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전국 건설수주 전년비 37.5% 감소… 최근 3년간 건설사들 신사업 목적 정관에 포함

부동산 경기 침체 장기화로 건설사들의 신사업 추진이 가속화되고 있다. / 뉴시스
부동산 경기 침체 장기화로 건설사들의 신사업 추진이 가속화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김필주 기자  부동산 경기 침체 장기화, 원자재가격 급등, 고물가‧고금리 기조 등으로 인해 건설사들의 수주 규모가 1년 전에 비해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이스라엘-팔레스타인간 전쟁 발발로 인해 중동 지역 정세가 불안해지면서 고유가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등 향후 경제 전망도 심상치 않다.

이같은 상황 속에서 건설사들은 각자 살 길 마련을 위해 신사업 발굴‧추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실제 최근 3년 간 국내 일부 건설사들은 정관에 신재생에너지, 전자상거래, 소프트웨어 등 신사업 분야의 목적을 대거 추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곧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함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신사업 진출을 확대하려는 건설사들의 노력으로 해석된다.

◇ 올 2분기 전국 건설수주 10년만에 감소폭 최대

지난 8월말 통계청이 발표한 ‘올해 2분기 건설수주 증감률 추이’에 따르면, 전국 건설수주는 작년 2분기에 비해 무려 37.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13년 1분기 기록한 감소폭(-39.0%) 이후 최대치다.

특히 전국에서 수익성 좋기로 알려진 서울·경기 지역도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6.6%, 49.5% 건설수주가 줄었다. 이외에도 △대전(-66.6%) △전남(-62.2%) △경북(-54.3%) △경기(-49.5%) △충북(-49.1%) 등의 지역에서 건설수주가 급감했다.

전국 주택 인허가 및 착공 현황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말 국토부가 발표한 ‘8월 주택통계’에 의하면 올 1월부터 8월까지 누적기준 전국 주택 인허가는 21만2,757호로 지난해 같은기간 34만7,458호와 비교해 38.8% 감소했다. 8월 누적기준 착공된 전국 주택 수는 11만3,898호로 1년 전 26만1,193호에 비해 절반 이상(-56.4%) 줄었다.

같은 기간 전국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수도권(서울‧경기‧인천)의 경우 주택 인허가는 전년 동기 대비 36.9% 감소한 8만1,151호로 집계됐다. 이와 함께 수도권의 착공 주택 수는 작년 8월 누적기준보다 56.9% 급감한 5만6,473호를 기록했다.

건설사들이 신재생에너지 등 새로운 먹거리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사진은 DL에너지 파키스탄 메트로 풍력단지 / DL그룹
건설사들이 신재생에너지 등 새로운 먹거리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사진은 DL에너지 파키스탄 메트로 풍력단지 / DL그룹

◇ 건설사, 먹거리 감소로 신사업 발굴에 주력

이처럼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인해 수주가 급격히 줄자 건설사들은 새로운 먹거리 찾기 집중하는 분위기다. 지난 20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주요 건설기업의 신규사업 추진 현황 분석’에 따르면 국내 중대형 건설사들은 2021년부터 올해까지 최근 3년간 정관상에 신규 사업목적을 속속 추가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SK에코플랜트의 경우 지난 2021년 3월말 정관 개정을 통해 전자상거래업, 직업정보제공사업, 환경사업, 지주사업 등 무려 18건의 신규 사업목적을 정관에 추가했다. 1년 뒤인 2022년 3월말에는 지능형 전력망 사업 등 2개의 신규 사업목적을 정관에 포함시켰다.

중견건설사 한신공영은 3년에 걸쳐 신사업 확대에 나섰다. 한신공영은 앞서 2021년 3월말 국내‧해외 주요소‧가스충전소 관련 사업 등 6건의 신규 사업목적을 정관에 추가했고 작년에는 자동차 운전교습업 등 4건을, 올해에는 통신 및 방송장비 제조업 등 4건의 신규 사업목적을 각각 정관에 넣었다. 이에 따라 한신공영은 3년간 총 12건의 신사업 추진에 나선 상황이다.

IT분야로 눈을 돌린 건설사도 있었다. DL건설은 작년 3월말 정관을 개정해 소프트웨어, 정보처리 개발‧공급업 등 IT 관련 신규 사업 4개의 목적을 추가했다. 금호건설 또한 올해 3월말 컴퓨터 프로그래밍‧사물인터넷 등 6건의 IT 관련 신사업 목적을 정관에 담았다.

현대건설 등은 신사업 분야로 신재생에너지를 선택했다. 현대건설은 올해 3월말 재생에너지 전기공급사업을 신규 사업목적에 포함시켰다. 현대건설 계열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은 이보다 앞선 2021년 8월 신재생에너지 활용사업 및 탄소 포집 사업 등 5건의 신규 사업목적을 정관에 넣어 신재생에너지 사업 확대에 나선 바 있다.

더불어 지난해 3월말 DL이앤씨도 온실가스배출권 거래업 등 신재생에너지 관련 4건의 신규 사업목적을 정관에 기재하면서 본격적인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진출했다.

최근 3년간 많은 건설사들이 IT 및 신재생에너지 등 건설업과 연관성이 적은 사업을 신사업으로 채택한 반면 KCC건설은 본업인 건설업과 관련된 사업을 신규 사업에 추가했다. KCC건설은 2021년 3월말 토공사업 등 전문건설업 일체에 대한 신규 사업목적을 정관에 넣었고 이어 올해 3월말에는 건설엔지니어링업을 신사업에 포함했다.

이처럼 건설사들이 발빠른 변화에 대해 김화랑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 부연구위원은 “국내외 시장 환경변화로 촉발된 △정부의 긴축 통화정책 △주요 원자재 가격 상승 △주택시장경기 악화 등 건설산업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건설사의 지속가능 성장 여건 마련을 위한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가고 있는 상황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사업 다각화 추세는 국내 건설사 뿐만아니라 해외 주요 선진 기업들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며 “따라서 사업 다각화 추세는 시대적 패러다임으로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고 덧붙였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주요 수익원이었던 국내 주택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건설사들의 어려움이 점점 커지고 있다”며 “몇몇 대형건설사는 중동 등 해외시장 확대를 통해 위기를 극복했으나 여전히 많은 건설사들이 현재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새로운 먹거리 찾기에 집중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나마 여력이 있는 대형건설사들의 경우 신사업 확대를 통한 위기 돌파 노력이 가능하지만 중소 건설사들은 이마저도 어렵다”면서 “중소 건설사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신사업을 육성할 수 있는 정부 지원방안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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