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직접 시공 가능한 원청 많지 않아
비용 및 안전사고 증가 우려돼”

서울시가 철근 및 콘크리트 등 주요 공정의 원청 직접 시공 비율을 100%로 의무화한 ‘서울형 건설혁신 대책’을 발표했다. / 뉴시스
서울시가 철근 및 콘크리트 등 주요 공정의 원청 직접 시공 비율을 100%로 의무화한 ‘서울형 건설혁신 대책’을 발표했다. / 뉴시스

시사위크=김필주 기자  서울시가 부실공사를 없애기 위해 칼을 빼들었다. 향후 서울시내 모든 공공건설 공사 과정에서 철근·콘크리트 등 품질·안전과 직결되는 시공은 원청이 100% 직접 시공토록 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건설업계는 현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최근 서울시는 부실공사 방지 내용 등이 담긴 ‘서울형 건설혁신 대책’을 발표했다. 

먼저 서울시는 저가 불법 하도급 문제와 부실공사를 예방하기 위해 시가 발주한 공사의 주요 공종은 100% 원청이 직접 시공하는 것을 원칙으로 정했다. 따라서 앞으로 서울시를 포함한 산하 투자·출연기관 발주공사는 입찰공고문에 직접 시공해야 하는 주요 공종과 하도급 금지 조건이 명시된다.

주요 공종은 철근·콘크리트·교량공 등 시설의 구조안전에 영향을 미치면서 공사비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핵심 공종’을 의미한다.

이와 함께 서울시는 직접 시공 여부가 공사 수주시 실제 영향을 줄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 입찰시 낙찰자 결정기준(지방계약 예규)’의 평가항목에 ‘직접 시공비율’ 추가하는 방안을 행정안전부와 논의하기로 했다.

원청에 책임시공 의무를 부여하고자 부실공사로 사고가 발생하면 즉각 재시공하는 것을 의무화한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내년 상반기까지 현행법을 개정해 ‘서울특별시 공사계약 특수조건’에 의무 재시공 관련 내용을 추가할 계획이다. 부실공사가 적발된 건설사는 향후 2년간 서울시가 발주하는 턴키 등 대형공사 기술형 입찰 참가가 제한되며 해당 업체의 명단도 공개된다.

이외에도 서울시는 그동안 공공분야에서만 시행됐던 불법 하도급 단속을 민간공사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아울러 강우 중 콘크리트 타설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불가피하게 타설을 강행한 건설사의 경우 의무적으로 콘크리트 강도 점검에 착수하기로 했다.

또 현재 300억원 이상 공사에만 적용 중인 ‘종합평가낙찰제’를 100억원 이상 공사에까지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행안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 건설업계 “탁상행정될 가능성 높아… 원가상승‧안전사고 증가 등 우려”

이같은 서울시 대책에 대해 건설업계는 현장 상황과 동떨어진 탁상행정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특히 △원청의 비용 부담 증가로 인한 공사비‧분양가 상승 △즉각 조치의 어려움에 따른 안전사고 증가 △원청의 직접 시공 증가로 약화되는 하도급업체의 경쟁력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A건설사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철근·콘크리트 시공 등 안전 관련 공사를 모두 원청이 담당한다면 즉각적으로 조치해야 할 부분이 소홀해져 안전사고가 늘어날 수 있다”며 “예를 들어 슬라브단부의 끊어치기 구간 가설난간 설치, 추가 개구부 구간 개구부 막기 등에서 즉각 조치가 이뤄지기 어려워 안전사고가 더욱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원청의 비용 증가로 공공건설의 공사비도 급증하면서 결국 그 피해는 시민들의 부담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견해도 있었다. B건설사 관계자는 “원청이 100퍼센트 직접 시공하는 구조는 기본적으로 비용이 많이 든다”면서 “늘어난 원가부담으로 인해 결국 공공건설 분야에서도 공사비 및 분양가 상승을 가져온다. 결국 시민들 부담만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원청의 직접시공 확대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C건설사 관계자는 “철근·콘크리트 등의 시공을 100% 전부 다할 수 있는 원청이 몇 군데나 있을지 의문”이라며 “전국 공사현장이 모두 하도급화가 이뤄져 있고 전문공종을 쓰이게 돼 있는데 이를 단 번에 바꾼다면 여러 문제점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원청 직접 시공시 비용 증가 뿐만아니라 인력도 추가 채용해야 한다”며 “그러다보면 하도급업체에서 원청으로의 인력 이동이 발생할텐데 철근·콘크리트 하도급 업체는 망하라는 소리인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여기에 직접 시공이 가능한 원청은 어느 정도 규모가 큰 곳일텐데 이때 노조로부터 ‘대기업 배불려주기’라는 비판도 나올 수 있다”며 “포괄적으로 원가 상승, 하도급업계 생태계 변화, 노조 문제 등 여러 문제가 복합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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