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EU집행위, 구글·애플 등 6개 빅테크에 강력 규제
혼자 ‘쏙’ 빠진 삼성전자… 유럽 시장서 반사이익 기대감↑

EU집행위원회는 6일(현지시간) 유럽 내 IT시장에서 빅테크 기업들의 우월적 시장지위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6개 기업의 서비스 22개를 ‘게이트 키퍼’로 선정했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는 제외돼, 유럽 시장에서의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편집=박설민 기자
EU집행위원회는 6일(현지시간) 유럽 내 IT시장에서 빅테크 기업들의 우월적 시장지위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6개 기업의 서비스 22개를 ‘게이트 키퍼’로 선정했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는 제외돼, 유럽 시장에서의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편집=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발 팬데믹은 글로벌 ‘빅테크(Big tech)’ 기업들의 매서운 성장세를 가져왔다. 하지만 이에 따른 부작용도 급증하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의 시장 지배력이 지나치게 강력해지면서다. IT업계에선 이들이 서비스·기술의 사업과 시장 전체를 장악하고 있다는 날선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런 부작용을 방지하고자 유럽연합(EU)이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에 대한 전면적인 규제에 나섰다. 규제 대상은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 세계 대표 IT기업들이 다수 포함됐다. 이 가운데 국내 대표 IT기업인 ‘삼성전자’는 규제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유럽 IT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 EU, 구글·애플 등 6개 빅테크 규제… 삼성전자만 피했다

EU집행위원회는 6일(현지시간) 유럽 내 IT시장에서 빅테크 기업들의 우월적 시장지위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6개 기업의 서비스 22개를 ‘게이트 키퍼’로 선정했다. 게이트 키퍼란 다수 사용자 및 협력 사업자를 보유해 시장 지배적 중개자 지위를 인정받은 플랫폼이다. 구글플레이, 애플스토어 등이 대표적 게이트 키퍼 플랫폼이다. 소비자와 판매자 간 ‘관문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 같은 이름이 붙었다.

규제 대상에 오른 6개 빅테크 기업은 △알파벳(구글 모회사) △애플 △메타(페이스북 모회사) △아마존(AWS) △마이크로소프트(MS) △바이트댄스(틱톡 모회사) 등이다. EU집행위원회는 이들이 제공하는 소셜미디어(SNS), 앱스토어, 운영체제(OS) 등 22개 주요 서비스를 규제 대상으로 지정했다. 이번 규제 기업 확정은 지난 7월 각 기업에 통보한 이후 45일 간 논의를 거쳐 결정한 것이다.

EU집행위원회가 발표한 6개의 규제 기업 및 22개의 게이트키퍼 플랫폼 목록./ EU
EU집행위원회가 발표한 6개의 규제 기업 및 22개의 게이트키퍼 플랫폼 목록./ EU

EU집행위원회는 6개의 게이트 키퍼 기업은 지정된 핵심 플랫폼 서비스에 대한 각각의 ‘DMA의무’를 준수할 수 있도록 6개월의 유예기간을 부여했다. ‘DMA의무’는 EU에서 새롭게 시행하는 ‘디지털 시장법’으로, 내년 3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DMA의무 법안에 따라 EU는 규제 대상에 오른 빅테크 기업들에게 별도 의무를 부과할 방침이다. 세부적으로는 자사 서비스를 통해 얻은 이용자 개인정보를 다른 서비스에 활용하는 것을 금지한다. 결제 등 시스템 이용 시, 자사 소프트웨어나 앱만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것도 금지된다.  또한 게이트 키퍼로 선정된 기업들은 앞으로 6개월 안에 DMA 의무를 어떻게 준수할지에 대한 세부보고서를 제출해야한다.

국내 IT업계의 예상과 달리, 삼성전자는 EU집행위원회의 강력한 규제의 그물에서 벗어났다. 지난 7월 EU집행위원회에 자진 신고했던 7개 빅테크 기업 중 규제를 벗어난 것은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EU집행위원회는 “삼성전자의 인터넷 브라우저 자체는 DMA에 따른 게이트 키퍼 자격 기준은 충족하나, 삼성전자는 이 서비스가 시장 독점 지배력을 갖지 않는다는데 충분히 정당한 주장을 제공했다”며 “이에 따라 위원회에선 삼성전자와 삼성 인터넷 브라우저를 게이트 키퍼 플랫폼으로 지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 삼성은 플랫폼 아닌 ‘하드웨어’ 기업… 애플 등 경쟁사 규제에 반사이익도 기대

업계에서는 EU집행위원회가 삼성전자를 ‘플랫폼 기업’보다는 ‘하드웨어 제조기업’으로 봤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의 경우, 스마트폰용 ‘삼성인터넷’과 운영체제 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다른 빅테크 기업에 비해 시장 지배력을 확고히 할 만큼 강력한 서비스는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삼성전자가 유럽 시장에서 핵심 사업으로 추진하는 것은 스마트폰과 TV 등 전자기기·가전제품, 메모리 반도체 분야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탯카운터(Stat counter)’에 따르면 올해 기준 모바일 인터넷 브라우저 서비스 점유율은 구글의 크롬이 64.82%, 사파리(아이폰 브라우저)가 24.83%로 전체 시장의 약 90%를 차지한다. 반면 삼성 인터넷 브라우저 점유율은 고작 4.3%에 불과하다. 

스마트폰 운영체제 부문도 사실상 영향력이 전무하다. 독일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올 2분기 기준 모바일 OS 점유율은 구글 안드로이드와 애플 iOS가 각각 70.79%, 23.44%를 차지한다. 삼성전자의 OS는 3위를 차지하긴 했으나, 겨우 0.38%의 점유율만 차지했다. 대형 TV와 스마트폰이 각각 유럽시장서 60.7%, 34%를 차지한 것과 비교하면 확실히 ‘빅테크’라 불리긴 어려운 수치다.

2023년 2분기 기준 글로벌 모바일 운영체제(OS) 점유율./ Statista
2023년 2분기 기준 글로벌 모바일 운영체제(OS) 점유율./ Statista

류성원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산업혁신팀장도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EU의 디지털 시장법은 플랫폼역할을 하는 빅테크 기업들의 갑질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그렇다보니 제조기업인 삼성은 최종 빠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삼성전자 스마트폰인 갤럭시 모델엔 자사의 인터넷 앱이 있지만 EU에서는 이를 핵심플랫폼은 아니라고 판단한 듯하다”며 “삼성전자가 지정이 안 된 것은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국내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이번 규제로 삼성전자가 유럽 시장 경쟁에서 긍정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유럽 스마트폰 시장 내 가장 큰 라이벌인 ‘애플’이 규제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애플은 자체 스마트폰·태블릿 운영체제인 ‘iOS’와 아이폰용 인터넷 브라우저 ‘사파리’가 게이트 키퍼 플랫폼으로 지정됐다.

전문가들 역시 일단 반사이익은 있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당장은 삼성전자에게 미칠 영향을 판단하긴 이르다고 입을 모았다. 

류성원 전경련 산업혁신팀장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상대적으로 애플이 규제 대상으로 지정된 만큼, 반사이익이 있을 수는 있다”면서도 “삼성전자는 플랫폼사업자로서의 역할은 미미하기 때문에 큰 영향을 받는다고 얘기하긴 아직 어렵다”고 말했다.

정민규 상상인증권 연구원 역시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이번 규제는 플랫폼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제조업을 영위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제외된 것으로 보인다”며 “세부 가이드라인과 제재 내용이 드러나야 정확히 알 수 있겠지만 경쟁 기업들이 규제를 받게 된다면 일부 반사이익은 있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다만 “6개월의 유예기간을 부여했고 앞으로 규제 대상이 된 빅테크 기업들의 대응 방향에 따라 변동이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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