고충이 크고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두 형이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배우가 연출과 연기를 동시에 하면 좋은 점도 많다고 본다. 그래서 욕심이라기보다 기회가 되면 민폐가 되지 않는 선에서 도전해보려고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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