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출시된 농심의 먹태깡이 품절 대란을 일으키며 화제가 되자 다른 제과업체들도 비슷한 구성의 청양마요맛 모방 상품을 잇따라 선보였다. / 농심
지난 6월 출시된 농심의 먹태깡이 품절 대란을 일으키며 화제가 되자 다른 제과업체들도 비슷한 구성의 청양마요맛 모방 상품을 잇따라 선보였다. / 농심

시사위크=연미선 기자  지난 6월 농심은 먹태와 청양마요맛을 접목한 ‘먹태깡’을 출시했다. 먹태깡이 출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비슷한 구성의 청양마요맛 아류작들이 쏟아져 나왔다.

◇ ‘미투 상품’, 어떻게 바라봐야 하나

농심에 따르면, 먹태깡은 출시 일주일 만에 100만봉 이상 판매되며 돌풍을 일으켰다. 편의점 몇 군데를 돌아야 찾을 수 있을 만큼 유통점에서 품귀현상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에 농심은 신제품 출시 직후 생산량을 30%가량 늘리는 등 시장 수요에 발맞추기 위해 움직였다.

이러자 먹태깡 열풍에 편승하려는 청양마요맛 아류작들이 잇따라 출시됐다. 가장 먼저 롯데웰푸드가 움직였다고 알려진다. ‘오잉 노가리칩 청양마요맛’을 선보인 것이다. 기존 오잉 시리즈에 노가리와 먹태깡 성공비결이었던 청양마요맛을 더한 제품이다.

특히 이번 먹태깡 따라잡기에는 편의점 3사도 가세하고 있어 이목이 쏠리고 있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는 자체 브랜드(PB) ‘헤이루(HEYROO)’를 통해 ‘청양마요맛 새우칩’을 내놨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는 상일제과의 ‘먹태쌀칩 청양마요맛’을, 세븐일레븐은 유앤아이트레이드의 ‘먹태이토 청양마요맛’을 독점 유통하고 있다.

특정 식품업체의 히트 상품을 다른 업체들이 따라서 만들어내는 모방 상품. 이들은 ‘미투(Me Too) 상품’이라고 불리며 아류로 취급된다. 농심의 먹태깡이 먹태의 맛을 이용한 것과 달리, 다른 업체들은 노가리나 새우, 쌀 등을 주재료로 사용했다. 그렇다고 해도 ‘청양마요맛’으로 소비자를 사로잡는다는 전략에서는 먹태깡과 동일하다.

과연 이런 모방 상품들은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을까.

◇ 마땅한 제재 방법 없어… 관행으로 여겨지는 히트작 ‘모방’

결론부터 보자면 히트상품으로 성공한 업체의 공식을 그대로 가져다 쓰는 모방 제품들에 대해 특별히 법적으로 제재를 가하기 힘들다. 저작권법상 ‘레시피’ 자체는 고유한 창작물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청양마요 조미를 곁들인다는 ‘아이디어’만으로는 더 어렵다.

저작권법과 관련된 한 보고서에서는 “저작권법은 창작적인 ‘표현’만을 보호하다”면서 “그 표현 안에 들어있는 아이디어 그 자체를 보호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설령 먹태깡의 레시피를 요리책에 수록해 공식적으로 선보인다고 하더라도 해당 레시피로 똑같이 만들어 다른 이름으로 판매하면 저작권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 ‘레시피’라는 요리법 자체는 ‘아이디어’이기 때문이다. 물론 요리책에 적힌 해당 레시피를 그대로 베껴 다른 요리책으로 내는 것은 저작권침해다.

이는 통념과는 상반되는 것처럼 보인다. 일반적으로는 재료의 종류나 양, 이용 방법 등 레시피의 내용에 포함된 ‘아이디어’에 더 가치를 두기 때문이다. 다만 이는 저작권법 보호 대상은 아니다. 아이디어를 보호받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 특허권이 바로 그중 하나다.

특허청에 따르면 레시피도 특허로 보호받을 수 있다. 대전의 빵지순례로 유명한 성심당의 ‘튀김소보로 빵’이 특허 등록을 받은 대표적인 사례다. 이런 경우 저작권법 등과 같은 다른 권리보다 훨씬 더 넓은 범위에서 보호받을 수 있다. 표현이 다른 방식으로 이뤄져도 아이디어가 똑같으면 특허권 침해로 제재를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특히 요리나 레시피의 경우 특허권을 인정받기가 매우 어렵다. 특허청에 따르면 기존에 없던 레시피로 음식을 개발했거나, 알려진 음식이라도 새로운 조리법으로 독창성이 인정되는 경우 특허를 받을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신규성이나 진보성 등의 요건은 입증하기가 매우 어렵다. 특히 제과업체의 경우 비슷한 재료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더 그렇다.

게다가 특허로 등록이 된다고 해도 실익이 크지 않다. 그 내용을 대중에게 공개해야 하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이로부터 영감을 얻어 특허로 인정된 내용을 피하면서도 변형된 레시피를 창작할 수도 있다. 이렇다 보니 기업들은 주로 영업비밀로 보호하는 방향을 선택하게 된다.

사실 먹태깡과 모방 상품들처럼 같은 방식의 히트상품 베끼기는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제과업계뿐만 아니라 식품업계서는 타 기업의 성공 공식을 그대로 가져다가 쓰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해왔다. 지난 2014년 출시됐던 ‘허니버터칩’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매번 나온다. 선두 업체의 성공 공식에 편승하는 방식은 공정하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관행으로 여겨지곤 하는 모방 상품 출시. 이는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넓힌다는 점에서 어쩌면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도를 넘는 수준의 무차별적인 모방에 대한 허용은 결국 신제품을 개발하려는 기업의 의지를 꺾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근거자료 및 출처
지적재산으로서 요리 창작물의 보호에 관한 연구
2023 . 08. 한국지식재산학회
레시피의 보호에 관한 저작권법상 쟁점에 관한 소고
2015. 한국저작권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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