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코리아가 올해 새롭게 출시한 2023년형 ID.4는 주행거리가 늘어났으며, 국고보조금도 늘어났다. / 제갈민 기자
폭스바겐코리아가 올해 새롭게 출시한 2023년형 ID.4는 주행거리가 늘어났으며, 국고보조금도 늘어났다. / 제갈민 기자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폭스바겐코리아가 최근 자사 전기차 ID.4의 주행거리를 늘린 연식변경 모델을 국내에 투입하면서 ‘가성비 수입 전기차’의 기준을 제시하고 나섰다. 전기차를 비롯한 주행성능은 대부분 상향평준화된 현재 업계와 소비자들은 ‘보다 효율적인’ 차량을 원하는 추세다. 이러한 기조에 맞춰 폭스바겐은 2023년형 ID.4(이하 ID.4)의 주행거리를 연장했다.

그러면서도 ID.4는 전기차에서 나타날 수 있는 불편함 중 하나인 ‘회생제동 멀미’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잘 만든 전기차’라는 생각이 든다. 다만 실내 공조기 조작 등을 할 수 있는 중앙 터치디스플레이는 여전히 불편했으며, 스마트폰 앱커넥트를 무선으로 지원하지 않는 점 또한 불만스러운 부분이다.

폭스바겐코리아는 지난달 26일 경기도 가평군과 양평군 일대에서 ID.4 미디어 시승행사를 진행했다. 시승에는 ID.4 프로 트림이 이용됐다.

◇ 동급대비 넓은 실내공간 및 뛰어난 개방감

먼저 연식변경을 거쳤지만 외관 디자인과 실내 인테리어는 달라진 점이 없다. 외관은 조약돌처럼 둥글게 생겼다. 폭스바겐의 패밀리룩을 잘 녹여내 앞모습은 폭스바겐 골프 8세대 모델과 닮았다.

차량 크기는 △전장(길이) 4,585㎜ △전폭(너비) 1,850㎜ △전고(높이) 1,615㎜ △휠베이스(축간거리) 2,765㎜ 등으로, 경쟁 모델로 꼽히는 준중형 수입 전기차 △BMW iX1 △쉐보레 볼트EUV △폴스타오토모티브 폴스타2 3종보다 휠베이스가 길다. 앞뒤 바퀴 사이 거리가 길면 차량 실내를 설계할 때 공간을 더 넉넉하게 만들 수 있다. 실제로 폭스바겐 ID.4 2열에 탑승해보면 1열 시트 뒷면과 신장 180㎝ 성인 무릎 사이에 주먹이 하나 이상 들어가는 정도다.

ID.4 실내 시트는 부드러운 스웨이드 느낌이며, 실내 공간이 준중형 SUV 중에서는 넓은 편에 속한다. / 제갈민 기자
ID.4 실내 시트는 부드러운 스웨이드 느낌이며, 실내 공간이 준중형 SUV 중에서는 넓은 편에 속한다. / 제갈민 기자

1열에 탑승하면 대시보드 높이가 약간 낮은 느낌이고, 여기에 대시보드 끝부분과 앞 유리창 아래 끝 사이 거리가 멀어 앞쪽이 탁 트인 느낌이다. 여기에 창문도 크기가 큼직하고 천장은 파노라마 루프글라스가 설치돼 개방감이 뛰어나다. 파노라마 루프글라스는 개방이 안 되지만 미적인 요소 및 개방감을 더해주는 옵션이다. 전동 선쉐이드(햇빛가림막)를 설치한 점은 사소하면서도 세심한 배려가 돋보이는 점이다.

수납 공간으로는 1열 시트 사이에는 슬라이딩 커버를 여닫을 수 있는 수납함이 있으며, 이 안에는 컵홀더와 스마트폰 무선충전패드가 설치돼 있다. 그리고 변속레버를 계기판 오른쪽에 칼럼식 기어 방식으로 변경하면서 보통 기어노브가 있는 위치에는 소지품을 보관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여기에 운전석 시트 오른쪽과 동승석 시트 왼쪽에 팔걸이를 설치해 편리하다. 또 메모리 시트 및 차량 문을 열면 시트가 뒤로 이동해 승하차를 편리하게 해주는 기능을 지원한다. 1열 시트에는 마사지 기능도 설치됐다. 운전석 왼쪽 메모리 시트 1·2번 뒤 세 번째 버튼으로 켜고 끌 수 있다.

불편한 점으로는 ID.4를 처음 접하거나 익숙하지 않은 소비자라면 공조기 조작이 다소 어려울 수 있다. 또 무선 안드로이드오토 및 애플카플레이를 지원하지 않아 유선(케이블)으로 차량과 연결을 해서 내비게이션 기능을 사용해야 한다. / 제갈민 기자
불편한 점으로는 ID.4를 처음 접하거나 익숙하지 않은 소비자라면 공조기 조작이 다소 어려울 수 있다. 또 무선 안드로이드오토 및 애플카플레이를 지원하지 않아 유선(케이블)으로 차량과 연결을 해서 내비게이션 기능을 사용해야 한다. / 제갈민 기자

다만 불편한 점도 분명히 존재한다. ID.4 센터페시아에는 물리버튼이 거의 없는데, 운전자 입장에서는 사고 위험성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어 보인다. 특히 시승을 시작하기 전에 공조기를 조작하려 이것저것 만져봤지만 켜는 방법을 찾기가 힘들었다. 센터 디스플레이 아래에 온도조절 터치버튼이나 공조기 화면에 진입해서 이것저것 눌러봐도 반응이 없다.

공조기를 켜려면 공조기 화면에 진입하기 위한 첫 단계인 정중앙의 비상등 버튼 왼쪽에 위치한 ‘눈결정체 모양(CLIMA·기후)’을 터치해야 한다. 그러나 여기서도 풍량 버튼 또는 바람개비 모양의 버튼이나 ‘MAX A/C’ 버튼 등을 아무리 눌러도 공조기는 반응을 하지 않는다. 공조기를 작동시키려면 왼쪽 위 모서리에 있는 전원버튼을 눌러야 한다. 이후 온도 조절과 바람세기·방향을 설정하면 된다. 주행 중 덥거나 추워서 운전자가 공조기를 켜려면 최소 3∼4회 터치가 필요한 셈이다.

스마트폰 앱을 연결해 내비게이션 등을 화면에 보이도록 하는 미러링(앱커넥트) 기능도 유선만 지원한다. ID.4를 구매한 고객 및 잠재고객들 중에서 스마트폰 무선 앱커넥트 기능을 원하지 않는 이들은 없을 거라 생각한다. 특히 ID.4에는 내장된 내비게이션이 없어서 내비게이션을 이용하려면 스마트폰을 무조건 이용해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 유선 앱커넥트만 지원하는 점은 불편한 요소일 수 있다.

물론 스마트폰 거치대를 차량 어딘가에 설치해 이용하는 소비자도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송풍구에 설치하는 스마트폰 거치대는 활용도가 떨어진다. 중앙에 위치한 송풍구 위치가 상대적으로 낮아 내비게이션을 확인하는 과정에 시선이 아래로 떨어져 사고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실제로 과거 한 수입차 브랜드는 플래그십 세단 초기형 모델에서 내비게이션 모니터를 센터페시아 하단부에 설치했으나, 시인성이 떨어진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크고 사고위험성을 높일 수 있어 디스플레이를 상단으로 옮겼다.

ID.4 프로는 한국타이어 벤투스 S1 에보3 EV 타이어를 장착하고 있다. 타이어 사이즈는 20인치로 생각보다 크다. / 제갈민 기자
ID.4 프로는 한국타이어 벤투스 S1 에보3 EV 타이어를 장착하고 있다. 타이어 사이즈는 20인치로 생각보다 크다. / 제갈민 기자

2열 창문을 운전석에서 내릴 때도 다소 불편한 점이 있다. 운전석에서 전 좌석 창문을 내리고 올릴 수는 있지만 창문 조작 레버가 2개뿐이다. 일반적인 상태에서는 창문 레버를 조작하면 1열 좌우 창문만 움직이는데 2열 창문을 내리려면 ‘REAR’ 터치 버튼을 누르고 창문 조작 레버를 움직이면 된다.

그럼에도 ID.4를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꾸준한 이유는 ‘기본기’와 ‘전력효율(전비)’, ‘가격’ 3가지다.

시승 느낌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부드럽고 꿀렁임이 없다’고 말하고 싶다. 보통 전기차는 높은 출력을 바탕으로 가속페달을 약간만 밟아도 급가속이 이뤄지지만 ID.4는 상대적으로 초반에 출력을 억제하는 느낌이 들고 그 대신 내연기관에 가깝게 서서히 가속을 이어가는 느낌이다. 오르막에서도 출력이 부족하지 않으며, 굽은 도로에서 휘청임도 크지 않다. 여기에 회생제동 기능을 최대로 높인 B모드 주행 간 가속페달에서 발을 뗐을 때도 속도가 급격히 줄어드는 느낌은 크지 않고 서서히 속도를 감속하며 조절한다.

특히 전비가 압권이다. 시승 코스가 중미산 천문대 옆을 지나가는 업힐과 다운힐 구간이 포함됐음에도 전비는 53㎞를 주행하는 동안 8.2㎞/㎾h를 기록했다. 여기에 첫 출발지로 복귀하는 35㎞를 더 주행해 누적 주행거리 88㎞에서는 6.9㎞/㎾h로 나타났다. 이는 공인전비 4.9㎞/㎾h를 상회하는 수치다. 또한 지난해 2022년형 ID.4 시승 때는 5.4㎞/㎾h의 전비를 기록했었는데, 연식변경을 거치며 효율이 상당히 개선됐다.

ID.4의 매력은 효율적인 전비다. 대충 달려도 7㎞/㎾h 내외의 전비를 기록한다. / 제갈민 기자
ID.4의 매력은 효율적인 전비다. 대충 달려도 7㎞/㎾h 내외의 전비를 기록한다. / 제갈민 기자

대신 ID.4의 가격은 지난해보다 500만원이 인상된 5,990만원이다. 그럼에도 전기차 국고보조금은 100% 지급 대상에 올랐는데, 이는 5,690만원으로 가격을 책정한 ‘프로 라이트’ 트림 덕분이다. 현행 국고보조금 100% 지급 기준은 5,700만원 미만 차량이다.

주행거리가 지난해 환경부 상온 복합 인증 기준 405㎞에서 421㎞로 늘어난 만큼 보조금 지급 총액은 국고보조금 580만원 및 지자체 보조금(서울) 153만원으로 이전 모델 대비 소폭 인상됐다. 보조금 지급 총액은 유럽산 전기차 중에서 가장 많다. 4,000만∼5,000만원대 전기차를 고려한다면 합리적인 대안으로 생각된다.

한편, ID.4 시승행사에 참석한 사샤 아스키지안 폭스바겐코리아 사장은 스마트폰 무선 앱커넥트 기능 부재에 대해 “한국은 매우 중요한 시장이라서 ID.4를 빠르게 출시하려다보니 유선 앱커넥트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면서 미안함을 표했다.

더불어 조작 불편에 대해서는 “폭스바겐코리아는 늘 간결성과 조작의 편의성 사이에서 알맞은 균형점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물리버튼이 너무 많으면 조잡해보일 수 있고, 하나도 없으면 조작이 불편할 수 있어서 현재 글로벌 경영진은 향후 출시될 전기차에서 물리버튼을 일부 부활시키는 것도 고민하고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ID.4는 2열을 완전히 눕힐 수 있다. 약간 경사가 있긴 하지만 매트를 펼치면 오토캠핑(차박)도 충분히 가능하다. / 제갈민 기자
ID.4는 2열을 완전히 눕힐 수 있다. 약간 경사가 있긴 하지만 매트를 펼치면 오토캠핑(차박)도 충분히 가능하다. / 제갈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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