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사업 수주 건설사들 “현 사태 예의 관망 중… 직원 안전 확보에 총력”

이-팔 전쟁이 발발함에 따라 중동 지역에 진출한 우리 건설사들이 이스라엘을 포함해 주변 국가 정세에 촉각을 곧두세우고 있다. / 뉴시스
이-팔 전쟁이 발발함에 따라 중동 지역에 진출한 우리 건설사들이 이스라엘을 포함해 주변 국가 정세에 촉각을 곧두세우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김필주 기자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이스라엘 민간인 테러로 발발한 이스라엘-팔레스타인간 전쟁(이-팔 전쟁)이 중동 지역에서 사업을 진행 중인 국내 건설사에게 영향을 주지 않을까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금리인상으로 국내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자 국내 건설사들이 해외사업으로 눈을 돌렸는데 이 과정에서 중동 지역에서 수주한 사업 비중이 높았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는 전쟁의 주체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으로 한정됐지만,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지상군 투입이 현실화되면 자칫 최악의 경우 시리아, 레바논(헤즈볼라), 이란 등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주변 국가까지 참전할 수 있다. 이스라엘과 시리아 등 주변 국가들은 지난 1948년부터 1980년 이전까지 수십여년 동안 4차에 걸쳐 대규모 전쟁을 치룬 바 있어 확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건설업계는 이번 이-팔 전쟁을 예의주시하면서 혹시나 발생할 수 있는 비상상황에 따른 대응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 올해 건설사 해외 수주실적, 중동 지역 비중 34%

해외건설협회가 발표한 ‘올해 3분기 해외건설 수주실적’에 따르면 올 3분기 누적(1~3분기) 국내 건설사 284개사는 해외 86개 국가에서 총 235억3,000만달러(443건)를 수주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 수주 현황을 살펴보면 중동 지역은 79억8,000만달러로 전체 대비 가장 많은 34%의 비중을 차지했다. 다음으로 북미·태평양 74억2,000만달러(32%), 아시아 46억8,000만달러(20%), 중·남미 13억4,000만달러(6%) 순이었다.

특히 중동 지역에서는 사우디 아미랄 석유화학 플랜트(50억8,000만달러), 리비아 패스트 트랙 발전 공사(7억9,000만달러), UAE S4 담수화 양허사업(5억4,000만달러) 등을 수주하면서 작년 3분기에 비해 수주액이 20.4% 증가했다.

실제로도 올해 일부 국내 대형건설사들은 중동지역에서 대규모 사업을 수주했다. 지난 2월 쌍용건설이 UAE(아랍에미리트) 두바이 키파프 개발사업 페이즈3(1억2,600만달러)를 수주한데 이어 지난 3월 대우건설이 리비아 패스트 트랙 발전사업(7억9,300만달러)을 수주했다.

올 6월 현대건설은 사우디 아미랄 석유화학 플랜트 패키지1(29억4,000만달러)과 패키지4(21억3,600만달러)를 연달아 수주하면서 올해 최대 규모의 수주 성과를 보였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자회사인 현대엔지니어링과 사우디 아미랄 프로젝트를 공동 수행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8월에는 GS건설이 UAE S4 담수화 컨세션사업에서 EPC(설계·조달·시공) 및 O&M(유지보수관리) 분야 5억4,500만달러 수주를 달성하기도 했다. 이밖에 삼성물산 건설부문 등 여러 건설사가 중동 지역에서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올해 1~3분기 누적 해외사업 수주 가운데 중동 지역 수주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올해 6월 사우디 아미랄 프로젝트를 수주한 현대건설/ 현대건설
올해 1~3분기 누적 해외사업 수주 가운데 중동 지역 수주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올해 6월 사우디 아미랄 프로젝트를 수주한 현대건설/ 현대건설

◇ 중동 진출 건설사들 “최악상황 대비 위해 예의주시 중” 

중동 지역에서 사업을 추진 중인 국내 주요 건설사들은 사업 현장이 전쟁이 일어난 이스라엘 가자 지구와 거리가 먼 만큼 별다른 피해는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확전 등 최악의 경우에 대비해 매 상황을 예의주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현재 이-팔 전쟁으로 인해 입은 직‧간접적인 피해는 없다”며 “이-팔 양국만 무력 충돌 중이기에 당사가 사업 영위 중인 사우디 등 주변 중동 국가 내에는 영향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혹시라도 모를 비상상황(확전 등) 발발시 파견한 국내 직원과 현지 직원 탈출을 위해 선조치 매뉴얼을 보유한 상태”라며 “만약 주변국가로까지 확전이 된다면 고유가 지속, 미-중 갈등 고조 등의 파장으로 이어져 중동 지역 사업에도 많은 변수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현대엔지니어링 역시 현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현재 중동 상황이 너무 변수가 많아 유심히 모니터링하는 중”이라며 “당사는 이라크와 사우디에 각각 1곳씩 모두 2개의 사업 현장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라크 현장은 비주관사로 참여하고 있어 공사가 거의 마무리가 된 상황이다. 사우디 현장은 공사 준비 중이어서 그다지 큰 영향은 없다”고 말했다. 

뒤이어 “정세가 불안하지만 중동 주력 수주 지역인 사우디, UAE 등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단 정세 불안으로 발주처의 발주 일정이 변동될 수는 있어 면밀히 전쟁 상황 및 주변 국가 정세 등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건설사들은 전쟁 상황을 주의 깊게 보면서 최악의 사태가 발생하면 가장 먼저 직원 안전확보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당사는 리비아와 이라크에 현장이 있으나 현장들이 이스라엘 및 팔레스타인 지역과 거리가 멀어서 당장 시급하게 대피하거나 하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허나 지정학적 불안정성이 존재하는 만큼 전쟁 관련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사태가 악화돼 현장 인근까지 전쟁터가 된다면 직원 안전을 위해서 철수에 나설 것”이라면서도 “그럴 가능성은 극히 적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삼성물산 건설부문 관계자는 “삼성물산은 현재 사우디, 카타르, UAE 등에서 사업을 진행 중이다. 따라서 전쟁에 따른 영향은 적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그러나 중동 정세가 과거에도 급변한 사례가 있는 만큼 이스라엘을 포함한 주변 여러 국가의 정세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스라엘 주변 국가가 전쟁에 참여하는 등 최악의 상황이 발생한다면 현지 직원 안전 확보에 최선을 다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