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7일 여의도 인근 한강에서 세계불꽃축제가 열린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인근에 위치한 호텔들이 일제히 객실 투숙 요금을 인상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소비자들은 바가지요금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정부 개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서울 세계불꽃축제. / 뉴시스
10월 7일 여의도 인근 한강에서 세계불꽃축제가 열린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인근에 위치한 호텔들이 일제히 객실 투숙 요금을 인상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소비자들은 바가지요금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정부 개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서울 세계불꽃축제. / 뉴시스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한화그룹(㈜한화)에서 오는 10월 7일 세계불꽃축제를 진행한다고 알리자 호텔업계가 ‘또’ 객실 투숙요금을 뻥튀기해 ‘바가지요금’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여의도·마포에 위치한 호텔이 불꽃축제에 거드는 것 하나 없으면서 무임승차해 바가지 장사하는 건 상도덕이 없는 행태”라며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호텔업계에서는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불꽃축제 패키지’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눈살이 찌푸려지는 상황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불꽃축제 기간 바가지요금 논란의 중심에 선 대표적인 호텔은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 △콘래드 서울 △호텔 나루 서울 엠갤러리 △서울드래곤시티 등 4곳이다. 4곳의 호텔은 여의도 인근 한강에서 열리는 불꽃축제 기간만 되면 객실 투숙요금을 뻥튀기해 비싸게 책정한다. 또 페어몬트 서울과 호텔 나루 서울 엠갤러리는 그간 이어져오던 기준도 무시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먼저 페어몬트 서울을 평소 소비자들이 예약하면 추가금 없이 기본 제공되는 객실은 고층빌딩과 아파트 단지를 마주보는 방향의 객실이며, 파크원 타워와 현대백화점 더 현대 서울의 옥상이 보이는 방향에 위치한 객실은 추가요금을 내야 한다. 그러나 불꽃축제기간만큼은 고층빌딩·아파트단지가 위치한 남동쪽을 바라보는 객실이 더 비싸게 판매된다. 불꽃축제가 ‘보일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사진 왼쪽 아래 원형 헬기 착륙장이 있는 빌딩이 페어몬트 서울 호텔이다. 페어몬트 서울 동남쪽에는 신영에서 지은 브라이튼 여의도 빌딩이 위치해 사실상 한강 전망이 제한적인 상황임에도 호텔 측은 객실 창 밖으로 불꽃축제가 ‘보일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 요금을 인상해 소비자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 신영 홈페이지 갈무리
사진 왼쪽 아래 원형 헬기 착륙장이 있는 빌딩이 페어몬트 서울 호텔이다. 페어몬트 서울 동남쪽에는 신영에서 지은 브라이튼 여의도 빌딩이 위치해 사실상 한강 전망이 제한적인 상황임에도 호텔 측은 객실 창 밖으로 불꽃축제가 ‘보일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 요금을 인상해 소비자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 신영 홈페이지 갈무리

페어몬트 서울 측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평소에 예약을 할 시 기본 제공되는 객실은 시티뷰라고 부르는 63빌딩 방면 객실이고, 더 현대 서울 방면 객실은 체크인 시 추가금을 내고 선택할 수 있다”며 “다만 불꽃축제날에는 더 현대 서울 뷰 객실이 기본으로 제공되고, 63빌딩 방면 시티뷰 객실을 추가금을 받고 판매하는데 한강과 불꽃놀이는 보일 수도, 잘 안 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약 120만원에 달하는 2베드룸 프리미어 스위트 객실을 불꽃축제가 열리는 날 예약한 한 소비자가 호텔에 객실 방향을 문의한 결과 “예약한 객실은 더 현대 뷰로 배정됐으며, 한강뷰(시티뷰)를 원하면 기존 예약을 취소하고 160만원에 새로 예약해야 한다”는 답을 받았다.

누리꾼들은 페어몬트 서울의 행태에 대해 “쪼잔하다”, “페어몬트 호텔에서 돈 내고 불꽃축제 하는 것도 아니지 않나”, “글로벌 페어몬트 브랜드 이미지에 먹칠하는 안타까운 행보”라고 평가했다.

호텔 나루 서울 엠갤러리는 10월 7일 불꽃축제 패키지가 아닌 일반 객실을 예약한 고객들에 대해서는 수영장·사우나·피트니스 등 부대시설 이용을 제한하고 나섰다. 또 레스토랑이나 바 부아쟁 등 식음(F&B)시설도 해당 날짜에는 이미 예약이 가득 찬 상황이라 일반 객실을 예약한 소비자들의 경우 10월 7일 체크인 당일 오후 6시쯤부터는 부대시설을 이용할 수 없다. 그럼에도 객실 요금은 평소 대비 약 1.5∼2배에 달하는 70만원대로 판매된 것으로 알려져 소비자들 사이에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마포역 인근에 위치한 호텔 나루 서울 엠갤러리 앰배서더는 주변 경쟁 호텔에 비해 한강 조망이 뛰어나다는 평가가 이어져 세계불꽃축제 명당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엠갤러리 조감도. / 아코르 앰배서더 코리아
마포역 인근에 위치한 호텔 나루 서울 엠갤러리 앰배서더는 주변 경쟁 호텔에 비해 한강 조망이 뛰어나다는 평가가 이어져 세계불꽃축제 명당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엠갤러리 조감도. / 아코르 앰배서더 코리아

소비자들은 “호텔 객실 투숙요금에는 부대시설 이용료도 전부 포함돼 있는데 부대시설을 제한하면 요금을 낮게 판매해야 하지 않냐”라며 “또 객실에서는 불꽃놀이가 보이지도 않는데 가격을 올려 받는 건 이해가 안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호텔 나루 서울 엠갤러리 측은 “해당 날짜에는 투숙객이 많고 식음시설 이용객이 많아서 수요에 따라 가격을 조정해 높게 책정했다”고 해명했다. 불꽃축제 패키지는 세금을 포함해 약 93만원부터 판매되는데, 패키지와 관련해서는 “20층에 위치한 인피니티풀과 풀 바 이용이 가능하고, 샴페인을 무제한 제공하는 것을 감안하면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설명했다.

콘래드 서울은 23∼32층 사이에 위치한 한강 방면 킹 베드 프리미엄 객실을 세금 포함 약 160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축제 기간이 아닌 평수기 주말 기준 세금 포함 70만원대부터 판매되는 것을 감안하면 2배 이상 인상된 가격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불꽃축제를 온전히 감상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콘래드 서울 앞쪽에 고층빌딩인 브라이튼 여의도가 들어서면서 전망이 일부 가려졌기 때문이다.

콘래드 서울 측에서도 “약 160만원에 판매되는 객실이 한강 방면 객실은 맞지만 객실 내에서 불꽃축제 관람을 100% 보장할 수는 없다”고 소비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서울드래곤시티가 서울세계불꽃축제가 진행되는 10월 7일 ‘불꽃축제 패키지’를 판매하고 나섰다. / 서울드래곤시티
서울드래곤시티가 서울세계불꽃축제가 진행되는 10월 7일 ‘불꽃축제 패키지’를 판매하고 나섰다. / 서울드래곤시티

용산역 인근에 위치한 서울드래곤시티(그랜드 머큐어·노보텔 스위트·노보텔·이비스 스타일 서울 용산) 호텔에서는 노보텔 스위트와 노보텔, 이비스 스타일 브랜드에서 객실 패키지 4종을 마련했으며, 호텔 31∼34층에 위치한 스카이킹덤·카바나 시티(루프탑 풀) 등 부대시설 공간에서 별도의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서울드래곤시티에서 가장 저렴한 이비스 스타일 용산의 불꽃축제 패키지는 51만원대부터다. 다른 호텔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것은 사실이지만, 평소 이비스 스타일 용산 한강뷰 객실 주니어스위트룸 1박 투숙 요금이 20만원대임을 감안하면 샴페인 1병을 포함하더라도 비싸다는 평이 이어진다.

그럼에도 호텔업계에서는 귀를 닫고 눈을 감은 채 배짱 장사를 이어오고 있다. 특히 ‘불꽃축제 특수로 가격을 인상했다’는 소비자들의 지적에는 ‘할인율 축소’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호텔 객실 1박 요금 정가를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지지만 여의도 인근 호텔업계에서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축제나 콘서트 기간 바가지요금과 관련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서울시 및 자치구)가 개입해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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