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는 내년부터 궤도·삭도에도 적용가능한 교통약자 이동편의시설 종류와 설치기준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은 교통약자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 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부산 영주동 모노레일 /부산중구청
국토교통부는 내년부터 궤도·삭도에도 적용가능한 교통약자 이동편의시설 종류와 설치기준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은 교통약자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 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부산 영주동 모노레일 /부산중구청

2021년 4월, 더불어민주당 문정복 의원실과 다수의 장애인단체들을 중심으로 한 교통약자 이동편의증진법 개정안 토론회가 있었다. 이 토론회에서는 산악지나 구릉지, 해상 관광지에서 접근할 수 있는 이동수단인 케이블카나 모노레일에 대한 교통약자 편의시설의 필요성과 설치를 촉구하는 내용을 다뤘다. 

실제로 해외의 경우에는 케이블카나 모노레일이 관광용으로만 활용되는 것이 아니라 주민 교통용으로도 많이 활용되고 있고 이미 법을 통해 이동권을 보장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장애인법(American with Disability Act)의 제4편 49장 37절에 경전철과 모노레일을 포함한 운송차량의 접근성 표준에 대한 지침과 요구사항을 제공하고 있다. 

호주의 경우도 접근가능한 대중교통에 대한 장애 기준(Disability Standards Accessible Public Transport)에서 경전철, 모노레일, 레일웨이를 포함한 교통수단과 기반시설에 대한 설치 기준을 제시하고, 일본에서도 배리어프리법의 대중교통기관의 여객시설·차량 등 역무의 제공에 관한 가이드라인에서도 모노레일을 포함한 대중교통차량 및 여객시설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마련돼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케이블카나 모노레일을 대부분 관광지에서만 활용하는 교통수단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지만 본래 궤도·삭도는 시민들의 이동에 필요한 교통수단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경우 부산이나 서울 등 산비탈이 가파른 동네에 궤도·삭도 시설을 설치해 교통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동안 케이블카나 모노레일은 엄연히 궤도운송법 제2조에 따른 이동수단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교통약자 이동편의증진법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장애인 등의 이동권 보장에서 누락돼 왔었다. 2021년 이동편의증진법 개정안 토론회를 통해 해당 문제가 공론화되면서 개정안이 발의됐고 2021년 12월 31일 국회 문턱을 아슬아슬하게 넘었다.

법안 개정안 통과 후 시행령이 만들어지기까지 2년간 유예기간이 주어졌고, 지난 8월 23일 국토교통부는 내년부터 궤도·삭도에도 적용가능한 교통약자 이동편의시설 종류와 설치기준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은 교통약자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 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국토부가 버스나 지하철 등 다른 교통수단의 교통약자 이동권 정책을 이끌어 나가왔기 때문에, 궤도·삭도도 마찬가지로 다른 교통수단과 같은 수준의 편의시설 지원이 적용된다고 밝혔지만 실제 발표된 내용을 확인해 본 바 미비점과 우려가 남아있다.

국토부가 분류한 궤도와 삭도의 종류는 다음과 같다. 궤도는 케이블카철도, 모노레일, 경전철 등이 포함되고 삭도에는 케이블카나 곤돌라, 스키장리프트가 포함된다. 그러나 이를 구체적으로 구분할 수 있는 국민은 많지 않다. 즉, 이용자의 입장에선 케이블카나 모노레일을 탑승하러 갔을 때 탑승하지 못하는 경우 법안 개정안이 무의미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교통약자의 이동편의증진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보다 면밀히 살펴보면 다음의 문제가 있다. 해당 시행규칙에서 말하는 ‘교통약자용 좌석’ 기준에서 8인승 미만의 궤도차량(삭도는 제외한다)은 교토약자용 좌석을 마련하지 않아도 되는 예외규정이 담겨 있다. 공간 구조상 휠체어 등이 탑승이 어려울 수 있지만 주로 소형 관광지나 산악지형에 설치된 소규모 모노레일의 대다수가 8인승 이하인 점을 감안한다면 휠체어 등을 사용하는 교통약자에게는 선택의 폭이 확대되지 않는 것이다. 

또한,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시행령의 대상 시설별 이동편의시설의 종류에서 각종 교통대상시설 별로 이동편의시설을 의무설치해야 하는 종류를 구분해두었다. 이 중 궤도차량 대상시설에서 판매기와 개찰구가 교통약자 편의시설 설치 기준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이 의문스럽다. 

부산 오륙도선 트램 차량 디자인. /부산 남구

특히 삭도의 경우 경전철이나 노면전차로 설치되는 경우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하철 설치가 어려운 지역에서 궤도·삭도법을 바탕으로 지자체가 경전철 설치를 고려하기도 한다. 이때 다른 법의 적용이 있다고 하더라도, 교통약자의 이동편의증진법만을 놓고 본다면 경전철 탑승에 있어 판매기와 개찰구가 반드시 고려될 필요가 있음을 이해할 수 있다. 

홍서윤 한국장애인관광협회 비상임이사
홍서윤 한국장애인관광협회 비상임이사

특히나 현대사회에서 무인 시스템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인데, 판매기와 개찰구 설치에 있어 장애인 등 교통약자의 접근성을 당초부터 고려하지 않았다는 크게 아쉬운 대목이며, 개정안 초기부터 해당 문제를 다루는 것이 더욱 적절하다고 볼 수 있다.

국토부는 오는 10월 3일까지 의견을 받아 이를 토대로 개정안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한다. 과거와 달리 사회변화에 발맞추어 국토부에서도 장애인 등 교통약자의 이동권 보장에 대한 심도있는 고민과 정책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야 하듯 개정안에 누락 되거나 미비된 부분은 없는지 꼼꼼히 살핀 후 보완된 개정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마련돼야만 실효성있는 정책으로 거듭날 것이다.

홍서윤 한국장애인관광협회 비상임이사 프로필 

 

현) 한국장애인관광협회 비상임이사

현) 장애인문화예술원 비상임이사 

전) 한국방송공사 앵커 

전) 장애인여행문화연구소 대표 

전) 한국장애인관광협회 대표이사 

전) 한국교통안전공단 비상임이사 

전) 서울관광재단 비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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