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밀이 제대로 된 소비처가 없어 창고에 쌓여만 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제주에 위치한 국산 밀 생산단지. / 뉴시스
우리밀이 제대로 된 소비처가 없어 창고에 쌓여만 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제주에 위치한 국산 밀 생산단지. / 뉴시스

시사위크=연미선 기자  식량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생산이 장려됐던 우리밀이 제대로 쓰이지 못하고 쌓여만 가고 있다. 이를 보관하기 위해 지출된 비용도 3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최근 5년간 매입량 대비 방출량 ‘24%’

17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어기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9년 1만173톤이었던 우리밀 저장량은 최근까지 4배가량 증가해 올해 8월 4만1,357톤으로 집계됐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자료에 따르면 연도별 우리밀 매입량은 △1만201톤(2019년) △853톤(2020년) △8,401톤(2021년) △1만6,561톤(2022년) △1만8,558톤(2023년 8월까지)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방출량은 같은 기간 △28톤 △823톤 △3,746톤 △3,992톤 △4,628톤으로 파악됐다. 최근 5년간 전체 매입량 대비 방출량은 24%가량에 불과한 것이다.

이에 보관 창고에 쌓여가는 저장량도 매해 늘어나고 있다. 재고량은 △1만173톤(2019년) △1만203톤 △1만4,858톤 △2만7,427톤 △4만1,357톤(2023년 8월까지)로 집계됐다.

국산 밀 가격은 수입 밀과 비교해 3배가량 비싸다고 알려진다. 이 때문에 제분업체 및 식품업체는 우리밀 대신 수입밀을 선호하게 된다. 이런 가운데 저장량이 지속 증가함에 따라 보관비용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우리밀 보관을 위해 지출한 비용은 지난 2020년 2억6,200만원 수준이었다. 그러나 이는 △4억1,500만원(2021년) △12억7,900만원(2022년) 등 점차 증가했고, 올해는 14억3,700만원이 투입됐다. 

우리밀 생산량 증대는 식량 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정부 정책의 일환이다. 정부는 현재 1% 수준인 밀 자급률을 오는 2027년까지 8%로 높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적절한 소비처를 찾지 못한 탓에 최근 재고량이 넘치고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 정부 비축만으로는 이를 해소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18일 국정감사에서 어기구 의원은 이와 관련해 우려를 표했다. 2020년부터 밀 산업 육성법이 시행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밀 자금 부채율이 9.9% 수준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어 의원은 “우리나라 밀 자급률은 1% 수준에 머물러 있는 등 밀 수입 의존도가 심각한 상황”이라면서 “밀에 대한 안정적인 생산과 판로보장 대책을 마련하고, 우리밀의 가격·품질 경쟁력 제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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