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필로스, 국내 최초 ‘모듈형 ALK 수전해시스템’ 공개
1MW급 시스템, 하루 432㎏ 수소 생산… 수소차 85대 충전 가능

13일 오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내 최대 수소산업전시회 ‘H2MEET 2023’에서 지필로스가 공개한 국내 최초의 모듈형 수전해 ‘1MW급 알칼라인 수전해시스템’./ 박설민 기자
13일 오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내 최대 수소산업전시회 ‘H2MEET 2023’에서 지필로스가 공개한 국내 최초의 모듈형 수전해 ‘1MW급 알칼라인 수전해시스템’./ 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언젠가 물이 연료로 쓰일 날이 올 것이라 믿네. 물은 무한한 열과 빛을 제공해주는 ‘미래의 석탄’이 될 거야.” 프랑스의 공상과학 소설가 쥘 베른이 1874년 발표한 ‘신비의 섬’이라는 소설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이 소설 속 이야기가 이제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물을 ‘수소’로 바꿔주는 ‘수전해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다. 수전해는 물의 전기 반응으로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이다.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고, 에너지 효율도 높아 핵융합 발전과 함께 ‘궁극의 친환경 에너지’기술로 불린다.

글로벌시장조사기관 ‘프레지던스리서치’는 오는 2032년이면 그린수소 산업 규모가 약3,320억달러(한화 441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이 같은 산업 가치와 글로벌 탄소 중립 트렌드에 맞춰, 국내 수소업계도 수전해 기술 연구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수소생산기술 전문기업 ‘지필로스’는 국내 수전해 기술 개발 선구자에 있는 기업이다.

 ‘1MW급 알칼라인 수전해시스템’ 내부 모습. 은색 전자레인지를 연상시키는 소형 모듈러 100개가 장착돼 있다./ 박설민 기자
 ‘1MW급 알칼라인 수전해시스템’ 내부 모습. 은색 전자레인지를 연상시키는 소형 모듈러 100개가 장착돼 있다./ 박설민 기자

◇ 컨테이너에 100대 모듈러 ‘옹기종기’… 수소 432㎏ 생산 가능

수많은 인파로 북적이는 전시장 한편, 약 7~8m쯤으로 보이는 하얀색 컨테이너박스 하나가 전시됐다. 수많은 관람객들로 둘러싸인 이 컨테이너 내부에는 은색 금속 장치들이 줄지어 설치돼 있었다. 마치 전자레인지처럼 보이는 이 장치들은 물로 궁극의 친환경 에너지원인 ‘그린 수소’로 바꿔주는 ‘수전해 시스템’이다.

13일 오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내 최대 수소산업전시회 ‘H2MEET 2023’ 현장. 지필로스는 그린수소 생산 모듈 타입의 ‘P2G시스템’을 전시 중이었다. 지필로스 기술진이 선보인 제품은 △1MW급 ALK 수전해시스템(40FT컨테이너형) △100KW ALK 수전해시스템(판넬형) △2MW급 전력변환시스템(20FT컨테이너형)이다.

이날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하얀색 컨테이너박스는 ‘1MW급 알칼라인 수전해시스템’이다. 지필로스에서 자체 개발한 10kW급 수전해 모듈러 100개를 결합해 만든 시스템이다. 모듈러가 각각 따로 구성돼 있어, 품질관리 및 유지보수 효율성이 우수하다. 또 자체적으로 모듈러를 추가하면 시스템 용량 확장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 시스템이 물을 분해해서 하루에 생산할 수 있는 수소의 양은 432㎏. 수소차 85대를 충전할 수 있는 양이다. 일반적인 수소충전소가 하루 평균 충전 가능한 수소차 숫자가 100~150대다. 즉, 이 컨테이너 두 대만 충전소에 설치하면 ‘완전 친환경 수소차충전소’ 운영이 가능한 셈이다.

판넬형의 ‘100KW 알칼라인 수전해시스템’는 1MW급 시스템을 10분의 1크기로 축소시킨 중소형 버전이다. 이 장치에선 하루 43㎏의 수소 생산이 가능하다. 이는 일반 가정 및 소형 빌딩에서 하루 사용하는 전력 생산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때문에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와 연계하면 그린수소 에너지를 생산·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필로스의 그린수소사업 추진 현황 및 향후 계획을 듣고 있는 VIP참석자들./ 지필로스
지필로스의 그린수소사업 추진 현황 및 향후 계획을 듣고 있는 VIP참석자들./ 지필로스

아울러 ‘2MW급 P2G용 전력변환시스템’도 전시회에 참가한 업계 관계자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P2G시스템’은 남는 재생에너지 잉여 전력을 수소기체로 바꿔 저장하는 기술이다. 때문에 변동성이 심한 태양광·풍력 에너지의 전력을 안정적으로 제어하는 것이 필수다. 지필로스가 이번에 공개한 전력전환시스템은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제어 및 계통보상 알고리즘을 갖춰, 수전해 시스템에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하도록 해준다. 이 시스템 역시 모듈형으로 제작돼, 최대 4MW(40FT 컨테이너) 까지 확장이 가능하다.

엄규문 지필로스 경원지원팀장은 “모듈형 그린수소 생산 수전해 시스템을 개발·공개한 것은 지필로스가 국내선 최초”라며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는데 지필로스의 수전해 시스템이 보탬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판넬형의 ‘100KW 알칼라인 수전해시스템’을 살펴보고 있는 관람객들의 모습./ 박설민 기자
판넬형의 ‘100KW 알칼라인 수전해시스템’을 살펴보고 있는 관람객들의 모습./ 박설민 기자

◇ 상용화는 까진 아직 ‘먼 길’… 인증 및 생산 비용 잡아야

다만 해당 수전해 시스템의 상용화까진 조금 시간이 걸릴 듯하다. 한국가스기술공사의 제품 인증 절차가 남아서다. 현재 지필로스는 수원산업단지에서 100kW급 알칼라인 모듈화 수전해 시스템 생산을 위해 인증 절차를 밟고 있는 상태다. 지필로스 측에 따르면, 해당 인증 절차가 마무리 되는데 몇개월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엄규문 팀장은 “현재 수원산업단지에 100kW급 알칼라인 모듈화 수전해시스템 제조공장 구축과 KGS의 수소용품 인증 절차을 진행하고 있다”며 “두 가지 인증을 모두 받아야 하기 때문에 관련 제품 생산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려면 내년 2월은 돼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지필로스는 국내 최초로 제주 상명풍력단지에 잉여전력을 이용한 그린수소생산 실증의 성공과 상용화 시설인 3MW급 그린수소 생산 플랜트, 12.5MW급 그린수소 생산 플랜트에 참여했다”며 “그동안 축적한 수전해시스템의 최적 운전조건과 그린수소 생산 데이터, 경제성 데이터 등을 바탕으로 2030년 국내 최고의 수소제품 전문기업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말했다.

그린수소 생산 가격 문제도 해결해야할 숙제다. 수전해 시스템으로 물을 분해하려면 ‘전기 에너지’가 대량으로 필요하다. 지필로스에 따르면, 1MW급 알칼라인 수전해시스템을 구동하는데 필요한 비용은 약 500~600만원 정도다.

엄규문 팀장은 “경제성 측면에서 우선 그린수소 제조단가를 낮추기 위한 고효율의 가격 경쟁력을 갖춘 수전해 제품을 양산화 하는 것이 목표”라며 “안정적인 고밀도 수소저장 장치인 금속저장시스템과 정밀하고 안정적인 제어가 가능한 파워팩 연료전지 인버터 제품화에도 속도를 내, 수소경제가 활성화 및 신성장을 위해 사업영역을 넓히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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