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부양의무를 다하지 않은 부모가 자녀 사후 그 재산(보험금, 보상금 등)을 상속받는 일이 발생하면서 사회적 논란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국민적 공분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입법적 대응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자녀 부양의무를 다하지 않은 부모가 자녀 사후 그 재산(보험금, 보상금 등)을 상속받는 일이 발생하면서 사회적 논란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국민적 공분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입법적 대응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시사위크=김두완 기자  천륜(天倫)은 저버려도 보상금은 포기 못 한다. △천안함 전사 아들 보상금 △세월호 사망 딸 보상금 △소방관 딸 순직 보상금 △경주 리조트 붕괴 사망 딸 보상금 △조현병 역주행 사고 예비신부 보험금 △가수 구하라 씨가 남긴 유산 △127대양호 선원 아들 사망 보상금 등이 그 사례다. 자녀 부양의무를 다하지 않은 부모가 자녀 사후 그 재산(보험금, 보상금 등)을 상속받는 일이 발생하면서 사회적 논란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국민적 공분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입법적 대응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살펴보자.

◇ 입법 공감대 형성, 절차적 방식 대립으로 법안 계류 중

피상속인(상속재산을 물려주는 자)에 대해 부양의무를 게을리(해태)한 상속인(상속자)을 상속제한 사유에 포함하려는 법안은 제18대 국회부터 지속해서 발의됐다. 특히 지난 20대 국회에서는 이른바 ‘구하라법’이라 불리는 청원에 국민 10만 명이 동의하면서 이슈가 주목받았다.

현재 21대 국회에서는 202년 6월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2021년 2월 수정 보완해 다시 발의)과, 2021년 6월 국무회의를 통과하며 국회에 제출한 정부(법무부)안이 주축을 이루며 계류 중인 상황이다. 두 법안은 부양의무를 게을리해 반인륜적이고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큰 경우 상속에서 완전히 배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점은 같다. 다만 절차적 방식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서영교 의원 법안은 민법 제1004조 ‘상속결격’ 사유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상속결격’은 재산상속인이 법정 사유가 발생하면 재판상의 선고를 기다리지 않고 법률상 상속 자격을 잃는 것을 말한다.
 

민법 제1004조(상속인의 결격사유) ‘제6호’ 신설(호 신설)

“피상속인의 직계존속으로서 피상속인에 대한 양육을 현저히 게을리하는 등 양육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한 자”

현행법은 ‘상속인의 결격사유’를 크게 5가지로 규정하고 있다. △고의로 직계존속, 피상속인, 그 배우자 또는 상속의 선순위나 동순위에 있는 자를 살해하거나 살해하려 한 자 △고의로 직계존속, 피상속인과 그 배우자에게 상해를 가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 자 △사기 또는 강박으로 피상속인의 상속에 관한 유언 또는 유언의 철회를 방해한 자 △사기 또는 강박으로 피상속인의 상속에 관한 유언을 하게 한 자 △피상속인의 상속에 관한 유언서를 위조·변조·파기 또는 은닉한 자 등이다. 이 중 어느 하나에라도 해당한 자는 상속인이 되지 못한다.

서영교 의원의 법안은 여기에 ‘자녀에 대한 양육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한 자’를 추가(제6호 신설)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쉽게 말해 서영교 의원 법안이 통과되면, 자녀에 대한 양육을 현저히 게을리한 부모는 상속 자격이 자동으로 박탈된다는 뜻이다.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8월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구하라법' 통과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뉴시스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8월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구하라법' 통과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뉴시스

반면 정부(법무부)안은 ‘상속권 상실제도’를 도입하는 방식이다.
 

민법 제1004조의2(상속권 상실선고) 신설(조항 신설)

“가정법원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피상속인의 청구에 따라 상속인이 될 사람의 상속권 상실을 선고할 수 있다.”

2021년 6월 배포된 법무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상속권 상실제도’는 상속인이 피상속인에 대하여 중대한 부양의무의 위반, 중대한 범죄행위, 학대 그 밖의 심히 부당한 대우 등을 한 경우 피상속인이나 법정상속인의 청구에 따라 가정법원이 상속권 상실 여부를 결정하는 제도다. 

정부(법무부)안이 통과되면 피상속인이 생전에 가정법원에 특정 상속인에 대해 상속권을 박탈해 달라고 신청할 수 있게 된다. 가정법원은 부모·자녀 상호 간 부양의무, 범죄행위, 학대 등 다양한 사례를 고려해 신중하게 판단한다.

◇ 상속제도 개편, 어떤 제도를 선택해야 할까

두 법안의 접근 방식 차이는 피상속인의 의사표시(유언)다. 부양의무 불이행을 ‘상속결격’ 사유로 규정하면 피상속인의 의사표시(유언)가 없더라도 결격사유가 있는 상속인은 상속에서 배제된다. 반면 ‘상속권 상실제도’는 피상속인의 청구에 따라 법원의 사전적 판단으로 상속권이 배제된다. 즉 상속재산을 물려주려는 자의 의사표시에 따라 상속배제가 이뤄진다.

두 법안의 접근 방식 차이는 피상속인의 의사표시(유언)다. 부양의무 불이행을 ‘상속결격’ 사유로 규정하면 피상속인의 의사표시(유언)가 없더라도 결격사유가 있는 상속인은 상속에서 배제된다. 반면 ‘상속권 상실제도’는 피상속인의 청구에 따라 법원의 사전적 판단으로 상속권이 배제된다. / 자료=국회입법조사처 현안분석 보고서(2021.10.05.) 및 법제사법위원회 검토보고서(2020.07) 참고, 그래픽=이주희 기자
두 법안의 접근 방식 차이는 피상속인의 의사표시(유언)다. 부양의무 불이행을 ‘상속결격’ 사유로 규정하면 피상속인의 의사표시(유언)가 없더라도 결격사유가 있는 상속인은 상속에서 배제된다. 반면 ‘상속권 상실제도’는 피상속인의 청구에 따라 법원의 사전적 판단으로 상속권이 배제된다. / 자료=국회입법조사처 현안분석 보고서(2021.10.05.) 및 법제사법위원회 검토보고서(2020.07) 참고, 그래픽=이주희 기자

‘상속결격’ 제도 도입을 주장하는 측 입장은 현행 민법상 ‘상속결격’이 피상속인의 친족인 법정상속인의 상속을 강력하게 제한하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법제사법위원회 검토보고서(제380회 국회(임시회) 제1차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자녀에 대한 부양의무를 게을리한 부모를 상속에서 배제하는 입법목적을 달성하는 측면에서 상속결격 제도를 활용하는 것은 가장 유효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다만 “상속결격은 법률상 무효 사유로 누구나 기한 제한 없이 상속인의 상속결격을 주장하는 것이 가능하다”며 “상속 분쟁이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고 상속재산과 관련된 법적 불안정이 가중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검토의견을 제시했다.

‘상속권 상실제도’ 도입을 주장하는 측 입장은 ‘상속결격’ 제도보다 법적 안정성 면에서 유리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 의견서에 따르면 ‘상속권 상실제도’로 입법하는 것을 찬성하고 있다. 찬성 이유로 △상속권 상실제도는 새로운 신설제도로서 법 체계적 정합성 문제가 야기되지 않는 점 △직계존속의 부양의무 불이행뿐만 아니라 직계비속의 부양의무 불이행까지 모두 포함 가능한 점 △법원이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기각할 수 있는 재량권이 있는 점 등을 근거로 삼았다.

또한 ‘피상속인에 대한 양육을 현저히 게을리하는 등 양육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하였다’를 판단하는 ‘상속결격’ 제도는 “판단하는 데 필요한 명백한 기준이 있기가 쉽지 않고, 개념도 불명확하여 상속결격 여부를 다루는 사건이 많아지게 될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21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구하라법 통과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박인환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회적 문제가 된 사례들은 피상속자들의 예상치 못한 사망으로 발생한 보상금 등을 둘러싼 상속 분쟁”이라며 “사전에 대비하기 어렵고 장기간 연락 두절로 떠나버린 부모를 수색하며 상속권 상실 청구를 한다는 것은 절차 비용이 많이 들고 지나친 심적 부담을 강요한다”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현대사회에서 미성년자에 대한 부모의 책임이 강화되고, 이에 부모의 해태가 상속결격에 해당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충분하다”며 “새로운 상속결격 사유를 추가하는 것은 법 이론상, 입법 정책상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최근 혼인율이 낮아지고, 초혼 평균연령이 증가하는 사회적 변화를 고려하면 부양의무를 게을리한 부모에 대한 상속 타당성을 확보하는 제도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사진은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 모습. / 뉴시스
최근 혼인율이 낮아지고, 초혼 평균연령이 증가하는 사회적 변화를 고려하면 부양의무를 게을리한 부모에 대한 상속 타당성을 확보하는 제도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사진은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 모습. / 뉴시스

◇ 국민 법 감정 반영하면서도 법적 안정성과 균형 이루는 것 필요

서영교 의원은 지난 9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민법 개정안인‘ 구하라법’의 국회 통과를 촉구했다. 서 의원은 “21대 국회 들어 1호 법안으로 ‘구하라법’을 만들었지만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고 있고, 통과되지 못하고 있는 사이에 수없이 많은 구하라의 가족들이 억울함을 그대로 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의 상속제도는 실질적인 가족관계를 고려하지 않는다. 신분 관계에 의해 형식적으로 법정상속인을 정한다. 그 결과 양육에 전혀 기여하지 않은 부모도 미성년 자녀를 홀로 양육한 부모와 마찬가지로 상속을 받는 상황이 발생했다.

특히 미혼인 20~30대가 사망할 경우, 상속인은 부모 등 직계존속이 된다. 최근 혼인율이 낮아지고, 초혼 평균연령이 증가하는 사회적 변화를 고려하면 부양의무를 게을리한 부모에 대한 상속 타당성을 확보하는 제도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최근 불거진 상속 분쟁 사례들을 통해 알 수 있듯이 현재의 상속제도는 국민 법 감정에 미치지 못했다”면서도 “하지만 법·제도 개편 시 안정성과 균형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하며 분쟁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식을 선택해야 궁극적으로 국민을 보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근거자료
  • 민법 일부개정법률안 검토보고(상속결격사유에 피상속인에 대한 부양의무 해태 추가 / 서영교의원 대표발의(의안번호 제70호)), 법제사법위원회 수석전문위원 박장호, 2020. 07., 제380회 국회(임시회)
     
  •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상속인의 상속배제에 관한 입법 쟁점, 국회입법조사처 현안분석 제211호, 2021.10.05., 김성호 정치행정조사실 법제사법팀 입법조사관

  • 부양의무 해태와 상속결격사유 확대에 관한 입법론, 박지원 국회도서관 법률자료조사관, 2020. 09.
     
  • 대한변호사협회, 민법 일부개정안(서영교 의원 대표발의, 2108076호)에 대한 검토의견, 2022. 01. 14.
     
  • 상속권상실선고에 관한 법무부 개정안의 문제점, 중앙법학회, 중앙법학 제23집 제1호 2021년 3월, 김상용 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박인환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서영교 의원실 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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