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복 SC제일은행장이 4연임에 성공했다. /  SC제일은행
박종복 SC제일은행장이 4연임에 성공했다. /  SC제일은행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인사시즌이 다가오고 있다. 연말 금융권에 세대교체 바람이 일 것이라는 전망이 일면서 업계 안팎엔 긴장감이 감돌고 있는 모습이다.

이에 주요 은행권 CEO 거취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지주 수장 교체가 예정된 곳도 있는 만큼 어느 정도 거취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다. 

◇ 박종복 행장 체제 장기집권 유지

이런 가운데 외국계 은행들은 일찍 감치 기존 CEO의 연임을 결정하며, 조직 안정화를 꾀하고 있는 모습이다. 최근 박종복 SC제일은행장과 유명순 씨티은행장은 나란히 연임에 성공했다. 이 중 박종복 행장은 4연임에 성공하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SC제일은행은 지난달 31일 이사회에서 박종복 행장의 연임을 확정했다. 추가 임기는 2024년 1월 8일부터 2025년 1월 7일까지 1년이다. 앞서 SC제일은행은 지난달 13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를 열고 박종복 현 행장을 차기 은행장 최종 후보자로 추천한 바 있다. 

임추위는 추천 배경에 대해 “전문적이고 풍부한 경험, 식견, 역량, 뛰어난 소통능력과 탁월한 리더십 등을 바탕으로 은행이 큰 재무적 성과를 꾸준하게 달성할 수 있도록 한 점 등을 높게 평가했다”고 했다. 

박 행장은 1979년 제일은행에 입행한 후 영업본부장, 리테일금융총괄본부장 등을 거쳐 2015년 1월 은행장에 임명됐다. 그는 은행이 외국계 금융사에 잇따라 매각되는 혼란 속에서도 ‘제일은행’에서 자리를 지켰다. 제일은행은 1999년 미국계 뉴브리지캐피털에 팔려 외국계은행이 된 후, 2005년 영국계 금융그룹인 스탠다드차타드(SC)그룹에 재매각된 바 있다.

박 행장은 SC그룹이 제일은행을 인수한 뒤 처음으로 발탁한 한국인 행장이다. 취임 이듬해인 2016년 흑자전환을 이끄는 성과를 내며 주목을 받았다. 아울러 그해 은행명을 ‘한국SC은행’에서 ‘SC제일은행‘으로 변경하는 작업을 주도하기도 했다. 임추위 측은 이러한 성과를 짚으면서 “박 행장이 한국 현지 사정에 맞는 적정한 전략을 통해 재무 실적을 꾸준하게 개선시키고 2022년 연말 기준 자기자본이익율(RoTE)이 11.5%를 달성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박 행장은 4연임에 성공하며 10년간의 장기집권 체제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그간 금융당국 수장은 금융사 CEO들이 장기 집권 체제를 유지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내온 바 있다. 그러나 SC제일은행은 외국계 은행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눈초리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웠던 것으로 보인다. 

◇ 수익성 제고·상생 금융 압박 대응 주목

연임에 성공한 박 행장의 어깨는 마냥 가볍지 않을 전망이다. 수익성 제고와 포트폴리오 다각화, 리스크 관리, 상생금융 압박 대응 등 다양한 과제를 마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SC제일은행은 올해 상반기 2,092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4% 감소한 규모다. 금리 인상 시기를 맞아 대부분의 은행이 호실적과 거뒀으나 SC제일은행의 순이익은 뒷걸음질 쳤다.

이에 대해 SC제일은행 측은 “이자이익 및 비이자이익의 고른 성장에도 충당금 전입액과 임금 인상 비용이 반영되면서 이익 성장을 상쇄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올해 하반기에는 리스크 관리와 이익 증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여기에 상생금융에 대한 압박도 부담이 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은행사들이 고금리 환경 수혜로 손쉽게 이자장사를 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상생금융 마련 압박을 가하고 있다. 압박 대상은 주요 국내 시중은행들이 되고 있지만 외국계 은행도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외국계 은행은 거액의 배당을 본사에 집행할 때마다 뒷말을 사왔다. 배당액 대부분이 해외 대주주로 송금되는 구조이다 보니 국부 유출 논란이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외국계 은행을 상대로 국내에 대한 재투자와 사회공헌 압박도 지속돼왔다. 

은행권의 점포 통폐합에 대해 금융당국이 제동을 걸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SC제일은행은 올해 10개 지점을 인근 지점과 통·폐합한 데 이어 내년 1월 지점 8곳을 추가로 통합할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국내 은행사들이 점포 통·폐합에 몸을 사리고 있는 것과 사뭇 다른 움직임이다. 박 행장이 이러한 점포 통폐합 작업을 내·외부 잡음 없이 이끌어나갈 지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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