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연구진 모여 설립한 ‘레인보우로보틱스’
협동로봇부터 휴머노이드까지 최고 수준 기술 보유… 실적도 급성장

삼성전자의 로봇 사업에 대한 공격적 투자와 맞물려 ‘레인보우로보틱스’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2011년 오준호 KAIST 기계공학과 교수가 이끌던 ‘KAIST 휴보랩(HUBO Lab)’ 연구진이 모여 설립한 로봇 플랫폼 전문 기업이다./ 레인보우로보틱스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4차 산업시대, 미래 기술의 꽃은 단연 ‘로봇’이다. 이전부터 여러 산업 분야서 활용돼 왔으나, 최근 인공지능(AI)의 발전으로 그 성능이 비약적으로 향상되고 있다. 관련 산업 분야도 급성장 중이다. 글로벌시장조사업체 ‘프레시던스 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AI로봇 시장은 2032년 837억8,000만달러(약 113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 같은 시장 흐름에 맞춰, ‘삼성전자’의 로봇 사업 확장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2021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로봇 등 신사업에 3년 간 240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이후, 로봇 상용화를 위한 적극적 움직임을 보이면서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연내 웨어러블 로봇 ‘EX1’을 공개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로봇 관련 특허, 상표 등도 다수 출원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로봇 사업에 대한 공격적 투자와 맞물려 새롭게 주목받는 기업도 있다. 바로 ‘레인보우로보틱스’다. 그간 로봇 업계 전문가들에겐 익숙했던 이 기업은 올해 초 삼성전자의 대규모 투자가 진행됨에 따라, 일반 대중과 투자자들의 이목도 집중되고 있다.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이정호 대표이사와 협동로봇 모델 ‘RB시리즈’/ 박설민 기자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이정호 대표이사와 협동로봇 모델 ‘RB시리즈’/ 박설민 기자

◇ KAIST 연구실에서 시작된 기적… 1년 만에 첨단 로봇 상용화 성공

레인보우로보틱스는 2011년 문을 연 로봇 플랫폼 전문 기업이다. 협동로봇부터 휴머노이드로봇, 미디어 서비스 로봇, 의료 레이저 로봇 토닝 시스템 등 다양한 분야 로봇 기술을 연구·공급 하고 있다. 현재 회사에서는 등기임원을 포함한 총 34명의 연구인력이 근무 중이다.

회사의 전신이 된 것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 내 작은 로봇 연구실이었던 ‘KAIST 휴보랩(HUBO Lab)’. 오준호 KAIST 기계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이끌던 휴보랩은 국내 최초의 인간형 로봇 ‘휴보(HUBO)’를 개발한 곳이다. 2004년 탄생한 휴보는 키 120cm 정도의 크기로, 2족 보행이 가능한 두발 로봇이다.

휴보는 단순히 2000년 먼저 출시된 일본의 ‘아시모’를 따라한 로봇이 아닌, 독자적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로봇 기술력을 증명한 모델이기도 하다. 실제로 2015년 미국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개최한 ‘다르파 로보틱스 챌린지(DRC)’에서 휴보의 업그레이드 모델 ‘DRC휴보’가 당당히 우승하기도 했다. 이 대회는 가상의 원전사고 현장에 로봇을 투입해 임무 수행 능력을 겨루는 대회로, 인간형 이족 보행 로봇의 기술력 측정의 기준으로 꼽힌다.

휴보 개발 이후, 2011년 오준호 교수를 주축으로 휴보랩 연구원들이 모여 지금의 레인보우로보틱스가 설립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오준호 교수가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대표이사는 그의 제자였던 이정호 박사가 맡고 있다. 또한 허정우·임정수 기술이사도 오준호 교수의 제자다. 회사 지분은 오준호 CTO와 이정호 대표가 각각 17.51%, 6.88%, 허정우·임정수 기술이사가 각각 2.02%, 1.74% 보유하고 있다.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전신이 된 것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 내 작은 로봇 연구실이었던 ‘KAIST 휴보랩(HUBO Lab)’이다. 이곳에서는 국내 최초의 이족보행 인간형 로봇 '휴보'를 개발했다./ 레인보우로보틱스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전신이 된 것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 내 작은 로봇 연구실이었던 ‘KAIST 휴보랩(HUBO Lab)’이다. 이곳에서는 국내 최초의 이족보행 인간형 로봇 '휴보'를 개발했다./ 레인보우로보틱스

국내서 가장 뛰어난 로봇 석학들이 모인 만큼, 레인보우로보틱스의 개발 성과도 빠르게 나타났다. 회사 설립 후 로봇 연구개발 1년여 만에 제품 상용화를 이룬 것. 대표 제품은 ‘RB시리즈’를 꼽을 수 있다. RB시리즈는 순수 국내 기술력으로 개발한 6축 협동로봇이다. 사용자 작업환경에 맞춰 RB5-850, RB3-1200, RB10-1300 등 다양한 제품군으로 출시했다. 모든 제품은 독일의 글로벌 기술 시험 인증기관 ‘TÜV SÜD’의 CE인증도 받았다. CE인증은 유럽 연합(EU) 역내에서 유통되는 제품에 의무화된 제품 안전 인증이다.

하지만 레인보우로보틱스가 다른 로봇 기업들과 차별화되는 가장 큰 특징은 단연 ‘휴머노이드로봇’ 분야. 휴보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인간형 이족 보행 로봇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기도 했다. 대표적 제품군으로는 ‘휴보2(HUBO2)’가 있다. 휴보2는 세계 최초의 상업화 인간형 로봇 플랫폼이다. 6축 지유도를 갖는 경량 로봇팔을 적용, 민첩하고 다양한 모션이 가능하다. 현재 휴보2는 MIT와 구글 등 세계 로봇 연구기관 및 IT기업 연구소에 판매됐다.

아울러 ‘네발로봇’도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주요 제품군이 될 전망이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2024년까지 네발로봇 모델 ‘RBQ시리즈’를 본격 상용화할 방침이다. RBQ시리즈는 감시·정찰·수색 임무에 최적화된 로봇 개다. 튼튼한 네 개의 다리와 민감한 라이다·물체감지센서가 적용돼, 험지와 야지를 빠른 속도로 보행할 수 있다. 

레인보우로보틱스가 개발한 네발로봇 모델 ‘RBQ시리즈’가 전시장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모습./ 박설민 기자
레인보우로보틱스가 개발한 네발로봇 모델 ‘RBQ시리즈’가 전시장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모습./ 박설민 기자

◇ 대주주 삼성전자, 작업현장에 로봇 기술 적용 기대

뛰어난 로봇 기술력을 바탕으로 레인보우로보틱스의 매출은 최근 급상승하는 추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레인보우로보틱스의 2022년 기준 매출액은 136억1,541만2,000원. 전년 매출인 89억6,957만5,000원 대비 51.8%나 뛰었다. 올해도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올 2분기 기준 매출 53억4,000만원, 영업이익 8억5,000만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와 대비해선 각각 61.4%, 343,7%나 올랐다.

여기에 투자자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것은 삼성전자와의 협력 관계. 삼성전자는 지난 3월 867억6,573만원 규모의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지분을 매수했다. 지난 3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약 867억원 규모의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지분을 사들였다. 

올해 8월 기준 삼성전자가 보유한 레인보우로보틱스 주식수는 285만4,136주. 지분율로 환산하면 약 14.83%에 달한다. 지난 1월 회사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194만0,200주를 취득했다. 이후 주주간 계약에 따라 구주 91만3,936주를 추가 취득했다. 주주간 계약에 따라 삼성전자는 이사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연결회사에 유의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다.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는 레인보우로보틱스 운영에도 적극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레인보우로보틱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윤준오 삼성전자 기획팀 부사장은 레인보우로보틱스 기타비상무이사로 동참 중이다. 윤준오 부사장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 기획팀장을 맡았으며, 삼성전자미래전략실 전략팀 담당임원으로 근무한 바 있다.

회사 설립 후 로봇 연구개발 1년여 만에 제품 상용화에 성공한 'RB시리즈'. RB시리즈는 순수 국내 기술력으로 개발한 6축 협동로봇이다./ 박설민 기자
회사 설립 후 로봇 연구개발 1년여 만에 제품 상용화에 성공한 'RB시리즈'. RB시리즈는 순수 국내 기술력으로 개발한 6축 협동로봇이다./ 박설민 기자

그렇다면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앞으로 삼성전자와 어떤 협력을 하게 될까. 업계선 삼성전자 반도체·디스플레이·가전제품 생산 공장에 대한 협동로봇 기술 지원, 휴머노이드 로봇 연구개발지원, 임직원 편의 시설 확충 등의 협력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8월 삼성웰스토리는 레인보우로보틱스와 단체급식에 로봇 자동화 솔루션을 도입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양승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레인보우로보틱스의 2대 주주인 삼성전자와의 협력 관계는 초미의 관심사”라며 “구체적인 협업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올해 8월 삼성웰스토리와 급식 자동화 체결 등 첫 협력 사례를 기록한 만큼, 양 사간 기술 협력 및 삼성전자의 공장 자동화에 레인보우로보틱스 로봇 활용 등 중장기적인 시너지 효과를 기대한다”고 분석했다.

레인보우로보틱스 측에 따르면 아직까지 구체적인 협력 방안이 드러나진 않은 상황. 다만 미래 산업에 대한 투자 및 자체적 기술 수요 확충에 대한 공동 개발·협력 등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레인보우로보틱스 관계자는 “삼성전자에서 저희한테 투자한 이유에 대해선 두 가지 방향으로 예상하는데, 하나는 미래 산업에 대한 투자, 또 하나는 자체적 기술 수요 확충에 대한 공동 개발·협력 등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다만 전체적인 아웃라인일 뿐 그에대한 구체적 내용은 아직 협의를 거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삼성전자의 경우, 생산 자동화에 대한 니즈는 당연히 갖고 있고, 거기에 저희 협동로봇 등의 기술들을 적용할 기회가 있다면 당연히 적용할 것”이라며 “일부는 현재 테스트를 진행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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