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지역 등 해외사업 수주 지속 확대… 서울 등 알짜배기 위주 국내 주택사업 수주도 강화

내년에도 국내 주택경기가 불확실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건설사들의 향후 사업전략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 뉴시스
내년에도 국내 주택경기가 불확실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건설사들의 향후 사업전략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 뉴시스

시사위크=김필주 기자  국내 주요 대형건설사들의 올해 3분기 실적이 갈리면서 건설사들이 내년 어떤 사업 전략을 펼칠지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그간 국내 주택사업에 치중해왔던 건설사의 경우 올 3분기 실적면에서 재미를 못본 반면, 일찍이 해외사업 수주나 비주택 사업을 확대 추진해왔던 일부 건설사는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금리인상 이후 시작된 부동산 경기침체가 최근 발생한 이-팔 전쟁 등 여러 악재로 인해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2024년도 전략 수립에 들어간 건설사들의 고민도 깊어졌다. 

◇ 올 4분기 이후에도 국내 주택경기 불확실 예상

국내 주요 대형건설사간 올 3분기 실적은 극과 극으로 나뉘었다. 그동안 지속적으로 해외사업‧비주택사업을 추진했던 건설사는 경기 침체에도 선방한 실적을 보인 반면 국내 주택사업에 집중한 곳은 실적 하락 폭이 컸다. 

삼성물산의 경우 카타르 태양광, 사우디 네옴시티 터널 등 수익성이 높은 양질의 해외 프로젝트 매출이 본격화하면서 3분기 매출이 1년 전에 비해 26% 증가했다. 다만 대형 주택사업 현장 등이 마무리되면서 영업이익은 7% 정도 감소했다.

현대건설은 그간 추진해왔던 사우디 네옴시티 터널, 이라크 바스라 정유공장, 폴란드 올레핀 확장공사 등 해외사업 영향으로 3분기 기준 매출‧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0%, 60% 가량 증가했다.

토목‧플랜트 등 비주택사업 분야로 발을 넓혀왔던 대우건설의 3분기 매출은 지난해 3분기보다 19% 가량 늘었고 영업이익은 약 7% 소폭 감소했으나 시장 전망치를 넘어섰다. 

이에 반해 국내 주택사업에 치중했던 DL이앤씨(30)‧GS건설(52%↓)‧HDC현대산업개발(10.8%↓) 등은 전년 동기와 비교해 두 자릿 수 이상 영업이익이 하락했다.

그간 건설사들의 주요 사업부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국내 주택사업이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 원자재가격 상승 등으로 인해 국내 주택사업의 수익성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문제는 국내 주택경기가 올 4분기 이후에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 2일 김승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11월 산업(건설) 동향 보고서‘를 통해 “9월 착공은 전년 동월 대비 63.6% 감소하는 등 여전히 착공 지표는 매우 좋지 않다”며 “이같은 추세라면 향후 2008년 금융위기 시점 착공인 18만7,000호와 유사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주택 수주도 전년 동기에 비해 40.1% 급감했다”며 “아파트 실거래가격은 상승 추세이나 아직 착공을 재개할 수준까지는 아니다”라고 우려했다.

건설 착공 현황은 현재의 건설경기 상태를 나타내는 경기동행지표에 속한다. 즉 착공이 급감했다는 것은 그만큼 현 건설경기 상황이 좋지 못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승준 연구원은 올 4분기 이후 상황도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그는 “4분기 역시 3분기와 분위기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특히 주택 마진이 개선될 수 있을지에 대해선 보수적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원가가 개선되는 지표(공사비 지수)의 변화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신규 분양이 어려운 환경이 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건설사들이)추가적인 공사비 증액을 통해 마진 개선에 힘쓰고 있으나 사업여건이 어려워지는 환경에서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시평 상위 3대 건설사들은 내년에도 해외사업 수주 강화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은 최근 루마니아와 SMR 사업 관련 협약을 체결한 삼성물산 / 삼성물산
시평 상위 3대 건설사들은 내년에도 해외사업 수주 강화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은 최근 루마니아와 SMR 사업 관련 협약을 체결한 삼성물산 / 삼성물산

◇ 상위 3대 건설사, 내년도 사업 전략

올 한해가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시공능력평가 상위 3대 건설사는 올 4분기 이후 해외사업 수주를 확대하면서 국내 주택사업은 고수익성 사업장 위주로 선별‧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올해 4분기에도 전략시장인 중동과 동남아시아 등 해외사업 수주를 가시화하고 내년에는 이를 더욱 확대할 계획”이라며 “국내에서는 서울‧수도권 및 부산 등에서 추진하는 주택사업 입찰에 참여해 연간 수주목표인 19조9,000억원을 달성하고자 최선을 다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또 “내년에는 사우디‧UAE‧호주 등에서 글로벌 파트너와 협업을 통해 신재생 발전과 연계한 그린수소‧암모니아 생산 프로젝트 실행을 가속화할 것"이라며 “더불어 동유럽 루마니아에서는 글로벌 파트너와 함께 SMR(소형모듈원전) 사업에 공동 참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현대건설은 국내 등 기존 시장에서의 사업 수주 강화와 동시에 신사업을 적극 개척한다는 전략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고금리‧고물가가 지속됨에 따라 국내 주택시장이 위축되는 분위기”라며 “따라서 국내에선 사업성이 좋은 사업장을 선별수주하고 ‘gtx-c 노선‘ 및 ‘공항시설‘ 등 인프라 사업분야를 지속 수행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뒤이어 “해외의 경우 코로나 기간 동안 억눌린 발주수요 및 전쟁 등으로 인한 고유가 지속으로 사업 활성화 분위기”라며 “이 가운데 중동 발주량이 늘고 있어 사우디 등 기존 시장에서의 수주를 강화하고 SMR‧풍력발전 등 신시장 개척에 중점을 둘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두 곳과 달리 올해 시평 순위 3위에 오른 대우건설은 해외 신시장 확대보단 내실 강화에 나서는 분위기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매년 실적에서 국내 주택사업 부문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이를 줄일 수는 없다”며 “국내 주택사업은 수주 이후 통상 3~6년 뒤 매출로 반영된다. 작년에도 엄청나게 많은 규모의 주택사업을 국내에서 수주했는데 올해가 유독 어려운 환경(경기침체 등)이라 보수적으로 선별 수주한 상황”고 말했다.

또한 그는 “비주택부문 사업도 중요하지만 조금씩 줄여나갈 계획”이라며 “해외 신규 시장 개척 보다는 나이지리아‧이라크‧베트남‧리비아 등 기존 거점지역 중심으로 수주에 나서는 한편 최근 지사를 개소한 투르크메니스탄 지역 수주에 박차를 가하려 한다”고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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