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 센서시스템연구센터 ‘스페로이드 기반 인공 시각회로 플랫폼’ 구현

광반응성 신경세포 스페로이드 기반 눈-뇌 인간 시각 모사 모델./ 한국과학기술연구원
광반응성 신경세포 스페로이드 기반 눈-뇌 인간 시각 모사 모델./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국내 연구진이 인간의 눈처럼 색을 구분하는 인공 망막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사고에 의한 시각 손상, 황반변성, 당뇨성 등의 망막 질환으로 시각을 잃은 환자들에게 큰 희망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재헌·송현석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센서시스템연구센터 책임연구원팀은 김홍남 뇌융합기술연구단 책임연구원팀과 함께 인공 광수용체에서 생산된 빛 전기적 신호를 다른 신경세포로 전달하는 인공 시각회로 플랫폼 개발에 성공했다고 17일 밝혔다.

‘망막’은 우리 눈 내부에 있는 얇은 신경막이다. 1억개가 넘는 빛감지세포와 100만개의 신경세포 등으로 구성된 망막은 눈에 들어온 빛은 전기신호로 바꿔 뇌에 전달한다. 쉽게 말해 카메라의 ‘필름’에 해당되는 인체 조직이라고 볼 수 있다. 때문에 망막에 질병이 발생하면 시력에 치명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때문에 손상된 망막을 대체하는 ‘인공 망막’ 기술 연구가 의료계에서 적극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기존의 인공 망막 연구는 단일 신경세포에 전자천공법을 사용하거나 바이러스-유전자를 주입하는 방식을 사용했한다. 하지만 인공적으로 광수용체 단백질을 발현시키기 전에 신경세포가 기능을 잃거나 괴사하는 문제가 있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KIST 연구진은 ‘스페로이드(spheroid)’를 광수용체 발현을 위한 플랫폼으로 사용했다. 스페로이드는 다수의 세포가 모여 하나의 구를 이룬 3차원 조직화 세포 덩어리다. 신경세포의 기능성과 생존력을 높일 수 있어, 생체 조직 및 미세종양 모방 연구 모델로 주로 사용된다.

연구팀은 이 스페로이드로 세포 간 상호작용을 증대시켜 안정적으로 인공 광수용체 단백질 발현에 성공했다. 기존에는 2차원 세포배양 시 광수용체 단백질을 주입했을 때 50% 이하의 신경세포들만 생존했다면, 신경 스페로이드를 활용하면 80% 이상의 높은 생존율을 가지게 된다.

세부적으로 연구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연구팀은 명암을 구분하는 ‘로돕신(~490nm)’과 색 구분을 위한 ‘청색 옵신(~410nm)’단백질을 발현시켰다. 그 다음, 각각 청색과 녹색에서 선택적인 반응성을 가지는 스페로이드를 제작했다. 제작 후 테스트 결과, 연구진이 제작한 스페로이드는 사람의 눈이 인식하는 색과 동일한 파장에서 반응을 일으켰다.

연구팀은 완성된 스페로이드를 사용해 눈을 모사한 ‘광반응성 신경 스페로이드’와 뇌를 모사한 ‘일반 신경 스페로이드’를 연결한 디바이스를 제작했다. 그 다음 실험을 진행한 결과, 일반 스페로이드까지 신경전달이 확장되는 과정을 형광 현미경을 통해 포착하는 데 성공했다. 즉, 인간의 뇌가 어떤 과정에 의해 망막에서 발생한 신호를 다른 색으로 인지하는지 탐색이 가능한 시각신호 전달 모델을 만든 것이다.

김재헌 KIST 책임연구원은 “인공 광수용체의 시각신호 전달 가능성을 다각적으로 검증함으로써 동물실험 의존을 줄이고 연구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며 “앞으로 인간이 볼 수 있는 모든 색을 인식할 수 있는 스페로이드를 생산해 시각 관련 질환 및 치료에 대한 테스트 키트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KIST 내 부서 간 융합연구인 ‘그랜드 챌린지(GRaND Challenge)’ 사업을 통해 개발됐다.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Advanced Materials)’에 6월 28일자로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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