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자, 고분양가로 ‘내 집 마련‘ 신중
건설사 “원자재가격 급등 분양가 인하 어려워”

서울에서 고분양가로 수요자들이 외면한 아파트 단지가 등장하자 건설사들의 고민이 깊어졌다. / 뉴시스
서울에서 고분양가로 수요자들이 외면한 아파트 단지가 등장하자 건설사들의 고민이 깊어졌다. / 뉴시스

시사위크=김필주 기자  일부 수도권 분양 단지들이 고분양가로 인해 수요층이 외면하는 일이 벌어지면서 건설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원자재가격 상승에 따라 늘어난 공사비로 인해 고분양가가 지속되고 있는 반면 고금리‧고물가 및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축소 등으로 인해 수요층이 주택구매에 더욱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서울 동대문구 ‘이문 아이파크자이’가 지난 1일까지 1순위 청약을 진행한 결과 총 787가구 모집에 1만3,280명이 모이면서 경쟁률이 16.9대 1에 그쳤다. 특히 3개 타입은 1순위 마감에 실패한 채 2순위로 넘어가게 됐다. 

‘이문 아이파크자이’의 1순위 청약경쟁률은 앞서 같은 동대문구에서 청약을 진행했던 타사 단지에 비해 낮은 편이다. 지난 8월 청약을 접수한 ‘래미안 라그란데’는 1순위에서 79.1대 1의 경쟁률을, 휘경자이 디센시아는 51.7대 1의 경쟁률을 각각 기록한 바 있다.

청약접수 마감 후 수요자가 계약을 하지 않아 무순위 청약을 진행하는 곳도 등장하고 잇다.

올해 9월말 분양한 서울 성북구 ‘보문센트럴아이파크’는 1순위 청약에서 총 42가구 모집에 3,279가구가 접수하면서 평균 78.1대 1의 경쟁률을 보였지만 이후 미계약 물량이 다수 발생해 결국 무순위 청약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보다 앞서 9월초 분양한 구로구 ‘호반써밋개봉’ 또한 미계약자가 속출하자 총 72가구를 상대로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다.

알짜배기 지역에 속한 서울에서도 청약 1순위 마감 실패와 미계약 물량이 나오는 것은 높은 분양가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한 시중은행 소속 부동산 전문가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같은 동대문구 내 래미안 및 휘경자이 등의 단지는 분양가가 9~10억원대인 반면 이문 아이파크자이의 경우 최대 13억원 이상의 분양가를 기록했다”면서 “미계약으로 인해 무순위 청약으로 전환한 단지들도 막판 분양가에 부담을 느낀 수요자들이 계약을 포기하고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렸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이어 “문제는 현재 고금리‧고물가 기조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급증한 가계부채 문제를 이유로 주담대까지 축소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이라며 “여기에 이-팔 전쟁 확산에 따른 고유가 상황까지 온다면 경기침체는 내년까지 지속될 수 있다. 결국 수요층은 내 집 마련 시점을 더욱 미루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건설업계는 원자재가격 급등으로 좀처럼 공사비를 줄일 수 없는 상황에서 경기침체 장기화 전망까지 나오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한 번 오른 원자재가격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아 각종 건설자재가 여전히 고가에 거래되고 있다. 여기에 고물가로 인건비 등 각종 비용까지 오른 상황에서 분양가를 파격적으로 낮추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만약 중동 정세 악화로 유가마저 급등한다면 철근‧콘크리트 등 각종 필수기자재 가격은 지금보다 더 뛰어오르게 된다. 이는 곧 서울‧수도권 중심으로 소폭 회복세를 보였던 주택 경기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면서 “최근 여러 악재 속에서도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건설사 입장에서도 참 답답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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