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연미선 기자  미국에 나가면 으레 경험하게 되는 문화가 있다. 바로 팁(Tip: 봉사료) 문화다. 처음에는 어느 정도가 적절한 수준인지, 팁을 준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이해가 안 돼 당황스럽기 마련이다. 한국에서는 경험해본 적이 없어서 더 그렇다.

미국과 달리 한국에서는 팁을 따로 계산해서 주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한국에선 부가가치세나 봉사료 등이 처음부터 포함된 가격을 표시하기 때문이다.

현행 식품위생법에서는 음식점이나 커피전문점 등 외식업체는 메뉴판에 표시된 가격대로 요금을 받아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때 법에서 정하는 가격표는 부가세‧봉사료 등을 포함해 소비자가 실제로 내야 하는 최종 지불 가격을 표시한 것을 의미한다. 별도로 표기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이런 가운데 국내서 ‘팁’을 요구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카페 런던베이글뮤지엄이 계산대에 ‘팁 박스’를 내놓아 소비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또 다른 식당에서는 서빙 직원이 친절하게 응대했다면 테이블 당 5,000원의 팁을 달라는 안내문을 붙여 논란에 올랐다.

앞서 지난 7월에는 카카오T 택시에 팁을 주는 시범 서비스가 도입되면서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택시 호출 플랫폼인 카카오T 애플리케이션엔 서비스를 이용한 직후 별점을 통해 평가를 남길 수 있는 기능이 있다. 이때 최고점을 주게 되면 일반택시 외 블루 등의 서비스를 이용한 경우 팁 지불 창으로 이동하게 된다. 팁을 주고 싶다면 △1,000원 △1,500원 △2,000원 중 선택할 수 있다.

원칙적으로는 팁을 달라고 ‘강요’만 하지 않는다면 현행법에 저촉되지는 않는다. 런던베이글뮤지엄 측은 메뉴판에 팁을 달라고 강요한 것이 아니며 단지 인테리어 개념일 뿐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진다. 카카오모빌리티도 팁을 지불할지 말지는 선택 사항이라고 일축했다. 이를 통해 플랫폼이 갖게 되는 수수료도 없다는 게 회사 측의 입장이다.

이에 대한 소비자 의견도 분분하다. 소비자 데이터 플랫폼 오픈서베이가 지난 7월 택시 호출 플랫폼 팁 기능에 대해 인식 조사를 한 결과, 반대에 가깝다는 의견이 7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택 사항이므로 상관없는 것 아니냐는 반응도 종종 나온다.

팁 문화가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미국에서는 최근 이에 대한 문제가 드러나기도 했다. 고객이 서비스에 만족했을 때 ‘자율적’으로 주는 팁 문화가 어느새 강요로 변질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그럼에도 미국에서 팁 문화가 유지되는 이유에는 임금제도와 관련이 있다. 미국 대부분의 주에선 팁을 받는 노동자의 임금이 기본급과 팁을 합쳐 최저임금 이상이면 되는 법이 존재한다. 유럽 등 여러 나라들에선 팁 문화가 점차 없어지는 추세다.

한국에서는 제시된 가격이 곧 지불해야 하는 가격이다.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은 인건비 등 각종 제반 비용이 오르면 최종 지불 가격도 올린다. 여기에 팁까지 요구하는 것은 과도하게 부담을 주는 행위라고 보인다. 아무리 강요가 아니라고 해도 눈 앞에 팁 박스를 내보이는 것은 상당한 압박을 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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