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 차기 회장 최종 후보자로 선정된 양종희 부회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KB 국민은행 본점으로 출근하며 약식 인터뷰를 하고 있다. / 뉴시스
KB금융지주 차기 회장 최종 후보자로 선정된 양종희 부회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KB 국민은행 본점으로 출근하며 약식 인터뷰를 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KB금융그룹이 9년 만에 새로운 수장을 맞이한다. 차기 회장 후보로 양종희 KB금융지주 부회장이 최종 낙점됐다. 양종희 신임 회장 내정자는 “국내 최대 금융그룹을 이끈다는 점에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는 소감을 밝혔다. 실제로 그가 KB금융그룹 수장으로서 마주할 과제들을 감안하면 어깨가 가볍지 않을 전망이다.

◇ 그룹 내 대표적 재무통… KB금융 차기 회장으로 낙점

KB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는 8일 회추위를 열고 차기 회장 최종 후보에 양종희 후보를 선정했다. 회추위원들은 이날 숏리스트 3인인 김병호 베트남 HD은행 회장, 양종희 KB금융지주 부회장, 허인 KB금융지주 부회장을 대상으로 후보별 2시간 동안 심층 인터뷰를 진행한 뒤 최종 후보로 양종희 후보를 낙점했다. 

김경호 회추위원장은 “양종희 후보는 지주, 은행, 계열사의 주요 경영진으로 재직하면서 쌓은 은행과 비은행 전반에 대한 탁월한 전문성뿐만 아니라 디지털, 글로벌, ESG경영에 대한 높은 식견과 통찰력까지 겸비한 후보”라며 “KB손해보험 사장 및 KB금융지주 부회장을 역임하면서 보여준 성과와 경영능력은 그룹의 리더가 되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양종희 회장 내정자는 그룹 내 대표적인 전략 및 재무통이다. 1989년 KB국민은행에 입행해 영업점 및 재무 관련 부서 등에서 20여년간 근무했으며 2008년에 KB금융지주로 자리를 옮겨 주요 부서장을 맡았고, 2014년부터는 지주 전략 담당 상무, 부사장 등을 지낸 바 있다. 특히 지주 전략 담당 임원 시절,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인수를 이끌어내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LIG손해보험 인수 후에는 KB손해보험 대표를 2016년부터 5년간 맡으면서 그룹 내 비은행 강화를 이끌었다. 2021년 부회장에 선임된 후에는 3년간 글로벌, 보험, 디지털, 개인고객, 자산관리, SME 등의 부문장을 맡으면서 그룹 내 은행과 비은행 비즈니스 영역까지 총괄 지휘하는 역할을 했다. 회추위는 비은행 부문 강화 등 그간의 경영 성과를 높이 사 그를 최종 낙점한 것으로 풀이된다. 

KB금융은 내달 임시 주주총회 등을 거쳐 양 내정자를 차기 회장으로 정식 선임할 방침이다. 

양종희 내정자는 11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 신관에서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KB금융 회장 후보로 발탁된 것에 대해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저희 KB금융 회장 후보 추천 절차를 신뢰하고 격려해주신 고객, 주주, 임직원, 금융당국 등 이해관계자 모두에 감사하다”는 소회를 전했다. 

그는 차기 회장으로서 최우선 과제에 대해 “신용리스크에 따른 기업 연체율 관리, 인도네시아 KB부코핀은행 정상화, 전환기에 나타날 수 있는 조직적인 문제 등을 중점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융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며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도움이 되고 금융이 조화롭게 나아가야 하는 사회적책임 부분에도 신경을 쓰겠다”고 덧붙였다. 

이 중 KB부코핀은행 정상화는 그의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KB국민은행은 2018년 7월 인도네시아 중형은행인 부코핀은행의 지분 22%를 1,164억원에 인수해 2대 주주가 됐다. 이후 2020년 유상증자를 통해 보유 지분을 67%까지 끌어올려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 KB부코핀은행 정상화· 내부통제 강화 숙제

문제는 막대한 자금이 투입된 KB부코핀은행이 지난해까지 대규모 적자 행진을 이어왔다는 점이다. KB부코핀은행의 순손실은 2020년 434억에서 2021년 2,725억원로 증가한 뒤, 지난해 8,021억원까지 커졌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부실 여신 증가 여파로 손실 규모가 대폭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KB부코핀은행은 올 상반기엔 84억원의 흑자를 내며 턴어라운드의 발판을 마련한 상태다. 

양 내정자는 부코핀은행에 대해 “국내에서도 부실회사를 인수해서 정상화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데다 코로나로 인해 정상적인 금융기관도 힘든 시기였다”며 “전반적인 지배구조, 방향성, 비용절감 측면에서 틀을 잡고 있다. 영업력 강화와 IT 등 시스템 구축에 시간이 걸리는 만큼 애정을 가지고 봐주시면 빠른 시일 내에 정상화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리딩그룹 입지를 사수하는 것도 그의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KB금융은 지난해 신한금융에 ‘1등 금융지주’ 타이틀을 내줬다가 올해 상반기에 이를 되찾아왔다. KB금융은 앞으로 비은행 부문 강화를 통해 경쟁사 격차를 벌리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 내정자는 향후 인수합병(M&A) 계획에 대해 “KB금융은 전반적인 포트폴리오가 갖춰졌다. M&A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라면서도 “지속가능한 기업의 가치를 올릴 수 있는가를 체크해보고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M&A 대상이 금융기관뿐만 아니라 비금융도 함께 갈 수 있는 금융그룹화되고 있으니 이런 측면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또 “재무적 가치만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 고객에게 도움이 되는 금융그룹을 만들겠다”며 “기업 재무적 가치에서 1등 금융그룹만이 아니라 기업의 사회적 가치 창출에서도 모범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부통제 강화도 숙제로 거론된다. 최근 금융당국은 KB국민은행 증권대행부서 직원들이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투자하고 127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적발한 바 있다. 

양 내정자는 이 같은 금융사고에 대해 먼저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그는 “금융기관은 신뢰를 먹고 사는 곳인데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 데 대해 진심으로 죄송하고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금융사고 예방 대책에 대해선 “결국 임직원들의 내부적인 자발적 통제가 가장 중요하다”며 “시스템이나 과정이 자동화되면 그런 점이 극복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직원들이 다른 생각을 하지 않고 시스템 내에서 준수할 수 있도록 디지털쪽에 적극 투자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과연 새 수장 체제 아래 KB금융그룹이 주요 과제를 해결하고 순항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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