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오픈소스 AI에 대해 회의적인 의견도 늘고 있다. 누구나 쉽게 AI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품질저하와 저작권 문제, 부족한 기술 지원, 취약한 보안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최근 들어 오픈소스 AI에 대해 회의적인 의견도 늘고 있다. 누구나 쉽게 AI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품질저하와 저작권 문제, 부족한 기술 지원, 취약한 보안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우리의 사명은 ‘인공지능(AI)’이 모든 인류에게 이익이 되도록 보장하는 것입니다. AI연구를 통해 얻은 모든 영향력과 이익은 모두를 위해 사용되도록 할 것이며, 부당한 권력 집중 및 AI기술 독점 사용 방지를 약속합니다.”

이는 우리에게 ‘챗GPT’의 개발사로 잘 알려진 ‘오픈AI’의 기업 사명이다. AI기술은 어떤 특정 기업이나 국가에서 독점하는 것이 아닌, ‘오픈소스’ 형태로 모든 사람들이 공유하고 발전시켜 나가야한다는 의미다. 오픈소스는 공개적으로 액세스 할 수 있게 설계된 프로그램 소스 코드다.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 수정, 배포할 수 있어 첨단 산업 발전의 밑거름이 된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오픈소스 AI에 대해 회의적인 의견도 늘고 있다. 누구나 쉽게 AI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품질저하와 저작권 문제, 부족한 기술 지원, 취약한 보안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오픈소스 AI’, 수익성 부족 문제 급부상 

20일 진행된 ‘제2회 오픈데이터포럼’에 참가한 전문가들도 오픈소스 AI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그에 따른 부작용도 크다고 입을 모았다. 오픈데이터포럼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을 비롯한 민‧관‧산‧학‧연이 오픈 데이터 기반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마련한 시민주도형 협업 포럼이다. 이번 행사는 ‘생성형AI와 오픈데이터’를 주제로 전문가들의 발표가 이어졌다.

이날 행사에서 ‘생성형 AI 관련 데이터 공개 및 오픈소스 쟁점’을 주제로 발표한 전응준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최근 오픈소스 AI에 대한 회의적 시각은 주요 기업들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며 “AI의 오픈소스화를 이끌고 있던 오픈AI부터 구글, 앤트로픽 등 주요 AI기업은 모두 AI의 위험성을 이유로 부정적 입장을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전응준 변호사가 말한 것처럼 최근 AI업계 핵심 인물들은 오픈소스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내놓고 있다. 지난 13일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가 진행한 ‘AI 인사이트 포럼’에서 빌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립자는 “AI가 오픈소스를 통해 잘못되거나 유독한 정보를 퍼뜨릴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샘알트먼 오픈AI CEO 역시 “오픈소스는 AI발전에 큰 도움을 줬지만 허위정보와 유해 자료를 누구나 쉽게 만들어 퍼뜨릴 수 있다”고 의견을 같이 했다.

급성장하는 AI산업 구조도 오픈소스 AI가 위축되는 이유로 꼽힌다. 치열해지는 기업 간 AI기술경쟁에서 자신들의 ‘영업비밀’을 공개하고 싶어 하는 기업은 없다. 오픈AI조차도 지난 2019년 초거대AI모델 ‘GPT-2’의 오픈소스를 공개한 이후, GPT-3와 GPT-4의 AI모델 오픈소스를 공개하지 않았다.

국내 AI 1세대 연구자인 김진형 KAIST 명예 교수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기업의 경우, 오픈소스로 AI기술을 공개해버리면 아무래도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우려가 있다”며 “기술 공개 없이 폐쇄됐을 때는 서비스를 팔기만 하면 되는데, 공개되고 나니 수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AI산업 발전을 위해선 결국 기업들의 이윤 추구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오픈소스만으론 기업의 투자 및 인재 유치에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 실제로 오픈AI는 이 같은 난관을 헤쳐나가기 위해 영리 기관 ‘오픈AI LP’도 설립했으며, 글로벌 IT기업들 간 협력도 이어가고 있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로부터 올해 1월 100억달러 규모의 대규모 투자 유치도 받았다.

이영진 삼성증권 연구원도 지난 2월 보고서에서 “기업의 영속성을 위해서는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하다”며 “오픈AI는 파운데이션 모델로서 API를 개발자 및 기업에게 유료로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픈AI가 API를 유료로 제공하는 기본적 이유는 인류 모두에 도움이 되는 AI개발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한 자금 조달”이라며 “API모델은 일부 기업을 제외하면 구동에 필요한 비용을 감당하기 쉽지 않고, AI기술의 잘못된 활용에 대해 오픈 소스 형태 대비 대응도 쉽다”고 분석했다.

◇ AI연구자들 “기술 민주화 위해 오픈소스 활성화 필수”

다만 AI연구자들은 오픈소스 AI가 위축될 경우, 이에 따른 부작용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한다. 글로벌 빅테크 및 대기업 중심으로 AI기술 독점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픈AI 공동 창업자였던 일론머스크도 “오픈AI는 더 이상 ‘Open’ AI, 오픈소스가 아니다. 클로즈드(Closed, 닫힌) AI, 클로즈드 소스가 돼 버렸다”라고 비판하며 회사를 떠나기도 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도 13일 척 슈머 의원의 포럼에서 “오픈소스 AI는 AI의 기술적 민주화를 가져올 수 있고, 공평한 경쟁의 장을 만들어줄 수 있다”며 “이는 글로벌 IT산업의 혁신을 촉진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긍정적 입장을 밝혔다.

오픈소스가 글로벌 AI산업 발전을 가속화했다는 점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국내외 AI스타트업들 역시 오픈AI에서 공개한 GPT 관련 오픈소스로 여러 기술 및 서비스 개발에 성공한 바 있다. 관련 산업 규모 역시 급성장 중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IMARC그룹’에 따르면 오픈소스 AI시장은 지난해 기준 102억달러(13조6,720억원) 수준이다. 오는 2028년에는 연평균 성장률 20.34%를 보이며 331억달러(44조3,805억원)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국내 AI 1세대 연구자인 김진형 KAIST 명예 교수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AI기술 발전에 있어 오픈소스는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며 “소규모 연구기관과 중소기업, 스타트업 등은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자체적인 초거대 AI모델 등을 구축하는 것이 불가능한데, 오픈소스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데 큰 보탬이 됐다”고 말했다.

김진형 교수의 말처럼 생성형 AI의 핵심이 되는 초거대 AI기반 ‘거대 언어 모델(LLM)’을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오픈AI측에 따르면 챗GPT의 전신이 된 GPT-3의 경우, 개발에만 460만달러(한화 약 62억원)이 들었다. 성능 향상을 위해 1,750억개 매개변수를 1번 학습시키는데도 약 400만달러(53억6,200만달러)의 비용이 든다.

김진형 KAIST 명예교수는 “수익성 문제 등으로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빅테크에서는 오픈소스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각 기업은 새로운 기술을 계속해서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고, 그것이 안 되면 회사가 경쟁력이 있을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4차 산업시대, 기술의 민주화를 위해선 오픈소스를 기반으로 첨단 기술이 사회 여기저기 깔려 있는 그림이 그려져야 한다”며 “그런 사회가 만들어져야 기술 경쟁력 확보와 혁신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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