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 및 올리브유 등 국제 원재료 가격이 치솟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이례적으로 민간 기업을 칭찬하고 나서 이목이 쏠리고 있다. 업계서는 관련 업계에 대한 가격 인상 자제 압박으로 해석하고 있다. / 게티이미지뱅크
설탕 및 올리브유 등 국제 원재료 가격이 치솟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이례적으로 민간 기업을 칭찬하고 나서 이목이 쏠리고 있다. 업계서는 관련 업계에 대한 가격 인상 자제 압박으로 해석하고 있다. / 게티이미지뱅크

시사위크=연미선 기자  상반기를 지나면서 안정되는 듯했던 물가 상승률이 다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먹거리 가격이 가파른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식품업계에 대해 전방위적으로 가격 인상 자제 압박에 나서 이목이 쏠리고 있다.

◇ 정부 “BBQ처럼 해라”…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 ‘볼멘소리’

치킨업체에서는 치킨을 튀기기 위해 올리브유(튀김유)를 사용한다. 그러나 최근 3~4년 동안 계속된 기후변화와 기상 이변으로 올리브 생산량이 급감했다. 국제 올리브유 가격은 지난 2020년 7월 톤당 약 300유로에서 현재 톤당 약 1만유로로 약 3.3배 급등했다.

BBQ는 이에 대해 “올리브유 가격 상승분을 소비자 및 가맹점에 부담을 전가하는 대신 새로운 BBQ 올리브유 개발을 통해 원가를 절감하고 가격 인상 요인을 자체 흡수하는 등 물가 안정을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고 밝혔다. 본래 100% 올리브유를 사용하던 것을 블렌딩 올리브유로 변경한 것이다. 이달 4일부터 스페인산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와 해바라기씨유를 반반씩 섞어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런 가운데 지난 19일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가 제너시스BBQ 그룹을 방문해 격려를 아끼지 않아 관심이 쏠렸다. 이날 현장을 방문한 권재한 농업혁신정책실장은 “외식물가가 조속히 안정되기 위해서는 BBQ처럼 다른 외식업체들도 전사적인 원가 절감 노력을 통해 가격 인상 요인을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정부가 보도자료를 내면서까지 식품기업을 공개적으로 칭찬한 것에 대해서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업계서는 정부가 이를 통해 가격 인상을 자제하라는 압박을 주고 있는 것으로 풀이했다.

이에 다른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가격을 조정하는 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치킨 가격이 올리브유만으로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닭고기도 비중이 큰 가격 인상 요인이라는 점에서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국육계협회에 따르면 2022년 1kg당 1,690원이던 육계생계 시세는 2023년 최고 3,190원으로 두배 가까이 상승했다.

◇ 설탕값 상승에 국제 유가도 ‘불안’

정부의 가격 인상 자제 압박은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에 그치지 않았다.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최근 국제 설탕 가격은 연초와 비교해서 35%, 설탕의 원재료가 되는 원당 가격은 39%가량 올랐다. 이로 인한 연이은 물가 상승을 막기 위해 정부는 관련 업계에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식품부는 20일 한훈 농식품부 차관 주재로 16개 주요 식품기업 대표들과 간담회를 개최했다. 식품 당국에 따르면 이번 간담회는 이스라엘-하마스 사태 등 최근 변화된 대외환경으로 인해 물가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물가 안정에 대한 식품기업의 협조를 요청하기 위해 마련됐다.

한훈 농식품부 차관은 “정부도 가격 강세 또는 수급불안 예상 원료에 대한 할당관세 추가 적용, 원료 매입자금 지원 확대 등을 통해 기업의 원가 부담을 완화하고 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함께 노력하겠다”면서 “일부 원료 가격 상승에 편승한 부당한 가격 인상을 자제해달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대한제당협회도 입장문을 내고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에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19일 대한제당협회는 “내년 초까지는 설탕 가격 인상을 최대한 자제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어 “국내 제당업계는 4개월가량 생산이 가능한 원재료를 확보한 상태지만, 지속 상승하고 있는 원당 가격으로 인해 원가 부담이 크게 늘었다”면서도 “물가 안정을 위한 정부 노력에 깊이 공감했다”고 설명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9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2.99(2020년 기준=100)로 전년동월대비 3.7% 상승했다. 이는 전월과 비교해 0.3%p(퍼센트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소비자 체감률이 높은 먹거리 물가 상승률은 더 높다. 가공식품 물가는 전년동월대비 5.8% 상승했다. 같은 달 외식물가 상승률은 4.9%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인해 국제 유가가 다시 들썩거리고 있는 모양새다. 국제 유가 상승은 물류비 상승의 원인이 된다. 이는 결국 가공식품 및 외식 물가에 다시 영향을 주게 된다는 점에서 먹거리 물가에 불안감을 더할 전망이다.

 

근거자료 및 출처
2023년 9월 소비자물가동향
2023. 10. 05. 통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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