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로봇’부터 ‘보행로봇’까지… 기업들 기술 확보 총력전

국내 기업들의 로봇 기술 투자가 가속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협동로봇, 두발로봇, 네발로봇 3가지 기술로 떠오르고 있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국내 기업들의 로봇 기술 투자가 가속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협동로봇, 두발로봇, 네발로봇 3가지 기술로 떠오르고 있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최근 ‘로봇’ 관련 산업의 성장세가 매섭다. ‘인공지능(AI)’과 함께 4차 산업시대를 이끌어갈 핵심 기술 분야로 로봇이 꼽히면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올해 로봇 산업 규모는 약 373억7,000만달러(50조4,121억원)으로 추정된다. 오는 2028년에는 이보다 약 21% 증가한 450억9,000만달러(60조8,174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 같은 시장 흐름에 맞춰, 국내 기업들의 투자도 가속도가 붙고 있다. 지난 5일 ‘두산로보틱스’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됐다. 같은 날 한화 그룹은 ‘한화/모멘텀’을 전신으로 한 로봇 전문 기업 ‘한화로보틱스’를 공식 출범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주요 IT기업들도 로봇 사업 확장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렇다면 국내 기업들이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로봇 기술은 무엇이 있을까.

◇ 집안일부터 생산현장까지… 만능일꾼 ‘협동로봇’

현재 국내 기업들의 투자가 가장 적극적인 로봇 기술은 ‘협동로봇(Co-robot)’ 분야를 꼽을 수 있다. 협동로봇은 인간 작업자와 동일한 공간에서 작업 수행이 가능한 산업용 로봇을 뜻한다. 협동로봇은 2000년대 초반 유럽 중소기업들에서 처음 사용됐는데, 당시엔 ‘중소기업형 로봇(SME)’라는 명칭으로 불렸다. 이후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기 시작하면서 현재의 협동로봇이라는 용어가 공식 명칭으로 자리 잡았다.

로봇 기업들이 협동로봇산업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간단하다. 수익성이 가장 높은 로봇 기술이기 때문이다. 글로벌시장조사기관 ‘베리파이드 마켓 리서치(Verified market research)’에 따르면 글로벌 협동로봇산업 규모는 오는 2030년 168억달러(약 22조6,749억원) 규모에 달할 전망이다. 연평균 성장률도 40%에 달한다.

한화 그룹이 개발한 협동로봇 솔루션 패키지인 어드밴스드 솔루션./ 한화
한화 그룹이 개발한 협동로봇 솔루션 패키지인 어드밴스드 솔루션./ 한화

국내 로봇 산업에서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기대 받는 ‘한화로보틱스’와 ‘두산로보틱스’도 협동로봇 분야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한화로보틱스의 경우, 2030년까지 협동로봇시장 세계 3위권 기업이 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매출 목표는 오는 2031년까지 매출액 2,100억원 달성이다. 두산로보틱스의 박인원 대표는 5일 상장기념식에서 “AI 및 AMR(자율주행로봇) 기술 내재화 등을 통해 협동로봇 종합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며 협동로봇 전문기업이 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이때 협동로봇의 전신이 되는 로봇 기술은 단연 ‘고정형 로봇’, 고정형 로봇은 ‘로봇 팔’ 등이 작업용 테이블이나 천장, 벽 등에 부착된 형태다.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로봇이나 바퀴형 로봇, 비행 로봇처럼 자유롭게 이동할 수는 없지만, 단순 반복 작업부터 집안일, 초미세 공정에 이르기까지 가장 많은 분야에서 활용 가능하다.

황동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지능로봇연구단 책임연구원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협동로봇 같은 경우, 일반 바퀴로봇이나 네발로봇, 휴머노이드 로봇(두발로봇)보다 훨씬 더 활용처가 넓다”며 “일반적인 바리스타 로봇, 요리사 로봇부터 산업체에 사용되는 공장용 로봇까지 응용 분야가 무궁무진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람들이 로봇에 기대하는 두 가지 핵심 기능은 이동성과 조작성”이라며 “고정형 협동로봇의 경우, 이동성은 다소 부족할 순 있으나 조립, 공정 등 정밀한 작업에서는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기 때문에 로봇 산업 분야에서 시장 수요가 높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5일 두산로보틱스 상장기념식에서 협동로봇 모델이 북을 울리는 모습./ 뉴시스
5일 두산로보틱스 상장기념식에서 협동로봇 모델이 북을 울리는 모습./ 뉴시스

◇ “어디든 달려갑니다!”… 다리달린 ‘보행로봇’ 기술 경쟁 본격화

고정형 협동로봇과 함께 우리 기업들의 적극적 투자가 이뤄지는 로봇은 ‘보행로봇’이다. 쉽게 말해 다리로 걷는 로봇이다. 보행로봇은 일반적으로 ‘로봇 개’ 형태의 ‘네발로봇’과 ‘휴머노이드’ 형태의 ‘두발로봇’으로 구분된다. 6개의 다리가 달린 거미형태의 로봇도 있으나, 앞서 소개한 두 모델에 비해선 인기가 적은 편이다.

관련 시장 규모도 빠르게 성장하는 추세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팩트.MR(Fact.MR)’은 세계 보행로봇 시장규모가 오는 2033년 28억7,110만달러(3조8,745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연평균 성장률은 14.2%에 달한다.

사실 편의성만 보면 보행로봇은 ‘바퀴형 로봇’이나 ‘고정형 로봇’에 비해 특출나게 보이진 않는다. 하지만 보행로봇 기술에 기업들이 주목하는 이유는 로봇이 움직이는 방법과 관련이 깊다. 로봇이 지상에서 움직이는 방법은 ‘바퀴 등을 이용해 굴러다니는 방법’과 ‘다리를 이용해 걷는 방법’ 두 가지뿐이다.

먼저 바퀴형 로봇의 경우 제작이 쉽고 안정적이다. 때문에 배달 로봇 등 서비스용 부문에선 뛰어난 능력을 보여준다. 제작비용도 다른 이동형 로봇 대비 저렴한 편이다. 그러나 계단, 난간 등의 장애물을 만나면 이동할 수 없다는 치명적 단점이 있다. 반면 다리가 달린 보행로봇의 경우, 제작도 어렵고 비용도 많이 들지만 험준한 지형이나 계단을 이동하는데 제약이 적다. 또한 등 부분에 로봇 팔 등 다른 로봇 장치와 결합할 수 있어, 다양한 임무 수행도 가능하다.

현대자동차가 인수한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개발한 로봇 개 ‘스팟(Spot)’./ 보스턴 다이내믹스
현대자동차가 인수한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개발한 로봇 개 ‘스팟(Spot)’./ 보스턴 다이내믹스

이 같은 장점을 가진 보행로봇 연구에서 앞서가는 기업은 ‘현대자동차’다. 현대자동차는 2020년 12월 미국의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9억2,100백만달러(1조57억원)에 인수하며 국내 최고의 네발로봇 개발 능력을 보유한 기업이 됐다. 

대표적인 제품은 로봇 개 ‘스팟(Spot)’으로, 지난 2021년 9월부터 포스코 광양제철소 현장에 실투입 중이다. 스팟은 제철소 내부를 돌아다니며 스누출, 냉각수 누수, 적열 상태 등을 점검하는데, 44개 송풍구 점검에 걸리는 시간은 단 40분이다. 뿐만 아니라 스팟에는 ‘운동지능(athletic intelligence)’이라는 AI기술도 적용됐다. 스팟이 걷거나 고난이도 지형을 횡단할 때, 지형 정보를 분석해 자율 판단이 가능하도록 도와준다.

인간과 닮은 ‘두발로봇’ 개발 기업으로는 ‘레인보우로보틱스’를 빼놓을 수 없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KAIST에서 ‘휴보’를 개발한 오준호 기계공학과 명예교수가 2011년 창업한 로봇 전문 기업이다. 지난 3월 삼성전자의 대규모 투자를 받은 후, 주가가 330% 이상 뛰며, 명실상부 국내 대표 로봇 기업 중 한 곳으로 급부상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약 867억6,573만원 규모의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지분(14.99%)를 보유하고 있다.

레인보우로보틱스에서는 고정형 협동로봇 ‘RB시리즈’를 비롯, 천문 마운트 시스템, 미디어 서비스 로봇 ‘제이(JAY)’, 의료 레이저 로봇 토닝 시스템 등 다양한 제품을 개발·생산 중이다. 하지만 단연 눈에 띄는 제품은 두발로봇 ‘휴보’ 시리즈. 앞서 소개한 제품들보다 상업성면에선 떨어지지만 기술력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특히 ‘휴보2’는 레인보우로보틱스가 세계최초로 상업화한 인간형로봇 플랫폼으로, MIT, 구글 등에서 연구용 플랫폼으로 구매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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