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 중인 건설주, 실적 및 이슈 등에 따라 매각‧매도 차등 정리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올해 들어 일부 건설주 지분 정리에 나섰다. / 뉴시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올해 들어 일부 건설주 지분 정리에 나섰다. / 뉴시스

시사위크=김필주 기자  국민연금공단(이하 ‘국민연금’)이 올해 들어 보유 중인 건설주 가운데 일부 건설주 정리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약 900조원에 달하는 기금을 운용하고 있는 국내 대표 연기금 기관인 국민연금이 이같은 행보를 보임에 따라 일각에서는 부동산 경기 침체가 내년까지 이어지는 것 아니냐며 우려를 제기했다.

또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해 일부 건설사들의 올해 실적 부진이 예상됨에 따라 국민연금이 사전대응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 국민연금, 건설사별 지분 관리 온도차

국민연금이 공개한 ‘국내 주식 종목별 투자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22년말 기준 국민연금은 △DL이앤씨 △GS건설 △현대건설 △삼성물산 △효성중공업 △HDC현대산업개발 △대우건설 등 대형건설사 지분을 보유 중이다.

각 건설사별 공시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올해 들어 보유하고 있는 대형건설사 지분 가운데 일부를 매각했다. 실제 국민연금은 올 1월 보유 중인 삼성엔지니어링 지분 중 170만여주를 팔아치웠고, 지분율은 기존 9.22%에서 9.05%로 하락했다. 이어 국민연금은 지난 8월 25일 약 200만주의 삼성엔지니어링 지분을 추가 매도했고, 지분율은 9.05%에서 8.04%로 더욱 낮아졌다.

국민연금은 올해 6월 한 달간 보유 중이던 GS건설 지분을 수차례에 걸쳐 사고 팔았다. 그 결과 6월초 10.04%였던 GS건설 지분율은 6월말 9.94%로 감소했다. 또한 국민연금은 7월부터 본격적으로 보유 중인 GS건설 지분 정리에 나섰다. 7월 7일 8.01%였던 지분율은 7월 17일 7.35%까지 떨어졌고 급기야 8월 9일에는 6.33%를 기록했다

지난 6월말 국민연금은 보유 중인 DL이앤씨 지분 중 7,700주를 처분하면서 지분율은 10.60%로 집계됐다. 이후 국민연금은 8월 동안 여러차례 DL이앤씨 지분을 매도했고, 지분율은 10.12%(8월 16일), 10.05(8월 18일), 9.95%(8월 21일)로 점점 낮아졌다.    

국민연금의 건설주 정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국민연금은 올해 7월 HDC현대산업개발 지분 약 60만주를 팔아치웠다. 국민연금의 HDC현산 지분율은 기존 6.50%에서 5.49%로 1.01%p(퍼센트포인트) 하락했다. 

이에 반해 국민연금이 지분 투자한 건설사도 존재했다. 국민연금은 올해 4월말 현대건설 지분 약 50만주를 추가 매입했다. 국민연금의 현대건설 지분율은 8.46%에서 8.89%로 소폭 상승했다.

효성중공업은 국민연금이 투자한 대표적 건설주로 등극했다. 국민연금의 효성중공업 지분율은 올 1월말 약 8,000주를 국민연금이 매도하면서 5.9%까지 낮아졌으나 3월 초 국민연금이 10만여주를 다시 사들이면서 7%로 상승했다. 올해 6월 들어 국민연금은 효성중공업 지분을 본격적으로 사들였다. 이에 6월 13일 10.53%까지 오른 지분율은 같은달 19일 11.10%를 기록하면서 11%대를 넘어섰고 6월 28일에는 11.64%까지 상승했다.

이처럼 건설사별 지분 정리에 온도차가 나는 것에 대해 국민연금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개별 종목 투자전략의 세부 내용을 원칙상 공개하기 어려운 점 이해해 달라”며 “금감원 공시내역에 나온 보고사유 및 보유목적 외의 내용은 일체 공개할 수 없다”고 전했다.

국민연금은 올해 보유 중인 건설사별 지분을 매도‧매수하면서 보고사유‧보유목적으로 ‘단순추가취득‧처분’, ‘단순투자’라고 각각 공시한 바 있다.

국민연금의 일부 건설주 정리에 대해 증권업계는 장기수익률 제고 및 손실 방지를 위한 조치로 해석했다. / 뉴시스
국민연금의 일부 건설주 정리에 대해 증권업계는 장기수익률 제고 및 손실 방지를 위한 조치로 해석했다. / 뉴시스

◇ 증권업계 “장기 수익률 제고 및 손실 감소 차원서 정리” 

증권업계는 국민연금의 올해 일부 건설주 정리가 장기적 수익 실현 및 손실 방지를 위한 조치라고 입을 모았다.

익명을 요구한 A증권사 연구원은 “국민연금 의도를 함부로 예단하기는 어려우나 부동산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건설주 중에서도 실적 하락이 예상되는 주와 실적 상승 가능성 큰 주를 선별해 지분 조정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면서 “더불어 국민연금이 기금운용 과정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반영한 책임투자를 강조하기에 최근 핫이슈인 ‘부실시공’, ‘중대재해’ 등도 고려했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B증권사 연구원은 “국민연금은 지난 1988년 설립 이후 현재까지 평균 5%대 수익률을 기록해왔다”며 “하지만 지난해의 경우 -8.22%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는 금융위기가 닥쳤던 지난 2008년 -0.21%에 비해서도 상당히 낮은 수익률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경기 침체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옴에 따라 실적이 하락한 일부 건설주 및 유통주 등에 대한 정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여기에 최근 GS건설‧HDC현산 등에서 발생한 부실공사로 인해 이들 건설사의 향후 실적이 부진할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지분 정리에 영향을 준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C증권사 관계자도 앞선 두 명과 비슷한 의견을 제시했다. 이 관계자는 “주가, 환율, 금리, 주택경기 등 여러 경제 요인 변동에 따른 손실 변동을 줄이기 위한 ‘리스크 헷지(Risk Hedge)’로 풀이된다”며 “장기수익률 제고를 위해 국민연금이 과거에도 지분 조정한 사례가 있는 만큼 올해에는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라 일부 건설사 지분 관리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연금은 이전에도 민감한 이슈가 발생한 기업들에 대해서도 지분 조정에 나선 바 있다”며 “지난 2020년 옛 LG화학이 배터리사업부문이었던 현 LG에너지솔루션 분사계획을 발표하자 3,000억원 가량 규모의 주식을 장내 매도한 바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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