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횡성군 둔내면에는 국순당의 횡성양조장이 있다. 양조장 2층에서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전통주 생산라인을 견학할 수 있는 주향로도 마련돼있다. / 국순당
강원도 횡성군 둔내면에는 국순당의 횡성양조장이 있다. 양조장 2층에서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전통주 생산라인을 견학할 수 있는 주향로도 마련돼있다. / 국순당

시사위크=연미선 기자  강원도 횡성군 둔내면에는 우리나라 전통주 기업인 국순당의 양조장이 있다. 술(酒)이 샘(泉) 솟는다는 의미를 가진 주천강(酒泉江) 유역 해발 500m 지역에 위치한 횡성양조장이다. 종일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지난 13일 기자는 이곳을 방문했다.

◇ ‘생쌀발효법’으로 빚는 막걸리

서울에서 출발해 2시간 반가량을 달려 도착한 횡성양조장. 지형 탓인지 날씨 탓인지 아직 더위가 가시지 않은 서울과 달리 공기가 서늘했다. 14만4,000㎡가 넘는 땅에 지어진 이곳 양조장에서는 국순당을 대표하는 백세주부터 생막걸리까지 다양한 전통주가 만들어지는 중이었다.

술을 만드는 양조장 내부에 들어가기 전에 철저한 청결 작업이 이뤄진다. 위생복과 마스크를 착용한 뒤 먼저 옷 등에 붙은 먼지를 제거하는 과정을 거친다. 손도 깨끗하게 씻고 한 번 더 바람으로 세척을 한 뒤, 손 세정제까지 사용하면 준비 완료다. 반드시 거쳐야 하는 이러한 청결 과정은 술을 만드는 데 위해요소가 들어가지 않기 위한 기초 작업이다.

국순당 횡성양조장은 지난 2016년 횡성양조장에서 생산 중인 전체품목에 대해 HACCP(위해요소 중점관리기준) 인증을 받은 바 있다. 생산제품의 원료 생산부터 유통까지 전 과정 대한 위해요소 관련 심사평가 결과 최종 적합 판정을 받았다는 의미다.

현장에서는 막걸리가 만들어지는 전 과정을 볼 수 있었다. 국순당은 백세주와 국순당 생막걸리 등 주요 제품을 ‘생쌀발효법’으로 빚는다. 술이 완성될 때까지 높은 열을 가하지 않고, 가루 낸 생쌀과 상온의 물을 그대로 사용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쉽게 말해 쌀국물같은 형태로 만든 뒤 누룩 등을 배합해 발효를 진행하는 것이다.

양조장에는 전통주를 만들기 위한 탱크가 1,000L짜리부터 4만L까지 다양한 크기로 있다. 그중 발효가 진행되고 있는 막걸리를 눈으로 직접 볼 수 있었다. 발효 중인 막걸리에서는 마치 물이 끓는 것처럼 부글부글 거품이 생긴다. 여기서는 이산화탄소가 올라오고 있어 가까이 다가가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

횡성양조장에서는 국순당을 대표하는 백세주와 생막걸리뿐만 아니라 약주 및 탁주 등 다양한 전통주가 만들어지고 있다. 왼쪽 위 사진부터 시계방향으로 백세주 생산라인, 막걸리 생산라인, 발효되고 있는 막걸리, 전통주를 담고 있는 탱크. / 사진=연미선 기자, 국순당
횡성양조장에서는 국순당을 대표하는 백세주와 생막걸리뿐만 아니라 약주 및 탁주 등 다양한 전통주가 만들어지고 있다. 왼쪽 위 사진부터 시계방향으로 백세주 생산라인, 막걸리 생산라인, 발효되고 있는 막걸리, 전통주를 담고 있는 탱크. / 사진=연미선 기자, 국순당

◇ 수많은 실험 거친 주조법… “국순당만의 노하우”

주종마다 살균 과정이 다르다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백세주 생산라인에서는 유리병에 갓 주입된 백세주가 검수를 거치는 과정을 볼 수 있었다. 이때 백세주 병 겉면을 만져보면 따듯한데, 이는 살균 과정 때문이다.

이에 대해 강태경 생산본부 품질보증팀장은 “백세주의 경우 유통기한을 길게 보관할 수 있도록 높은 온도로 살균을 한 뒤 병에 주입한다”면서 “안에 있는 미생물들을 제거해서 장기간 보관하는 데 도움이 되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때는 짧은 시간에 강하게 열을 주는 방식이 사용된다.

이와 달리 살균막걸리는 낮은 온도에서 긴 시간 동안 살균을 거치는 저온 살균법을 이용한다. 저온 살균을 통해서는 막걸리가 가지고 있는 향 등에 대해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강 팀장에 따르면 온도가 높으면 살균은 쉬워질 수 있지만 술맛이 떨어질 수도 있다. 최적점을 찾는 것이 결국 중요한 노하우(know-how)가 되는 것이다.

양조장에서는 술을 담그고 발효하는 과정부터 여과‧살균된 술을 주입하는 과정까지 수많은 실험을 통해 정해진 기준대로 이뤄진다. 국순당에서 생각하는 가장 본질적인 부분은 누룩과 발효다. 우리의 누룩으로 우리의 발효 기술을 사용해 만든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소비자에게 안정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모든 과정에 대한 기준이 존재한다는 것이 국순당 측의 설명이다.

박민서 혁신사업본부 기업마케팅팀장은 “(병에) 담긴 내용물을 얼마나 잘 만드느냐, 좋은 누룩으로 발효를 얼마나 잘했느냐가 포인트”라면서 “술을 만드는 팀을 생산팀이라고 부르지 않고 양조팀이라고 부르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양조장 2층에 위치한 주향로는 일반인들을 위해 만들어진 견학로다. 왼쪽 위 사진부터 시계방향으로 국순당 횡성양조장 입구, 전통주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재료를 보여주는 견학로, 시음 코스 중 만난 국순당의 다양한 술, 우리 술의 역사를 볼 수 있는 견학로. / 사진=연미선 기자, 국순당
양조장 2층에 위치한 주향로는 일반인들을 위해 만들어진 견학로다. 왼쪽 위 사진부터 시계방향으로 국순당 횡성양조장 입구, 전통주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재료를 보여주는 견학로, 시음 코스 중 만난 국순당의 다양한 술, 우리 술의 역사를 볼 수 있는 견학로. / 사진=연미선 기자, 국순당

◇ 술 향기 가득한 길, ‘주향로’… 일반인들도 견학 가능해

이러한 전 과정은 일반 소비자들도 볼 수 있다. 횡성양조장 내에는 술 향기 가득한 길을 의미하는 ‘주향로’라는 체험 공간이 마련돼있다. 양조장 2층 주향로에서는 전통주 생산라인과 전통술의 역사를 견학할 수 있다. 가장 인기가 있는 시음 코스에서는 갓 생산된 막걸리와 약주 등 다양한 전통주를 맛보는 체험도 가능하다.

기자는 이날 ‘이화주’를 시음해봤다. 일반적으로 술에 대해 생각하면 흔히 ‘마시는 술’을 떠올리지만, 이화주는 독특하게도 ‘떠먹는 술’이다. 처음 눈으로 봤을 때는 마치 떠먹는 요거트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숟가락으로 한 입 먹어보면 막걸리 특유의 신맛과 함께 12.5도의 도수도 느껴진다.

국순당 연구소에서 주류개발팀장을 역임했던 박선영 생산본부장은 “이화주는 고려시대 왕족들이 마시던 술”이라며 “이화주는 빚을 때 물을 쓰지 않는다. 떡을 만들 때 들어있는 수분만으로 만들어진 술”이라고 설명했다. 일반 술과는 달리 꾸덕한 식감을 가지는 이유다.

이화주는 국순당의 우리 술 복원사업의 일환으로 출시된 술이다. 국순당은 복원을 통해 개발된 백세주의 성공을 기반으로 2008년부터 복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금은 사라진 우리 술을 옛 문헌으로 남겨진 제법으로 복원하고 현대의 소비자들이 즐길 수 있게 새롭게 개발하는 과정이다. 국순당은 지금까지 백세주와 이화주 등 25가지 전통주를 복원했다.

한편 국순당 주향로 견학은 사전 예약제로 진행되며 입장료는 무료다. 견학 과정은 전문 안내자의 자세한 설명과 함께 진행돼 1시간 반가량 소요된다. 코로나 팬데믹 동안 잠시 중단됐으나 엔데믹 이후 재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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