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필(미 델라웨어대학 사회학 박사)
김재필(미 델라웨어대학 사회학 박사)

“만일 이놈새끼들 가서 개판치면은 당 완전히 뽀개버리고.” “국힘에서 나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때 들어가서 다 먹어줘야 된다.” “진작에 들어갔더라면 국힘의 101명 중 80명은 앞에다 줄을 세웠다.” “저는 대통령도 저는 그런 자리 자체가 귀찮습니다 솔직히… 얘기가 어쨌든 이거는 엎어줘야 되고, 그리고 국힘에 이걸 할 놈이 없어.” “저는 정권 교체 할라고 나온 사람이지 대통령할라고 나온 사람이 아니에요.” “개네들이 기다리고 있다고… 응? 저거를 먹어줘야 돼.”“일단 호랑이굴에 먹으러 들어간다고 생각을 하시고, 가서 이거 좀 먹어야 돼요.”

대선 출마 선언을 하고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인 2021년 7월에 윤석열 대통령이 선생님이라고도 부르는 정치인과 나누었다는 대화의 녹취록을 심란한 마음으로 듣고 있으니 『장자』 외편 「달생(달생)」에 나오는 싸움닭 생각이 나더군.

기성자(紀渻子)가 왕을 위해 싸움닭을 길렀다. 열흘이 지나자 왕이 물었다. “닭이 싸울 준비를 끝냈는가?” 기성자가 말햇다. “아직 멀었습니다. 지금 쓸데없이 허세를 부린 채 자기 혈기만 믿습니다.” 다시 열흘이 지나자 왕이 물었다. 기성자가 말했다. “아직 멀었습니다. 오히려 다른 닭의 울음소리를 듣거나 그림자만 보아도 덤벼듭니다.” 다시 열흘이 지나자 왕이 물었다. 기성자가 말했다. “아직 멀었습니다. 오히려 상대를 노려보는 병이 있고, 혈기도 왕성합니다.” 다시 열흘이 지나자 왕이 물었다. 기성자가 말했다. “이젠 됐습니다. 다른 닭이 아무리 울음소리를 내며 싸움을 걸어와도 미동조차 않습니다. 또 멀리서 바라보면 마치 나무로 깎아놓은 닭과 같아 이제야 덕이 비로소 온전해졌습니다. 그래서 다른 닭이 감히 덤벼들지 못하고 보기만 해도 달아납니다.” (감정탁 역)

『열자』 「황제(黃帝)」 편에도 나오는 유명한 싸움닭 이야기야. 목계지덕(木鷄之德)이라는 사자성어로도 잘 알려져 있어.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대통령이라면 설사 야당이 싸움을 걸어와도 웃음으로 받아들이는 여유가 있어야 하네. 왜 야당과 시민단체들이 그렇게 반대할 수밖에 없는지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또 생각해야 해.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서 그들의 말도 자주 들어야 하고. 이념, 지역, 성별, 계층을 초월해서 모든 국민을 안고 가라고 제왕적 독재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많은 권력이 주어진 자리임을 잊지 말아야 해.

언젠가 들려주었던 『장자』 「우언」편에 나오는 노자와 양자거의 이야기가 기억나나? 노자가 제자인 양자거에게 했던 꾸중을 우리 대통령에게 다시 들려주고 싶네. “처음에는 너를 가르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이제 보니 안 되겠다. (…) 너는 눈을 부릅뜨고 오만한 모습을 하고 있구나. 그러니 누가 함께하려고 하겠느냐? 정말 깨끗한 사람은 오히려 때 묻은 듯 보이고, 정말 본래 모습을 지닌 사람은 뭔가 부족한 듯 보인다.” 공자가 『논어』「자로」편에서 말한 대로 임금 노릇하기가 어렵다는 걸 알아야만(知爲君之難) 나라가 흥하는 법일세.

정치가 아니어도 말의 타락과 소리 공해로 시끄러운 세상일세. 노자가 말한 위도일손(爲道日損)의 뜻이 뭔지도 모르는 가짜 선지자들과 사기꾼들이 이 나라를 가득 채우고 있어. 그런 자들에게 좀 조용히 살자고, 선물하고 싶은 웬델 베리의 짧은 시 <최고의 노래>일세. “모든 노래 중에서/ 최고의 노래는/ 고요 속에서 들리는/ 새소리./ 하지만 먼저/ 그 고요를 들어야 한다.”그렇다. 고요를 들을 줄 알아야 아름다운 소리에도 귀가 열린다. 눈으로만 이야기해도, 어린이가 사용하는 아름다운 말만으로도, 서로 통하는 사람들이 많아야 좋은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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