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 범죄자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여론이 높아지면서 국회와 정부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 입법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 도입되면 무엇이 어떻게 달라질까. / 게티이미지뱅크
중대 범죄자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여론이 높아지면서 국회와 정부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 입법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 도입되면 무엇이 어떻게 달라질까. / 게티이미지뱅크

시사위크=김두완 기자  최근 신림역,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 등 흉악한 범죄가 발생하면서 국민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에 중대 범죄자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여론이 높아지면서 국회와 정부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 입법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지난 25일자로 입법예고 기간이 끝났고, 법제처 심사를 앞두고 있다.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 도입되면 무엇이 어떻게 달라질까.

◇ 가석방 없는 종신형, 사형제 존치 여부 무관… 병존 취지

현행 형법은 무기형도 가석방이 가능함을 규정하고 있다. 중대 범죄자가 무기형을 선고받더라도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20년이 지나 사회로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이를 ‘상대적 종신형’이라 한다. (*형법 제72조(가석방 요건) 제1항 징역이나 금고의 집행 중에 있는 사람이 행상(行狀)이 양호하여 뉘우침이 뚜렷한 때에는 무기형은 20년, 유기형은 형기의 3분의 1이 지난 후 행정처분으로 가석방을 할 수 있다.) 결국 피해자는 중대 범죄자가 무기형을 선고받아 사회로부터 영원히 격리될 것으로 안심했다가 다시 불안과 공포에 떠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러한 문제 인식과 최근 빈번히 발생한 중대범죄에 대한 대응책으로 국회와 정부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절대적 종신형)’ 도입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가석방 없는 종신형(절대적 종신형)’은 범죄자가 생명이 다할 때까지 교도소에 구금되며 가석방 및 사면이 불가능한 것을 말한다. 쉽게 말해 현재는 중대 범죄자가 무기형을 선고받더라도 가석방이 가능했다면, 이 법안 통과된 후에는 무기형을 선고받은 중대 범죄자 중 가석방이 불가능한 자도 존재하게 된다는 뜻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8월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 뉴시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8월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 뉴시스

국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과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이 해당 사항과 관련한 입법을 발의한 상황이며, 정부는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상태다.

조정훈 의원은 ‘가석방 없는 종신형’ 법안 발의를 밝히는 기자회견에서 “불행하게도 나쁜 사람들이 존재하며, 우리 사회도 예외는 아니다”며 “우리 사회에서 영원히 격리되어야 할 소위 괴물들이 존재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무기징역을 받은 강력범죄자 중에서도 가석방돼 사회로 돌아오는 사람이 매년 10명 이상”이라며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만들고 무기수에 대한 가석방 요건과 기간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와 정부에서 대안으로 제시된 법률(안)들은 중대 흉악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 해당 범죄자에게 죄질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이뤄지게 하자는 것이 공통적인 취지다. 하지만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의 판결을 선고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방식에서는 차이가 있다.

서영교 의원과 조정훈 의원 안은 무기형에 가석방을 불허하는 방식으로 신규 조문을 신설하는 안을 제시했다. 추가로 조정훈 의원은 가석방 요건(20년→25년)과 가석방 기간(10년→15년)을 강화하는 안을 넣었다.

반면 정부안은 현행 형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상대적 종신형과 구별되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절대적 종신형)’, 즉 새로운 형벌의 종류를 도입하는 안을 입법예고 했다.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법안에 대해 질문하는 언론 취재 현장 자리에서 “법무부가 추진하는 ‘가석방 없는 무기형’은 사형제 존치 여부와 무관하며, 병존하는 취지다”며 “△사형 △가석방 불가능한 무기 △일반 무기 △일반 유기, 이런 단계로 법관이 죄질에 따라서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를 주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무기 가석방 허가자 현황 / 자료=법무부 교정본부, 그래픽=이주희 기자
무기 가석방 허가자 현황 / 자료=법무부 교정본부, 그래픽=이주희 기자

 

서영교 의원(안) (신규 조문 신설)

“제42조의2(가석방 없는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의 판결을 선고하는 경우에는 제51조 각 호의 양형의 조건을 참작하여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의 판결을 선고할 수 있다.”

조정훈 의원(안) (신규 조문 신설)

“제42조의2(가석방 없는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의 판결을 선고하는 경우에는 제51조의 사항을 고려하여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의 판결을 선고할 수 있다.”

법무부 입법예고(안) (신규 항 신설)

“제42조(징역 또는 금고의 기간 등) 제2항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는 가석방이 허용되는 무기형과 가석방이 허용되지 아니하는 무기형으로 한다.”

◇ 흉악범죄에 대한 국민 법감정, 사법부 판결과 일치할지는 의문

법무부 교정본부 교정통계연보에 따르면 무기형을 선고받아 복역 중인 무기수는 연평균 평균 약 1,329명이며, 2015년부터 2022년까지 무기수 중 가석방 허가자 수는 총 119명이다. 중대 흉악 범죄를 저질러 무기형을 선고받고도 해마다 평균 15명이 사회로 다시 돌아오고 있다. 하지만 ‘가석방 없는 종신형’ 법안이 통과되면 연평균 무기수에 해당하는 1,329명 중 가석방이 불가능한 자가 생기게 된다는 것은 예상 가능해졌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일면식도 없는 행인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1명을 숨지게 하고 3명에게 중상을 입힌 혐의로 구속된 조선이 7월 28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관악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 뉴시스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일면식도 없는 행인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1명을 숨지게 하고 3명에게 중상을 입힌 혐의로 구속된 조선이 7월 28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관악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 뉴시스

물론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란 형벌이 추가된다고 해서 모든 중대 범죄자가 단죄되는 것은 아니다.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는 게 세상 이치’라는 영화 대사처럼 국민 입장에서 흉악 범죄에 대한 법감정은 ‘강력한 응징’이다. 하지만 어린이를 대상으로 끔찍한 성범죄를 저지른 조두순의 경우, 징역 12년형을 선고받고 만기출소했다. 또 최근 사회적 공분을 불러온 ‘부산 돌려차기남 사건’의 가해 남성은 징역 20년형을 선고받았다. 사회를 충격에 빠뜨린 사건의 가해자들이지만, 국민의 법감정과는 다르게 법원의 양형기준에 따라 형량이 선고됐다. 즉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 시행된다고 해서 이들에 대한 형량이 더 높아진다거나, 흉악범이라고 해서 모두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받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국민들이 오해하지 말아야 할 부분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입법적으로 시기적으로 ‘가석방 없는 종신형’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본다”면서 “하지만 무차별 흉악범죄나 이상동기 범죄 등과 관련해 국민들이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접근이 병행돼야 한다. 예컨대 범죄신고포상제, 신고기관 행정 인력의 신속 대응 매뉴얼 개선 등 치안 강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 마련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법무부의 입법예고 기간은 9월 25일까지였으며, 입법예고안은 법제처 심사 완료 후 차관회의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