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1947 보스톤’으로 추석 극장가 저격에 나서는 (왼쪽부터) 김상호‧하정우‧임시완‧강제규 감독. /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1947 보스톤’으로 추석 극장가 저격에 나서는 (왼쪽부터) 김상호‧하정우‧임시완‧강제규 감독. / 롯데엔터테인먼트

시사위크|건대입구=이영실 기자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감동 실화가 스크린에 펼쳐진다. 한국영화 황금기를 이끈 강제규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배우 하정우‧임시완이 주인공으로 나서 진심을 다한 열연으로 묵직한 감동을 예고한다. 영화 ‘1947 보스톤’이다. 

31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영화 ‘1947 보스톤’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연출을 맡은 강제규 감독과 출연배우 하정우‧임시완‧김상호가 참석해 작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1947 보스톤’은 1947년 광복 후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 대회에 출전하기 위한 마라토너들의 도전과 가슴 벅찬 여정을 그린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한국 마라톤 전설 손기정 선수와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은 또 다른 영웅 서윤복 선수의 실화를 담아내, 묵직한 울림과 감동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특히 영화 ‘은행나무 침대’ ‘쉬리’ ‘태극기 휘날리며’ 등 한국영화의 패러다임을 바꾼 강제규 감독이 영화 ‘장수상회’(2015) 이후 8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으로 주목받고 있다. 여기에 손기정 역의 하정우, 서윤복 역의 임시완, 백남현 역의 김상호까지 탄탄한 캐스팅 라인업을 완성, 기대를 더한다. 

‘1947 보스톤’으로 돌아온 강제규 감독. / 롯데엔터테인먼트
‘1947 보스톤’으로 돌아온 강제규 감독. / 롯데엔터테인먼트

이날 강제규 감독은 오랜만에 관객을 만나는 것에 대해 “설레고 긴장된다”며 떨리는 소감을 전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1947 보스톤’에 대해서는 “1936년 베를린올림픽에서 가슴에 일장기를 달고 금메달을 딴 손기정 선수의 이야기에 대해서는 모두가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광복 이후 신예 서윤복을 발굴하고 1947년 보스턴 대회에 참가한 여정, 열정을 그리는 영화”라고 소개했다. 

이어 강제규 감독은 “영화 속 배경은 광복 이후 혼란스럽고 불안하고 굉장히 빈곤했던 시절”이라며 “그래서 선수들도 훈련 과정에서 배고픔이 가장 큰 적이었고 과학적인 시스템에 의해 훈련을 받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국가나 단체에서 적극적인 후원을 받을 상황도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혼란한 시기에 세계 대회에 나가 원대한 꿈을 펼쳐보겠다는 이들의 도전과 열정, 희생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그분들의 시대정신이 지금 힘들게 살고 있는 많은 국민, 관객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지 않겠나, 울림을 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고 작품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짚었다. 

연출에 중점을 둔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에 가장 근접하게 보여주는 게 중요했다”며 “가급적이면 픽션을 최소화하고 실제 이야기를 충실하게 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또 “마라톤을 소재로 한 만큼, 마라톤 그 자체를 리얼하면서도 흥미진진하게 보여주기 위해 고민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이에 서윤복을 연기한 임시완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했다. 강제규 감독은 “임시완을 통해 서윤복을 볼 것이고 마라톤을 볼 것이기 때문에 임시완을 어떻게 하면 ‘서윤복화’할까, 진짜 마라토너로 어떻게 만들까 고민했다”며 “그것이 이 영화를 보는데 있어 집중도를 높이고 영화에 동화돼 보게 하는 핵심이라고 생각했다. 임시완을 진짜 마라톤 선수로 만드는 일에 집중했다”고 강조했다.  

하정우가 작품을 택한 이유를 전했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하정우가 작품을 택한 이유를 전했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하정우는 1936년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이자, 1947년 보스턴의 기적을 이끄는 손기정 감독 역을 맡아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십을 발산한다. 하정우는 일장기를 가슴에 달고 달려야 했던 나라 잃은 선수의 울분부터 해방 후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나서는 국제 대회의 출전을 이끄는 감독의 리더십까지 섬세하게 표현하며 극을 이끈다. 

하정우는 “드라마가 주는 힘이 컸다”며 “시나리오를 접하기 전까진 손기정 선생님이야 민족의 영웅이니 알고 있었는데 그 안의 상황은 몰랐다. 어떻게 태극마크를 달고 보스턴 대회에 참가하게 됐는지, 그 여정이 굉장히 울림이 있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마음이 움직였다”고 작품을 택한 이유를 밝혔다. 

실존 인물 캐릭터 구축 과정에 대해서는 “손기정 선생님에 대해 아주 사소한 것까지 감독님에게 물어봤다”며 “실제 성격부터 시작해서 그런 시간을 어떻게 이겨내고 보냈는지, 촬영 때마다 감독님에게 물어봤고,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듯 감독님이 많은 이야기를 해줬다”고 전했다. 

또 하정우는 “현장에서 손기정 선생님과 비슷하다는 말을 많이 해주니까 정말 그런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거다”라며 “선생님이 나처럼 얼굴이 크셨나 싶기도 했다.(웃음) 마음이 먼저 가니까 왠지 닮아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계속 선생님을 생각하면서 작업에 임했다”고 이야기했다. 

임시완이 실존 인물을 연기한 소감을 말했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임시완이 실존 인물을 연기한 소감을 말했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임시완은 제2의 손기정을 꿈꾸는 불굴의 마라토너이자, 1947년 보스턴 마라톤 대회 국가대표 서윤복으로 분해 캐릭터와 혼연일체가 된 열연을 펼친다. 특히 임시완은 실제 선수들의 훈련량을 소화해 내며 체지방을 6%까지 낮추고 꾸준히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는 등 강도 높은 준비 과정을 거친 것으로 전해졌다. 

임시완은 “영화를 찍기 두 달 전부터 코치님과 훈련을 했다”며 “최대한 비슷하게 실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했고 외적으로도 마라토너로 보이기 위해 식단, 운동을 겸하면서 몸을 만들었다. 체지방 6%는 처음이라 나도 신기했다. 이후에도 그 숫자를 다시 보진 못했다”고 준비 과정을 떠올렸다.

작품에 임한 자세도 전했다. 임시완은 “실제 인물인 서윤복 선생님이 태극마크를 달고 뛰었던 것처럼, 나 역시 비록 작품일지라도 임하는 동안만큼은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국가대표라고 생각했다”며 “진짜 국가대표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국가를 대표해서 이 작업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잊지 말자는 생각을 하며 임했다”고 말했다. 

강제규 감독은 손기정, 서윤복으로 분한 하정우, 임시완의 높은 싱크로율을 자신했다. 강 감독은 “작품을 준비하면서 손기정 선생님에 대한 여러 자료와 영상을 봤는데, 하정우가 어투나 행동, 성품, 성격 등이 정말 많이 닮아있었다”고 했다. 이어 “임시완도 내가 생각한 이미지와 모니터 속 서윤복의 일체감으로 소름이 돋았다”며 “짜릿한 경험이었다. 두 배우가 손기정, 서윤복이 되기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이고 굉장한 노력을 했구나 생각했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김상호도 함께한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김상호도 함께한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김상호도 함께한다. 보스턴 현지에서 국가대표팀을 돕는 재정보증인 백남현을 연기한다. 통역부터 훈련지원, 교통편과 숙식 제공까지 미국 보스턴 현지 코디네이터로 활약하며 극에 유쾌한 활력을 부여하는 것은 물론, 어려운 시절 머나먼 타지에서 척박하게 살아가는 교민이 조국에 느낄 수 있는 양가적인 감정을 진솔하게 그려낼 예정이다. 

김상호는 “백남현 역시 실존인물이었고 보스턴 대회에서 아주 큰 영향력을 발휘한 것은 사실인데, 자료가 없었다”며 “그래서 연기할 때 조금 더 무섭기도 하고 조심스럽기도 하고 그랬다”고 쉽지 않은 과정이었음을 전했다. 이어 “백남현의 매력은 순방향이 아니”라며 “마라톤을 보며 울컥하는 조선 사람이지만, 그럼에도 실리를 따져서 나간다. 양면을 공유하고 있는 게 이 캐릭터의 매력”이라고 덧붙여 호기심을 자극했다. 

‘1947 보스톤’에는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빚어 활동을 중단한 배우 배성우도 등장한다. 극 중 1936년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동메달리스트이자, 서윤복의 코치로 보스턴 마라톤에 참가하는 남승룡 역을 맡았다. 이에 대해 강제규 감독은 “굉장히 속상하고 안타깝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사건이다. 후반작업을 어떻게 해야 할지 버겁고 힘든 건 사실이었다” 솔직한 심정을 고백했다. 

이어 “다만 이 영화는 1947년 손기정, 남승룡, 서윤복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기고, 이들의 삶과 업적이 영화에 충분히 녹여져 있는데 어떤 특정한 사실 때문에 이분들의 삶의 궤적이나 기록이 변형되거나 축소되는 건 도리가 아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을 이었다. 

그러면서 “그래서 고민 끝에 이 작품이 주고자 했던, 작품이 가고자 했던 방향으로 충실하게 마무리 짓는 게 감독으로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며 “그것이 이분들에 대한 예우가 아닌가 생각해 그런 기조로 작품을 마무리했다”고 덧붙였다. 

올 추석 극장가에 출격하는 ‘1947 보스톤’은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 ‘거미집’ 등 쟁쟁한 작품들과 경쟁을 벌인다. 강제규 감독은 “추석에 개봉하는 많은 작품이 있는데, 다양한 장르를 접할 좋은 기회가 아닐까 싶다”며 “흥행에 대한 부담은 있지만, 이 영화가 가진, 잘 알려지지 않은 소중한 이야기와 이를 통해 던지고자 하는 메시지와 도전, 열정이 관객에게 잘 전달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진심을 전했다. 오는 9월 27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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