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기초지원硏,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구축 추진… 2028년 본격 가동
반도체·신약·생명공학 등 다분야 활용… 영국에선 경제 효과 3조원 규모

충북 청주시의 ‘다목적 방사광 가속기’ 사업도 올해 들어 그 윤곽이 잡혀가고 있다.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첨단 IT산업과 의료, 화학 등 응용과학산업 전 분야 발전에 진일보를 가져올 전망이다./ 사진=청주시청, 그래픽=박설민 기자
충북 청주시의 ‘다목적 방사광 가속기’ 사업도 올해 들어 그 윤곽이 잡혀가고 있다.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첨단 IT산업과 의료, 화학 등 응용과학산업 전 분야 발전에 진일보를 가져올 전망이다./ 사진=청주시청,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꿈의 현미경’. 과학자들이 방사광 가속기’를 말할 때 주로 쓰는 별칭이다. 방사광 가속기는 전자를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시키는 장치다. 광속(光束)으로 가속된 전자는 운동 방향을 바꿀 때마다 ‘방사광’이라는 빛을 방출한다. 이 빛은 적외선부터 자외선, X선 등 다양한 에너지 분포의 빛으로 이뤄진다. 때문에 금속, 반도체 등 다양한 물체 구조와 성분 분석이 가능해, 첨단 과학 기술 연구의 핵심 기술로 손꼽힌다.

이 가운데 충북 청주시에서 추진 중인 ‘다목적 방사광 가속기’ 사업도 올해 들어 그 윤곽이 잡혀가고 있다.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첨단 IT산업과 의료, 화학 등 응용과학산업 전 분야 발전에 진일보를 가져올 전망이다.

◇ 청주 방사광 가속기 구축 윤곽… 2028년 가동 목표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기초지원연)는 21일 서울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진행된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활용 방안 포럼’에서 다목적 방사광 가속기 구축사업 추진현황을 발표했다. 이번 포럼은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했으며, 김영환 충청북도지사, 이범석 청주시장, 양성광 기초지원연 원장 등 총 90여 명의 산·학·연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청주시가 다목적 방사광 가속기 구축 사업 추진 지자체로 선정된 것은 지난 2020년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대형 가속기 장기로드맵 및 운영전략’을 확정하고, 지리적·발전 가능성 등을 고려해 충북도 청주시를 최종 부지로 선정했다. 선정 방식은 지역 공모 방식으로 진행됐다. 공정하고 투명하게 추진하기 위함이다.

이날 포럼에서 기초지연원은 다목적 방사광 가속기 사업은 2027년 12월까지 총 6년에 걸쳐 진행된다고 밝혔다. 총 사업비는 1조454억원이 투입된다. 착공 시작은 내년 5월부터 진행되며, 중공 예정 시점은 2027년이다. 2027년 하반기 시운전을 거쳐 2028년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간다는 것이 기초지원연의 목표다.

21일 진행된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활용 방안 포럼’에서 다목적 방사광 가속기 구축 사업 추진 경과를 설명하는 고인수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구축사업단 단장./ 박설민 기자
21일 진행된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활용 방안 포럼’에서 다목적 방사광 가속기 구축 사업 추진 경과를 설명하는 고인수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구축사업단 단장./ 박설민 기자

고인수 기초지원연 구축사업단 단장이 밝힌 사업 추진 현황에 따르면, 기초지원연은 올해 전자총 레이저, 가속관, 전자석 전원장치, 고주파 공동기 등 주요 가속장치 부품에 대한 발주를 진행한다. 또 올해 말까지 활용지원센터와 연계한 ‘산업화 지원시설 계획’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또 주요 빔라인 장치 구축을 위한 진단장치, 제어장치를 설계하고 거울장치 및 단색화 장치 등 개발도  진행한다. 

부지조성 공사는 현재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상태로, 부지 매입비에만 1,620억원이 투입됐다. 건설 시행사는 ‘원건설’에서 맡았다. 부지 면적은 54만㎥이며, 공사는 올해 말까지 이뤄질 전망이다.

고인수 단장은 “현재 주관연구기관인 기초지연원과 공동연구개발기관인 포항가속기연구소가 힘을 합쳐 청주시 다목적 방사광 가속기 구축을 진행 중에 있다”며 “올해 안에 주요 가속장치 및 빔라인 상세설계를 마칠 것”이라고 말했다.

양성광 기초지원연 원장은 “이번 포럼을 통해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활용을 확대하기 위한 의미 있는 논의가 시작됐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가속기 관련 유관기관 간 교류와 협력의 장을 마련하고,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활용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2007년부터 2020년까지 약 약 18억파운드(한화 2조9,568억원)의 경제 효과를 창출한 영국의 방사광가속기 ‘다이아몬드(Diamond)’./diamond.ac.uk
2007년부터 2020년까지 약 약 18억파운드(한화 2조9,568억원)의 경제 효과를 창출한 영국의 방사광가속기 ‘다이아몬드(Diamond)’./diamond.ac.uk

◇ 반도체·신약 등 첨단 산업 필수 기술… 영국선 경제 효과 3조원 육박

정부가 1조원이 넘는 비용을 투자해, 방사광 가속기를 구축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막대한 경제적 효과가 뒤따르기 때문이다. 청주시와 기초지원연은 따르면 방사광 가속기가 지역 경제에 6조7,000억원과 생산 유발효과, 2조4,000억원의 부가가치 유발할 것으로 기대한다. 또 약 13만7,000명의 고용창출 효과까지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국내 지자체 및 연구기관만의 주장이 아니다. 실제로 해외 방사광 가속기는 매년 높은 수익성을 내는 연구기관으로 유명하다. 글로벌 과학기술컨설팅업체 ‘테크노폴리스그룹’이 2021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 방사광가속기 ‘다이아몬드(Diamond)’는 약 18억파운드(한화 2조9,568억원)의 경제 효과를 창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다이아몬드는 2007년 구축된 영국 최대 규모의 방사광가속기 시설이다. ‘하웰과학혁신캠퍼스(Harwell Science and Innovation Campus)’에 위치하고 있으며, 둘레 약 562m 규모의 대형 고리 모양이다. 이 링에서 전자는 3GeV의 에너지로 가속돼, 태양광보다 100억배 밝은 X선을 만들어낸다.

영국 내 과학 분야 연구원들을 이 가속기로 기존 현미경보다 1만배 더 정확하게 바이러스 및 단백질 구조 등을 연구할 수 있다. 실제로 2018년 기준 다이아몬드가 밝혀낸 단백질 구조는 유럽 전체 연구의 34%를 차지한다. 플라스틱 분해 효소부터 구제역 바이러스에 대한 새로운 합성 백신까지 28개의 사례 연구 개발에 성공했다. 대표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인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개발을 위한 바이러스 구조 분석 및 효과 측정에도 다이아몬드가 사용됐다.

바이오뿐만 아니라 IT산업 규모에서의 영향력도 지대하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제조업체 ‘TSMC’는 반도체 설계·연구 개발 과정에 연간 1,000시간 이상 방사광가속기를 사용한다. 관련 산업 규모도 급성장 중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360마켓업데이츠(360marketupdates)’는 오는 2028년 방사광 가속기 산업 규모가 63억1,235만달러(8조4,333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양성광 기초지원연 원장은 “이어 “글로벌 기술패권경쟁에서 방사광가속기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라며 “현재 주요 기술 강국들은 세계c 최고의 방사광 가속기 보유를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목적 방사광 가속기는 과학기술 분야뿐만 아니라 신소재, 신약, 반도체 등 첨단산업 핵심 기술 확보를 위해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이러한 역할을 다하기 위해 구축 이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산·학·연 전문가들의 지혜를 모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전했다.

 

근거자료 및 출처
Socio-Economic Impact Study Report
2021. 05 Technopolis gro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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